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물 보고도 조선인 강제징용 부정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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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물 보고도 조선인 강제징용 부정할건가
  • 김현민
  • 승인 2018.06.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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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고 김광열 소장 조선인 강제동원 희귀기록 2천여권 공개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한 기록물을 40여년 동안 수집한 재일동포 고 김광열(金光烈)씨가 수집한 자료 2,000여권이 공개된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재일동포인 고 김광렬이 수집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고 김광렬(1927∼2015)씨는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福岡縣) 지역에서 교편생활했으며,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한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40여년 동안 일본 3대 탄광지역이자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동원지인 치쿠호(築豊)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했다. 하지만 그의 기록물은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아,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실체 확인이 쉽지 않았다.

 

▲ 군함도를 둘러보는 김광렬 선생(사진 가운데)

 

국가기록원이 공개하는 기록물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관련 문서, 사진, 도면 등 2,000여권(13만8,000여 매)이다. 이 분야 대표적 전문가인 정혜경 박사(전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는 “고 김광렬의 자료는 그 동안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희귀 기록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피해 진상규명 및 피해권리구제, 관련 연구 공백을 메꿔 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 아소(麻生)산업 건강보험대장
▲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탄광 근로자명부

 

우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진상규명을 밝힐 수 있는 조선인 관련 명부(건강보험대장, 근로자명부, 화장인가증 등)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소(麻生)산업 건강보험대장은 학계 등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자료로 성명, 생년월일, 보험기호, 보험 취득·상실일 등을 포함하고 있어 진상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탄광 근로자명부 : 다수의 피징용 조선인 이름이 포함되어 있음
▲ 아소(麻生)광업 매화장인가증철(埋火葬認可證綴)(왼쪽). 아소(麻生)광업 매화장인가증철 : 김광렬 선생이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붉은색으로 표시함 (오른쪽)

 

또 후쿠오카(福岡)에 소재한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탄광 근로자 명부」도 피징용자 성명, 생년월일, 원적 등을 포함하고 있어 피해자 진상규명 등에 활용 가치가 높다. 이 기록물은 고 김광렬이 1976년 관련 탄광 노무계 직원을 수차례 방문해 원본 기록물을 수집한 경위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기록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 치쿠호(築豊) 지역 사찰(寺刹) 목록
▲ 사찰(寺刹) 과거장 : 사찰에서 유골 접수 시 사망자 신상정보를 기록한 명부

 

또 고 김광렬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사실 규명을 위해 규슈(九州) 지역 400여 곳의 사찰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사찰(寺刹) 목록 및 사찰 과거장(過去帳) 100여 권도 눈길을 끈다. 과거장은 사찰에서 유골 접수 시 사망자 성명, 유골안치일 등을 적어놓은 명부로, 관련 탄광에서 사망자 발생 시 화장 후 유골을 인근의 사찰에 안치했다.

특히 김광렬은 사찰명, 전화번호, 주지 이름, 유골 유무 등을 자세하게 기록했으며,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의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아울러, 조선인 노동자 모집과 이동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후쿠오카 다가와(田川)군 가와사키(川崎) 탄광의 조선인 노동자 동원 관련 원본 영수증 등도 주목할 만하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모집과 이동과정을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추정할 뿐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관련 자료는 이를 뒷받침할 보도원(안내원)·인솔자 성명, 철도·숙박 영수증, 가와사키 광업소 조선인 명부(49명), 다가와국민근로동원서(田川國民勤勞動員署)가 가와사키광업소로 보낸 공문서 원본(1944년)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희귀한 사료로 평가된다.

 

▲ 군함도 : 전경
▲ 군함도 : 내부 모습
▲ 군함도 : 내부 모습
▲ 군함도 : 광부 관리 사무소

 

한편, 고(故) 김광렬이 직접 촬영한 군함도(하시마, 端島), 다카시마(高島) 등 탄광 관련 사진도 흥미롭다. 영화로 잘 알려진 군함도는 미쓰비시(三稜)가 1890년 개발한 해저탄광(1974년 폐산)으로 혹독한 노동조건 탓에 ‘지옥섬’으로도 불린다.

이번에 공개된 군함도 사진은 비록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혹독한 모습은 담겨져 있지 않지만, 폐광의 모습에서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짐작할 수 있다.

 

▲ 다카시마(高島)탄광 : 전경
▲ 다카시마(高島)탄광 : 발전소
▲ 다카시마(高島)탄광 : 탄광에서 선탄(選炭)하고 남은 돌을 산처럼 쌓아 올린 돌무더기
▲ 다카시마(高島)탄광 : 갱구

 

아울러 다키시마 탄광(1986.12.8. 폐산)의 입구, 석탄을 선별한 후 남은 돌을 산처럼 쌓아 올린 엄청난 규모의 돌무더기 등을 통해 당시 광부들의 힘겨운 삶을 엿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아소(麻生) 무연고자 묘비위치 지도와 요시쿠마(吉隈)탄광 약도 등도 주목된다.

 

▲ 아소(麻生) 무연고자 묘비위치 지도
▲ 아소(麻生) 요시쿠마(吉隈)탄광 지도

 

국가기록원은 고 김광렬 기록물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올해 중 정리사업을 통해 기본목록을 구축하는 등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관련 기록물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소연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기록물을 남기신 故 김광렬 선생의 깊은 뜻을 기리고, 이 기록물이 우리나라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 가와사키 탄광 조선인 노무자 동원 및 이동 관련 영수증(1943.12.19.) : 충남 홍성 → 천안으로 이동한 교통비 영수증
▲ 가와사키 탄광 조선인 노무자 동원 및 이동 관련 영수증(1943.12.21.) : 부산에서 숙박 및 식사를 한 영수증
▲ 가와사키 탄광 조선인 노무자 동원 및 이동 관련 영수증(1943.12.21.) : 시모노세키에서 숙박 및 식사를 한 영수증
▲ 가와사키 탄광 조선인 노무자 동원 및 이동 관련 영수증(1943.8.) : 모지항에서 식사를 한 영수증
▲ 다가와국민근로동원서가 가와사키 광업소로 보낸 공문서(1944) : 조선인 노동자의 원활한 공출을 위해 경비를 증액해 달라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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