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앞좌석 여성 뒷머리에 체액 묻힌 남성, 항소심서 '무죄' 까닭은

수원지법 항소부, 원심 파기 무죄 선고 성추행 등 기소 피고인 1심선 징역형 선고

2019-10-16     한동수 기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한동수 기자] 시내버스안에서 앞자리 여성의 뒷머리에 체액이 묻은 것은 인정되지만, 체액을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뒷자리 피고인의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았고 증거가 부족하단 이유로 1심 유죄판결이 항소심서 무죄로 뒤집히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 8부(송승우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혐의로 기소된 A(39세)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 40시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지난해 5월14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노들에서 군포공영주차장까지 운행히는 군포행 시내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앞자석에 앉은 피해여성 H씨(31세)의 뒷머리에 체액을 뿌려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DNA검사를 통해 여성의 뒷머리에 묻어있는 체액이 뒷자리 남성 A씨의 것이라는 감정결과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무죄 판결 요지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의 머리에 체액을 뿌렸거나 묻게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뒷자리에서 머리를 건드리는 기척을 2번정도 느낀것으로 진술하고 있고, 뒷머리에 액체가 묻은 것을 확인했으나 피고인이 음란행위 내지 사정을 하고 체액을 묻히는 것을 직접 목격하진 않았다”면서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당시에 음란행위를 한 적이 없고, 체액을 고의로 피해자 머리에 묻게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목격자 진술이나 CCTV영상 등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해자 머리카락에서 피고인의 체액 성분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고의로 체액을 피해자의 머리에 묻게 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다른 경로를 통해 체액이 묻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인 A씨의 변호를 맡은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는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부실한 초동수사를 바탕으로 섣불리 유죄판결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며 “심증이 아닌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무죄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