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연대기] ㊵ 재즈와 현대 대중음악의 탄생 (상)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18세기 후반 이후 19세기 후반 자동 피아노의 발명, 현대 대중음악의 시작  

2021-10-02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문동열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음악은 어떻게 보면 매우 신비로운 예술이다. 몇 개의 음들을 구성해 이를 멜로디로 만들고 화성, 리듬 등의 요소를 덧붙여 전혀 다른 소리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인류는 음악을 신과 교감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각종 종교의식이나 유교적 제례 의식에는 음악이 동반되었고, 그러한 음악들은 신성시되었다. 대중음악의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사회적 계급으로 대중이라는 계층이 생기기 전인 19세기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문화들이 마찬가지지만, 음악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클래식이라 불리는 중세 근세 음악의 대부분은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었고, 많은 음악가들은 일부의 귀족 계층을 위해서만 존재했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음악 교육은 물론이고,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나 악보조차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유랑 악단의 연주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구전 가요나 민요들이 전부였다. 이렇게 귀족이나 상류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음악이 점점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피아노

대중음악의 탄생

대중음악을 우리는 보통 팝(pop)이라 부른다. 어원은 대중음악이라는 뜻의 Popular music에서 기원했다. 산업적으로 정의되는 대중음악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배포되는 음악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연주자나 작곡가 같은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포함한다. 현대 대중 음악이 태동을 보이기 시작한 건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급성장한 중산 계층을 중심으로 음악 교육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사회적 신분이 올라가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그들이 제일 먼저 하기 시작한 건 상류 계층의 흉내 내기였다. 독서나 테이블 매너, 댄스 외에도 귀족이나 상류 계층의 필수 소양이었던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을 다루는 중산 계층이 늘기 시작했다.

18세기부터

자연히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지니스들도 흥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제일 크게 성장한 비즈니스는 악보 출판업이었다. 그 시기 가장 인기가 있는 악기는 피아노였다. 피아노는 멜로디뿐만 아니라 코드와 화음을 이용해 혼자서도 품질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산 계층은 피아노를 하나의 자신들의 문화적 수준과 함께 부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많은 수의 중산 계층을 중심으로 피아노가 보급되자, 이런 시장을 겨냥해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각종 대중적 취향의 음악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이들이 악보 형태로 만들어져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대중 가요라 부를 수 있는 곡들이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음악산업이 점점 커지는 효과를 낳았는데 수요가 많아지고 악보가 대량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가격도 싸지고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대중의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대중들이 점점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현대 대중 음악의 기반이 닦이기 시작했다. 상류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던 콘서트홀이나 극장 등에서 조금씩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나 콘서트들이 늘기 시작하고, 서민들이 자주 찾는 댄스홀, 주점 등을 중심으로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 연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유행가’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자동피아노의 등장

1919년에

19세기 들어 기술이 발달하고 노동환경이 점점 개선되면서 노동자 계층의 여가 시간이 늘고, 문화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을 찾기 시작하면서 음악은 점점 사람들에게 친숙한 문화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여전히 연주자의 수는 적었고 사람들은 서서히 연주자에 의존하는 음악 배포 형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1896년에 등장한 자동 피아노다. 현대 음악사에서 출판이나 사람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기록 음악 형태로 대중음악이라 부를 수 있는 산업적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 피아노는 (해외에서는 Player Piano라고 부름) 종이로 만든 롤에 기록된 악보를 읽고 공기의 힘으로 연주되는 피아노를 의미한다.

1896년 Pianola라 불리는 연주자 없이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이 자동 피아노는 당시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미리 악보가 기록된 롤만 갈아 끼우면 어떤 곡이든 연주가 가능했기에, 연주자에 의존하지 않아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미국의 악기 제조업체인 에올리안 컴퍼니는 1903년까지 자사의 카탈로그에 9,000개 이상의 음악이 있다고 자랑했으며 매월 평균 200개의 새로운 타이틀을 제작하여 카탈로그에 추가했다.

음악이 산업적으로 점점 규모를 갖춰 가기 시작했다. 비로소 현대 대중 음악이 싹을 틔운 것이다. 하지만 자동 피아노의 위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은 자동 피아노를 음악의 혁명이라 불렀지만, 바로 몇 년 뒤 등장한 축음기는 음악의 역사 그 자체를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