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비트코인 대통령을 꿈꾸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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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비트코인 대통령을 꿈꾸는 트럼프
  •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6.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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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각 후보들의 암호화폐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은 곧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크립토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들의 행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암호화폐 친화적 행보를 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저택에서 열린 기부금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의 우수 인재들이 미국을 떠나려 한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는 암호화폐에 적대적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친 암호화폐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캠페인 측은 더 나아가 코인베이스를 통해 암호화폐 기부를 받기 시작했고, 5월 31일 단 하루 만에 약 5,3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금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또한 트럼프의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지갑의 자산 가치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록체인 지갑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신 모든 주소와 거래 내역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특정 지갑 안의 자산과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트럼프의 지갑에는 그가 직접 구매한 코인 외에도 밈(Meme) 코인 프로젝트들에서 에어드롭으로 받은 8종의 코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밈코인은 특정 사회 현상, 유행, 트렌드 등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거래 가능한 토큰으로 만든 것으로,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자주 언급하는 도지코인이 있다. 밈코인은 크립토 생태계의 일종의 놀이문화이자, 단순한 '관심'을 기반으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자산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게 하여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자산의 토큰화, 비허가성, 거래 편의성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지갑에는 이러한 '트럼프' 주제의 밈코인 8종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그의 지지자들이 기존의 방식으로 후원금을 낼 수도 있지만, 코인베이스를 통해 암호화폐로 후원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직접 트럼프 주제 프로젝트를 만들어 그 가치를 높임으로써 트럼프를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트럼프의 암호화폐 지갑에 포함된 밈코인의 가치는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약 1,42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5천만 명에 달한다는 미국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그를 지지한다면 이는 그의 대선 경쟁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트럼프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당선된다면 이 같은 이해와 경험에 기반해 보다 적절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경험을 통해 배울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만난 국회의원이 "크립토 관련 정책을 함께 논의하자고 의원들이 모였는데, 우리 중 누구도 암호화폐를 직접 거래해본 경험조차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조섞인 고백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책 입안자들 스스로 업계를 직접 경험하며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록체인과 크립토 생태계처럼 내부의 특수성이 높고 외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영역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언제쯤 크립토를 당당하게 경험하고 의미있게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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