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뉴진스’가 지난 24일 예정대로 컴백했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분쟁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공개된 신곡 ‘How Sweet’는 24일 오후 6시 기준 멜론 핫100 2위, 벅스 실시간 차트 1위, 지니 톱200 7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서 공개 8시간 만에 265만 뷰를 기록했다.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의 힙합 스타일 곡인 ‘How Sweet’ 뮤비에서 다섯 명의 멤버들은 이전과 다른 보이시한 매력을 연출하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1990년대 미국 걸스힙합 스타일의 비주얼로 한층 더 자유로워진 모습이 뉴진스만의 힙한 감성과 어우러지면서 새롭게 진화된 유니크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역시 K팝 ‘대세 아이돌’답다.
뉴진스 컴백 효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측의 내홍 속에서도 뉴진스에 대한 비즈니스 전략은 후퇴하거나 수정할 수 없을 것이다. 민 대표는 자신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뉴진스 맘’으로서 역량을 다시금 입증해야 하는 상황일 테고, 최근 상반기 실적부진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하이브는 내분사태로 불거진 시장의 불신을 뉴진스의 성공으로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민 대표와 갈등이 폭발하며 시작된 폭로전으로 닷새 동안 시가총액 1조 2000억 원이 증발되지 않았는가.
일단 뉴진스의 음악과 안무, 스타일 변화에 호평이 잇따르면서 민 대표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은 대중에게 또 한 번 합격점을 받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어떤가. 지난 23일 하이브의 주가는 5거래일 만에 반등으로 돌아서며 20만원 고지 탈환에 성공한데 이어, 24일에는 전날 대비 1.21% 상승한 20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어도어의 신임 대표와 이사진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한 주가는 “어도어의 등기상 대표이사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하이브의 발표에도 하락하지 않았다.
이는 뉴진스 컴백에 따른 시장의 기대심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어도어 경영진의 교체 가시화보다 뉴진스의 활동 재개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어른들 싸움에도 흔들림 없이 제 할 일 해낸 뉴진스는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하이브와 민 대표 모두에게 톡톡히 효녀역할을 해낸 셈이다.
리스크 된 ‘하이브 VS 민희진 분쟁’
하지만 앞으로 뉴진스가 오롯이 음악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타이밍 상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멤버들이 민 대표 해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어른들 싸움에 발을 담근 모양새가 돼버렸다. 민 대표 편에 선 이들 부모들의 소식과 팬클럽 ‘버니즈’까지 가세하면서 ‘하이브 VS 민희진’의 대립구도가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인 상황에서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 결과도 결정될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다. 법원이 기각을 결정해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 교체가 가능해진다 해도, 인용되어 민 대표가 직무를 유지한다 해도 후폭풍은 거셀 것이며, 향후 이어지는 법정공방으로 관련 리스크는 오랜 시간 지속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뉴진스다. 업계에서 제 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점치는 건 기우가 아니다.
한 달여 가까이 입장문과 반박문으로 계속되는 양측의 여론전에 대중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애초에 이번 사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 하이브의 전략이 패착이었다. 규모와 성과에만 치중하다보니 리스크 관리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고, 모회사와 자회사 경영진의 극한 대립양상은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에게 리스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돼 버렸다.
적어도 대중은 이들의 무대에 어른들 싸움이 오버랩 되는 걸 원치 않는다.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 대표 걸그룹 뉴진스가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가 하이브와 민 대표의 분쟁에 참전하는 것이어서야 되겠는가.
지리멸렬하게 여론전을 끌고 가는 하이브나 감성화법으로 수없이 뉴진스를 언급하는 민희진 대표 모두 이들이 대중에게 음악만으로 평가 받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리라. 제발 재기발랄한 다섯 멤버가 이 전쟁에서 발 뺄 수 있게 놔두시라. 그게 어른의 역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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