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 모험할 수 없는 모험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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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 모험할 수 없는 모험자본
  •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5.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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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갤럭시 디지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투자금과 투자건수 양면에서 모두 최고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했던 크립토 생태계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활동이 2024년 1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자금의 80%가 초기단계의 기업에 돌아가 크립토 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에 있음을 방증하였다.

지리적으로는 미국에 위치한 기업이 42.9%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그 뒤로 싱가폴 11.1%, 영국 9.7%, 홍콩이 7.9% 그리고 프랑스가 5.6%로 그 뒤를 이었다. 비트코인 ETF 상장에 힘입어 비트코인의 사용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레이어2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생태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기업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를 이끌고 있는 벤처캐피탈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생태계 내에서 태어나고 생태계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였으며 누구보다 생태계를 잘 아는 곳들이다. 미국 제1의 크립토 중앙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설립한 코인베이스 벤처스, 2021년 블록체인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시마 캐피탈, 바이낸스의 벤처캐피탈인 바이낸스 랩 등이 이들이다. 이들은 생태계 내애서의 높은 이해도와 경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가장 좋은 딜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고 기술과 시장성, 팀 등에 대한 평가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시대 명성을 쌓은 a16z, 세쿼이아 캐피탈 등 레거시 벤처캐피탈들이 크립토에 과감한 '모험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지속 투자하며 생태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적 잠재력이 높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큰 블록체인 분야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모험자본, 인내자본의 투자와 지원이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뿐 아니라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유받아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벤처캐피탈 또한 투자 본연의 목적인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벤처캐피탈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2년 3분기 말 기준 10년간 18배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대기업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잠재력있는 창업가와 기술자들이 투자금을 만나 성장 기회를 얻었으며,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업들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크립토 영역은 유난히 투자소외지역으로 남아있다. 한국의 벤처캐피탈에 정책자금 성격이 강한 모태펀드나 성장금융 등의 자금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곳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은 흔히 로컬 비즈니스로 불리우기도 한다. 투자사가 위치하는 곳의 창업가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기본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라 부르는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베이 지역에서 벤처캐피탈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싱가폴, 영국, 홍콩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것은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탈과 투자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벤처캐피탈의 크립토 산업 투자가 위축된 탓에, 국내 블록체인·크립토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활동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기반 벤처캐피탈 생태계가 약한 한국에서 관련 기업들이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크립토 생태계가 제도권과 공생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정부에서도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성장시키고 이들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전문성을 갖춘 국내 벤처캐피탈이 존재하는지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벤처캐피탈의 투자자들은 투자 전문가들이지 기술 전문가들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 초기에 투자자들은 기업과 인재에 투자하며 기술과 시장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2017-18년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인재가 모이던 시기, 그리고 2021년 블록체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큰 성장을 경험한 시기 등에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하여 산업과 함께 전문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

벤처캐피탈이 모험할 기회를 잃으며 점점 ‘모험하지 않는 자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블록체인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선순환을 위해 정부와 자본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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