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도시바, 어쩌다 이 지경까지...'상장폐지' 카드 만지작

7일, 회사 분할 계획 중단 발표 주주 총회서 대주주인 해외펀드가 반대 결국, 상장 폐지(주식 비공개) 본격 검토 외환법 심사 등으로 상장 폐지도 쉽지 않아

2022-04-09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도시바가 회사를 두 개로 나누는 계획을 중단하고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와함께 도시바는 디지털 사업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사업 계획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같은 도시바 방침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사업 등을 가진 도시바의 상장 폐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도시바는 지난 7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회사 분할 방침 등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할 말 하는 주주’인 외국계 펀드의 목소리에 눌려 전략의 재검토를 강요당한 형국이다.

도시바의 회사 분할 계획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인 해외펀드가 '주식 비공개화(상장폐지)검토 요구' 와 함께 반대의사를 표명해 부결됐다.

이에 도시바는 사외 이사로 구성된 새로운 특별 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주주에게 있어 최선인 ‘상장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식의 비공개화(상장폐지)’는 펀드 등, 소수의 주주가 기업의 상장된 주식 대부분을 매입, 사실상 개인 기업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한 후, 일반 주주들의 간섭없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경영 재건을 노리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현지 언론에선 분석하고 있다.  

‘분할안

즉 상장 폐지는 도시바 주식의 30% 이상을 쥐고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해 온 이른바 '할 말 하는 주주'와 결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TV도쿄의 밤 메인 뉴스인 ‘WBS’는 8일 도시바 관계자가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미 여러 펀드에서 인사하러 왔다”며 “새로운 사업 계획은 디지털 사업이 주축이며 이르면 다음 달에는 발표하고 싶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반면, 취재에 응한 경제산업성 간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안보 환경이 심각해졌다. 원자력 사업을 가진 도시바 매수에는 엄격한 ‘외환 거래 및 외국 무역법(외환법)’의 사전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며, “도시바가 시간을 들여서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므로 상장 폐지를 한다는 등,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는 한, 찬성할 수 없다. 신사업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참고로 일본의 외환법은 원자력 발전이나 국가 방위 등 안전 보장과 관련된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출자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별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초래된 거액 손실 등으로 채무초과에 빠져, 도쿄증권 1부에서 2부로 전락했다. 이에 ‘할 말 하는 주주’ 등에게 출자를 요청하는 한편, 주력인 반도체 사업 등을 매각해 2021년 1월에 도쿄증권 1부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영국 투자 펀드 ‘CVC 캐피털 파트너스(이하, CVC)’가 주식의 비공개화를 전제로 하는 기업 매수를 제안했지만, 난색을 보인 일본 정부와 사내의 반발 등으로 좌절됐다.

게다가 ‘할 말 하는 주주’의 알력이 더욱 커지면서 도시바는 그룹 분할 계획을 내놓았으나, 지난달 임시주총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중단됐다. 

9일, ‘지지통신’은 거액의 인수자금도 걸림돌이라며, 지난해 4월 CVC가 도시바에 인수를 제안했을 때, 대주주인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주당 6500엔 이상이 적정 가격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

이를 바탕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의 취득을 위해서는 3조엔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도시바 내에서 상장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며, 도시바의 한 관계자는 “회사 분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중단한 것이다”라며, “단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향후 도시바가 분할안을 재검토해 다시 제안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많은 일본 네티즌들은 도시바 재건을 위한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이 최선인지 확실한 답을 아무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 성장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는 기업이 되어 버린 것 같다며 한탄하는 반응을 보였다.

도시바는 지난 2월,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던 회사를 3개로 나누는 계획을 갑자기 철회해 2개로 분할하기로 변경한 것은 물론,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자회사를 매각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제는 그마저 포기하고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현지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도시바가 매번 회사 재건과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계속 말 바꾸기만 하는 도시바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