"다시 해외로"… 국내 대형건설사, 원자력·태양광 발전소 잇따라 수주

삼성물산, 카타르에 8000억 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두산에너빌리티,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참여 SK·삼성·현대, 미국 소형모듈원자로 기업과 협업

2022-08-26     유태영 기자
한국이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원자력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 등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새 먹거리 마련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삼성물산, 카타르에 8000억 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3일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발전소의 총 발전용량은 875㎿(메가와트) 규모다. 카타르 수도 도하인근 지역에 각각 417㎿와 458㎿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모두 시행한다.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에는 태양광 패널이 160만개가 설치된다. 다음 달부터 착공해서 오는 2024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완공 후에는 카타르에너지가 소유한 산업단지 내 에너지 시설과 국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3조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참여

이집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수주한 이집트 카이로에 짓는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다.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인 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들여 1200㎿급 러시아형 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게 된다.

한수원은 내년 8월부터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로, 발전설비 및 담수설비, 주단조품, 건설(두산중공업), 건설중장비 및 엔진(두산인프라코어), 토목과 건축공사(두산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200개 넘는 협력사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40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생활용수 등 담수로 만드는 플랜트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두산에너빌리티는 10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K·삼성·현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 투자나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새 먹거리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5일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했다. 한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테라파워는 최근 한국을 찾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업체다.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높은 안정성을 갖춘 기술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은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업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협약을, 삼성물산은 사업개발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는 1기당 77㎿의 원자로 모듈을 최대 12개까지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전 세계 70여개 SMR 모델 가운데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취득한 유일한 회사다. 삼성물산은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약 890억원)를 투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소형모듈원전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개발중인 SMR-160 모델은 160㎿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전으로서 사막, 극지 등 지역 및 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가 가능하다. 현재 캐나다 원자력위원회(CNSC)의 원자로 설계 예비 인허가 1단계를 통과했으며, 미국 원자력위원회(USNRC)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을 일체화한 300㎿ 이하 소규모 원전이다.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배관 설비가 없어 자연재해에도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 이후 상용화돼 2035년까지 390조~620조원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전 건설은 진입장벽이 높기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하는데 유리하다"면서 "소형모듈원전은 탄소중립 시대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 기업과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