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시, 한국에 비해 염색에 신경 쓴다

‘한국과 일본의 모시짜기’특별전 / 8.2.~9.24.

2017-07-24     김송현 기자

 

우리말에 ‘이골이 나다’라는 속어가 있다. 이 말은 모시 짜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모시를 짤 때 손과 입, 혀로 수백번 같은 동작을 한다. 모시를 짜다보면 이에 골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시는 그만큼 힘들게 만들어진 옷감이다.

모시의 원재료는 모시풀 줄기인데, 태모시라고 한다. 태모시를 물에 적시고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나서 태모시를 입술과 치아로 한올 한올 쪼개 머리카락보다 얇은 모시 섬유질을 만들어 낸다. 젓가락 굵기의 태모시가 머리카락보다 얇아지기까지, 엄청난 수고와 고통이 따른다. 치아와 입이 성할 날이 없다. 우리 여인들이 이에 골이 나도록 물어 뜯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골이 난다’는 말이 익숙하다는 말로 변했다고 한다.

 

 

모시는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대 이래로 일본과 중국에서도 만들어졌다.

일본 모시는 칼러풀한 게 특징이다. 염색을 하는 과정에 신경을 쓴다.

일본 모시는 무늬를 먼저 생각하고 실을 염색한 뒤 직물을 짠데 비해 한국 모시는 무늬를 넣지 않고 희게 제작한다. 따라서 일본 모시는 제작과정이 우리의 것보다 복잡하다. 우리는 흰 모시를 만든 후에 쪽 빛이나 연한 분홍색으로 염색을 한다.

따라서 일본의 모시 제품은 화려한데 비해, 한국의 모시는 담백하다.

일본과 한국의 모시짜기는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韓山)모시짜기는 2009년에, 일본의 중요무형문화재인 오지야 지지미(小千谷縮), 에치고 조후(越後上布) 직조 기술은 2011년에 각각 등재됐다.

 

 

두나라의 모시 짜기 기술을 비교할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8월 2일부터 9월 24일까지 전북 전주시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2층 기획전시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인류무형유산, 모시짜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모시 문화재 전수지는 오지야 지지미와 에치고 조후다. 두 곳 모두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인 니카타현에 있다.

오지야 지지미는 기존 모시를 개량하여 17세기에 개발한 모시로 잔주름이 있어 시원한 촉감을 주며 현재 니가타현 오지야 지역에서 생산된다. 에치고 조후: 일본 니가타현 시오자와(塩沢)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급 모시 직물이다.

 

 

특별전에서는 한국 모시로 ▲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의 불복장 유물중 모시 직물 조각(국보 제282호/8월 15일까지 전시) ▲고려 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요선철릭(腰線帖裏, 허리에 선 장식이 있는 겉옷) 재현품 ▲ 조선 9대 임금 성종의 증손인 선성군 이흠(1522∼1562년)의 묘에서 출토된 모시 액주름(腋注音, 베로 만들어 겨드랑이 아래 주름이 잡혀 있는 옷) 등이 소개된다.

또 모시짜기에 사용되는 도구들과 모시·명주·무명·삼베 등 전통 직물과 조선 말기 풍속화가인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속에 드러난 길쌈 등 다양한 직조 문화를 함께 소개한다.

이웃 일본의 모시 문화로는 모시를 만드는 다양한 도구들과 에도 시대 상인들이 사용한 모시 직물 견본책, 일본 모시 직물과 기모노, 지지미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방연옥 보유자와 고분자 전수교육조교가, 일본은 오지야 지지미·에치고 조후 기술보존협회 강사인 타카나미 아케미, 오가와 노부히사가 모시 째기, 무늬 만들기, 모시 직조 과정을 행사 현장에서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