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대법 판결 앞둔 최태원 이혼 쟁점 '김옥숙 비자금 메모', 법적 효력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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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대법 판결 앞둔 최태원 이혼 쟁점 '김옥숙 비자금 메모', 법적 효력 의구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6.03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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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300억 규모 비자금’ 메모
노소영 관장 측 항소심 증거 제출
선경건설 명의 어음·사진 등 근거
"盧, 최종현에 자금 지원" 주장 인정
2심, 노 관장 재산형성 기여 고려
1조3000억 재산분할 판결 연결돼
대법서 확정 때 SK 지배구조 영향 불가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 후 후폭풍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비자금 유입은 없습니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역대 최고액의 재산분할을 명령한 결정적 배경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이른바 '비자금 메모'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비롯해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하면서 김 여사가 쓴 '비자금 메모'를 판단 근거로 채택했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 유입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향후 증거 채택에 대한 신빙성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메모가 향후 세기의 이혼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판도를 바꾼 '비자금 메모' 

지난달 3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김 여사가 보관해 온 1991년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 300억원을 언급하며 "지난 1991년 피고(노 관장) 부친 노태우 측으로부터 원고(최 회장) 부친 최종현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최종현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하는 유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1998년 4월과 1992년 2월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에는 동생인 노재우 씨 등의 이름과 함께 2억~300억원의 숫자가 적혀있다. 두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이 각각 기재돼있고, 1998년 4월에 작성한 메모 아래에는 '맡긴 돈 667억+90억원'이라고 쓰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동생 노재우 씨에게 120억원,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230억원 등 자신의 친인척과 기업가들에게 맡긴 점이 과거 검찰수사와 재판에서 인정된 만큼 이 메모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 여사는 메모 외에도 '선경 300'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봉투에 액명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넣고, '쌍용 200'이란 문구가 적힌 다른 봉투와 함께 큰 봉투에 담아 보관했다고 한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해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최 선대회장은 담보조로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로 액명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주장을 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받은 바 없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건넨 어음'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이 청와대에서 30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가 '사돈끼리 왜 이러시냐'며 거절당했다는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조서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3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어음을 제공했다'는 최 회장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또 SK가 1992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던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계열사 자금 등을 동원해 태평양증권 인수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으로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그의 재산 형성 기여도와 비자금 출처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쟁점이 될 자금 출처와 기여도 

재판부는 노 과장이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엇갈린다. 핵심은 구체적 물증 없이 일방적 메모와 약속어음만으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를 핵심 증거로 볼 수 있는지다. 다시 말해 알수 없는 자금의 출처와 그로 인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한 2심 판결이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설령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최 선대회장에게 유입됐다더라도 불법 자금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이 1990년대 발행된 약속어음을 계속 보관하고 있었는데도 1심에서 제출하지 않다가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며 제출했으므로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가족끼리 비밀이었던 약속어음의 존재가 알려지면 논란이 되는 데 더해 그룹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계자들을 설득한 뒤에야 약속어음을 제출할 수 있었다는 노 관장 측 설명을 수용했다. 또한 '불법 자금'의 분할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1991년 당시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 자체는 당시 형사상 범죄 구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2001년 9월 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의하면 비자금을 수수·은닉한 자는 형사 처벌되고 범죄수익은 몰수 대상"이라며 "1991년 내지 1992년 당시 범죄수익 은닉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았더라도 2001년 11월 법 시행 이후에도 은닉행위를 유지했다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후적인 입법에 따라 기존 법률관계의 법적 성격이 변동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 측의 금전적 지원을 기여 측면에서만 주장하고 있을 뿐 지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여기에 더해 최 선대 회장 쪽으로 유입된 비자금은 최 선대 회장의 의사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도 봤다.

기여도도 향후 논란의 대상이다. 가사 소송에서 기여도는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이혼 당사자의 행위를 따지는 것인데 이번 2심 재판부는 '부모'라는 특수관계인까지 고려했다. 법조계에선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인 특수관계인의 기여가 인정되는 건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으며 노 관측에도 오랜시간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항변했다. 

SK그룹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이 미칠 파장에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 이혼 재판 후폭풍 대안 마련 고심

SK 측은 이혼소송 판결이 줄 향후 영향을 점검하고 나섰다.  SK그룹은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최 회장의 2심 이혼소송 판결이 그룹에 끼칠 영향과 대응을 논의했따. 회의에는 최 회장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이혼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의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SK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 지분 17.73%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SK㈜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담보대출과 비상장사 지분 처분 등이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출 등 자금 마련에 막대한 이자가 발생해도 이를 충당하기 위해 최 회장 지분이 있는 회사가 현금 배당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그룹 사업 재편도 차질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최근 수년 간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신규사업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불황 등으로 재무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차전지와 에너지 등 분야에 대해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매각 및 합병하는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재산 분할 자금 마련과 그룹 지배력 유지라는 과제 여기에 더해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 조화를 이룰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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