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더리움 ETF 승인...한국 금융당국의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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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더리움 ETF 승인...한국 금융당국의 깊어지는 고민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5.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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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이더리움 현물 ETF 임시 승인
부정적 입장서 단기간 내 선회
"대선 앞두고 가상자산 표심 노린 것"
우리나라 암호화폐 제도화 가능성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을 임시 승인하면서다.

이번 이더리움ETF 임시 승인에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자산에 강경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업계 표심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親)디지털자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국내 시장에서 암호화폐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디지털자산을 양지로 끌어올릴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SEC는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와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총 8곳의 이더리움 현물 ETF의 발행을 임시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증권신고서(S-1) 제출 전 단계인 심사요청서(19b-4)로 ETF가 정식 출시되려면 둘 모두가 통과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쯤 실제 ETF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임인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SEC의 거래·시장 부서가 담당하는 19b-4와 달리 S-1은 기업금융 부서가 승인을 담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SEC와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사 간의 S-1 관련 논의가 이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더리움 현물 ETF의 출시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비트코인 선물·현물 ETF의 S-1 검토에 약 4~5개월이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가 돼서야 SEC의 본격적인 피드백이 시작된 만큼 ETF 상품의 상세내용(S-1)까지 확정되는 것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 가격은 현물 ETF 승인 직전인 24일 오전 5시 15분 3671달러에서 승인 후인 12시 경에는 3822달러로 올랐다. 15시 기준 이더리움은 37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일 최고가는 23일 오후 9시 40분의 3935달러다.

전문가들은 SEC가 단기간 내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다고 말한다.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임인호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 SEC는 5월 초까지도 가상자산 산업 규제를 강화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입장을 공식화했다.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유권자 층은 남성과 18~54세 연령층인데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과 겹친다. 민주당이 반 가상자산 정책을 지속한다면 남성과 젊은층 중심의 표심을 잃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연구원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자산 친화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며 민주당 측도 디지털자산에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 승리시 SEC 위원장이 교체될 수 있는 등 정책적 영향이 지대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21일 미국 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모금페이지를 개설하며 암호화폐로 기부금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SEC가 자산운용사에게 19b-4를 수정제출하라고 요청한 다음 날이다.

이튿날에는 의회의 암호화폐 규제 완화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백악관은 미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T21)'과 관련해 "디지털 자산에 포괄적이고 균형잡힌 규제 프레임워크를 보장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그간 암호화폐에 폐쇄적이었던 우리나라 역시 차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복현 금감원장은 SEC를 방문해 겐슬러 위원장을 만나 비트코인 ETF의 승인 배경을 청취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해 우리의 제도는 이러한데 SEC는 어떻게 해석해서 이렇게(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하는지 물었다. 어느 범위를 금융상품으로 보는지 알아야 향후 미국 규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시장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는 국내 도입 여부를 떠나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적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를 들어 금융투자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하는데 관련된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현물 ETF가 현행법 위반이라며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 따르면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 변화에 연동돼 운용된다. 기초자산에는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만 있을 뿐 디지털자산은 없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 암호화폐 ETF 중개도 불가능하다. 지난 1월 12일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디지털자산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자본지상법 개정이 강하게 추진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디지털자산 ETF 발행·상장·거래는 물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 허용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2월 21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한국만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유출 등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는 점도 현물 ETF 도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해당 법률은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디지털자산 관련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시에는 과징금 부과는 물론 형사 처벌까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불공정 거래를 막을 장치가 없었지만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고 관련 법이 안착하면 후속 논의가 본격화 할 수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3월 라디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려면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하반기쯤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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