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미국 연준보다 발빠르게 통화정책 방향 바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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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미국 연준보다 발빠르게 통화정책 방향 바꾼 이유"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4.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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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팬데믹 이후 금리인상을 결정할 때도 연준보다 더 망설인 끝에 올렸던 ECB가 금리인하 때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인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례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발빠르게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과거 팬데믹 이후 금리인상을 결정할 때도 연준보다 더 망설인 끝에 올렸던 ECB가 금리인하 때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인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ING의 이코노미스트들은 "ECB가 연준보다 먼저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 중 하나로 ECB가 경기 침체나 위기에 직면하지 않고 긴축 사이클 이후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월 이후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았다면 최근 매크로 데이터는 오늘 회의에서 추가 금리 결정을 정당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올해 1월만 해도 금리인하 논의는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3월부터는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금리인하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6월까지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그는 지난 3월에 6월에 금리인하를 뒷받침할 정도로 데이터가 나오면 덜 제약적인 정책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ECB는 이후 4월부터는 몇몇 위원들이 금리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점차 금리인하 신호를 보냈다.

6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4월과 5월에 걸쳐 루이스 드 귄도스 ECB 부총재는 사실상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6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ECB가 6월 금리인하를 향한 강한 신호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은 6월 인하를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반등했다.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전년대비 2.6% 올라 4월에 기록한 2.4%보다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5%도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 5월에 전년대비 2.9% 상승을 나타냈다. 이는 직전월 2.7%보다 높다.

금리인하는 사실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종료됐음을 선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점에서 ECB의 금리인하는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이 반등한 시점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ECB는 이날 경제전망에서 2024년과 2025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ECB 직원들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024년 평균 2.5%, 2025년 2.2%, 2026년 1.9%로 전망됐다. 에너지와 식량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4년 평균 2.8%, 2025년 2.2%, 2026년 2.0%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는 2024년 0.9%, 2025년 1.4%, 2026년 1.6%로 예상됐다.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날 수록 2%를 향해 낮아지는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 활동과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는 "5분기 동안의 스태그네이션 후에 2024년 1분기에 0.3%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ECB가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차츰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과 유로존 성장세가 다시 꺾이지 않아야 하는 상황, 그동안 강하게 6월 금리인하를 시사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ECB가 최근의 인플레이션 반등을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에서 오르내리는 흐름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약간의 제약을 풀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길은 울퉁불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반등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연속적인 추가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차단했다.

임금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금리인하 이후에도 향후 인플레이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열어뒀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는 전망이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 기여했다"며 "통화정책위원 중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금리인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신뢰성도 ECB의 금리인하에 주된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ECB 당국자들은 6월 회의에 앞서 금리인하 예고를 강하게 해왔다. 그러므로 오히려 금리인하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해치고,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됐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승과 금리인하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TS롬바르드의 다비드 오넬리아는 경제 활동 개선, 임금 상승, 고착화된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ECB가 금리인하를 한 결정에 계속 매달려있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과 근원 HICP의 고착화 정도는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탈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ECB는 더 많은 금리인하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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