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키기' 조원태 회장, 아시아나 합병에 '올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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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지키기' 조원태 회장, 아시아나 합병에 '올인' 속내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6.0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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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항공운송협회 총회 참석
"美·EU 요구사항 모두 이행"
7월 보잉 항공기 발주 의사도
경영능력·우호세력 확보 시험 무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오는 10월말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띄웠다. 오는 10월말까지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의 합병 승인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조원태 회장 "더 이상 양보는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참석 차 두바이를 방문한 조 회장은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10월말까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요구한 모든 것을 했다"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자신감을 비쳤다. 특히 조 회장은 '경쟁당국의 추가적인 시정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 "더는 양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자신감 뒤엔 대한항공이 유럽과 미주 장거리 여객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대체 항공사로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결합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조 회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 많은 편익을 가져올 것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일반적인 한국 사람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양사 간 합병의 당위성을 힘주어 말했다. 

조 회장은 미국 보잉사로부터 신규 항공기 30대 구매를 위한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A350 33대 등 2023년까지 신형기를 모두 143대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과 별개다. 

조 회장은 "새 항공기 30대의 주문 기종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 달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블롬버그통신은 조 회장의 추가 항공기 주문과 관련해 "노후 기종을 친환경 기종으로 교체하려는 목표와 함께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에 대비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조원태 회장은 '알짜'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까지 매각하는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지키기에 사활 건 조원태

조 회장이 슬롯 반납과 '알짜'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에 더해 추가적인 항공기 구매 등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뭘까. 

조 회장이 기업결합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궤를 같이한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산업은행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칼의 경영권을 두고 당시 조 회장은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과 지분 경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며 조 회장의 강력한 우호 주주(현재 지분 10.58%)로 등장했다. 3자 연합은 산업은행의 등장과 함께 경영권 다툼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조 회장의 경영권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명분도 사라진다.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 당시 산업은행은 '국적 항공사 통합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조 회장 편에 섰다. 때문에 추후 기업결합이 마침표를 찍는다면 안그래도 HMM, KDB생명 등 굵직한 매물이 쌓여있는 산업은행으로선 빠르게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한진칼 지분 정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4일 기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5.78%다. 델타항공 등 우호세력 지분을 모두 합해도 3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의 한진칼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면 또다시 KCGI와 겪었던 경영권 분쟁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조 회장 편에서 보면 산업은행이 경영권 안정, 건전경영 감시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보유해도 문제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를 자처하며 주식처분위임계약을 걸었다. 이 계약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능력이 부실하거나 건전경영을 못한다는 판단이 설 경우 산업은행은 임의로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사실상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맡긴 형국이다. 조 회장이 산업은행의 입김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없는 환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산업은행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조 회장으로선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새 주인은 누구

항공업에서 화물은 '알짜'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1조6000억원대였다. 대한항공은 영국과 중국 등 각국 경쟁당국 심사에서 상당수 슬롯을 반납한 데 이어 알짜 사업마저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에 진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애초 5월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매각 측 간의 논의 등 이유로 한 달가량 늦춰졌다. 이런 이유로 이르면 이달 초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한국의 저비용항공사(LCC) 4개사가 예비입찰을 통해 물밑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인수하는 기업은 단숨에 연 매출 1조원 가량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화물사업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가는 최소 5000억원(약 3억6400만달러)이지만, 부채까지 고려했을 때 최종 1조원(7억3000만달러)까지도 나간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 LCC들의 경우 자본잠식을 겪고 있어 과연 인수할 만한 능력이 되는지도 의문시 된다. 

그럼에도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인수하는 곳은 화물기와 함께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를 얻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지난해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따른 항공 화물 수요 감소와 여객기 운항 회복에 따른 공급 증가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매출액 1조608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아시아나가 가진 12개 국가, 25개 도시, 21개 노선의 국제화물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 이중 미주, 유럽 노선 화물 매출액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중장거리 화물 네트워크 확대가 어려웠던 LCC들은 단숨에 장거리 화물운송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현금 동원력이다. 인수전에 참가한 4곳 중 제주항공을 제외한 3곳은 자본잠식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에어프레미아는 자본잠식률이 82.1%, 에어인천 41%, 이스타항공 34.6%로 알려졌다. 부채비율도 제주항공이 537%, 에어프레미아 2256.1%, 에어인천 175.3%, 이스타항공 1261.7%에 달한다. 결국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는 LCC들이 사모펀드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와의 연합을 통한 재무능력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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