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불신의 시대, 기술이 도울 수 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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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불신의 시대, 기술이 도울 수 있게 하라
  •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6.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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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불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서 20대 청년 46.8%가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답하였다. 20대뿐만 아니라 1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공히 40% 이상의 불신 비율을 보였다.

불신은 극단적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얼마전 치러진 총선에서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불신은 결과에 승복할 수 없게 만들며 추가적 갈등과 비용을 발생시킨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도 사전투표 조작, 부정선거 등과 관련된 126건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며 신뢰성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여전히도 많은 이들은 선거 결과를 불신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가 불신받는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 즉 입법기관 자체를 불신하게 한다. 실제로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 서비스 지표누리에 따르면 국회는 중앙정부부처, 법원, 검찰, 지방자치단체, 군대, 신문사, 의료계, 대기업 등 사회 주요 16개 기관 중 기관신뢰도 최하위를 조사가 시작된 2014년부터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24.7%에 불과하다. 그리고 모두가 목격하고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불신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바닥까지 내려간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서 '신뢰머신'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로 데이터를 투명하고 위변조 불가능하게 기록하여 신뢰를 보장한다. 신뢰를 위탁해놓은 정부기관이나 중앙의 시스템이 더이상 신뢰를 제공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의 개입 없이도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 인해 이미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중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 블록체인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지만,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자율조직)를 활용해 다양한 커뮤니티와 이익단체에서 의사결정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블록체인산업 진흥전략'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주민투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AO는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작동하는 플랫폼에서 권한을 가진 구성원들의 제안과 투표로 운영되는 조직을 의미한다. 사전에 합의된 조직 운영의 룰을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구현하고 사람의 임의적이고 추가적인 개입을 차단하여, 코드에 의한 조직운영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그 결과에 모든 이해관계자가 승복이 가능하다. 또한 개별 DAO를 조직하고 운용함에 있어 블록체인 생태계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와 솔루션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비교적 빠르고 저렴하게 이를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다. 

신뢰는 사회의 전부라 해도 과하지 않을만큼 인간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하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모든 거래와 계약에 추가적인 검증과 보증 절차가 필요하고 제3의 중재 기관이 필요하다. 거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는 경직된다. 혁신과 창의성은 억압되고 사회는 분열되어 궁극적으로는 발전이 지체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유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의 여부가 한 국가의 번영과 빈곤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역사적으로 높은 신뢰 수준을 보인 사회일수록 경제가 번영했고 시민의 자유도 보장됐다.

기술은 준비가 되어 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식견을 갖춘 사회의 리더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기를 고대한다. 신뢰머신, 블록체인 기술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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