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5G망 자체구축은 '보안' 때문"...뾰족한 대책없는 '이통3사'

네이버, 5G망 자체 구축...신사옥에 적용 삼성·현대차 등 5G망 자체 구축 보편화 가능성 대두 "스마트팩토리 데이터, 경쟁력이자 영업기밀" 이통사 "향후 시장 상황 지켜봐야"

2021-01-27     정세진 기자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정부가 이통사가 아닌 일반 기업도 5G 특화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함에 따라 수요기업과 이통사 간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5G 특화망이 필요한 수요기업과 관련 장비를 제공하는 삼성전자, 노키아 등에겐 호재가 분명한데 이통사 입장에선 확실한 판단이 안 서는 모양새다. 

5G 특화망이란 필요 기업이 주파수를 할당받아 건물, 공장 등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최적화해 구축한 사설 5G망을 말한다. 이전까지는 통신사만 주파수를 할당받아 5G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정부는 5G 특화망 도입 정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수요기업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 이 과정에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네이버, 삼성SDS, SK㈜ C&C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 중 현재 특화망 구축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 목적과 방향을 밝힌 건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5G특화망을 자체 구축해 성남시 정자동 신사옥을 로봇 친화적 빌딩으로 만드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기 단계에선 이통사 협업 보단 ‘자체 구축’ 앞설 듯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 중 향후 이통사와 협업할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G특화망 구축은 이제 막 사업을 발표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대기업 위주로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은 5G 통신장비를 구입해 필요에 맞게 최적화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통신사와 협업해 5G망을 구축할 경우 일반 이동통신서비스와는 다른 개별 기업의 구체적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예컨대 네이버가 구상하고 있는 로봇친화적 신사옥을 위해선, 일반 5G망이 아닌 로봇간 데이터 전송에 특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최초로 건물 한 곳에서 100여대의 로봇이 원활히 활동하기 위해선 '중앙 통제 시스템'과 '사용자'가 있어야 하고 로봇 간 상호 소통시 지연 등이 발생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업로드, 다운로드 등 네트워크 개별 기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등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렇게 축적한 노하우는 운용주체, 즉 이 경우에는 네이버의 경쟁력이 된다. 통신사와 협업하면 이 정보를 통신사와 공유해야 한다. 네이버가 축적한 정보를 통신사가 향후 B2B 서비스 강화에 사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경우와 딱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미·중간 화웨이의 5G 중계기 보안 문제를 놓고 벌이고 있는 갈등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네이버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대형 조선사 등이 5G특화망을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사 공정 최적화를 위한 정보는 곧 영업 기밀이자 노하우다. 

정종필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교수는 “수요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솔루션 등을 만들텐데 이게 곧 그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설현장 전용망을 구축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현장 관리 효율화 기술이 발전했다면, 이 데이터를 건설사 만 갖는 것이 아니”라면서 “통신사와 협업시 관련 IoT 데이터를 건설사 보다 통신사가 더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향후 통신사는 이 정보를 활용해 건설분야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대한 기술력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생산량, 수율(전체 생산품 중 상품으로서 가치 있는 완성품의 비율), 생산 공정 등이 모두 영업 기밀이다.

삼성전자는 5G 기지국에서 사용하는 통신 기기도 자체 생산한다.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 5G망을 구축할 경우 이통사와 협업할 가능성은 낮은 이유다. 

정 교수는 “그동안 이통사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해왔지만 제조 공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자체 구축에 투자하는 비용대비 향후 효과를 생각했을 때는 수요기업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5G 특화망이 통신사에게 호재일지 악재일지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아는 문제”라며 “시장 확대에 따라 자체망 구축 역량이 부족하면 이통사와 협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올 3월 5G특화망 주파수를 할당에 관한 세부 사항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정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요기업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자체 5G망 구축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