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왕의 전설 미륵사지 석탑, 온전한 모습 드러냈다
상태바
무왕의 전설 미륵사지 석탑, 온전한 모습 드러냈다
  • 김현민
  • 승인 2018.06.20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간 수리작업 마무리…오는 12월까지 주변 정비 후 공개

 

백제 서동(薯童)왕자와 신라 선화(善花)공주의 러브스토리를 전해주는 「삼국유사」 무왕편(제2권 기이 제2)에는 이런 얘기가 실려있다.

 

하루는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행차하던 중, 용화산 아래 큰 연못가에 이르렀다. 그때 미륵삼존이 연못 속에서 나타나자 왕은 수레를 멈추게 하고 경의를 표하였다. 부인이 왕에게 말하였다.

“이곳에 큰 절을 짓는 것이 진실로 제 소원입니다.”

그래서 왕이 이를 허락하고 지명법사에게 가서 연못을 메우는 일에 대해 묻자,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밤만에 산을 무너뜨려 연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다. 그래서 미륵삼존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고 전각과 탑과 회랑을 각각 세 곳에 만들고는 미륵사(彌勒寺)라고 하였다. 진평왕은 수많은 장인들을 보내어 절을 짓는 일을 돕게 하였는데, 지금도 그 절이 남아 있다.

 

그 미륵사의 절 터가 익산시 금마면에 있다는 사실에서 익산은 ‘무왕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익산의 왕궁가 사찰은 누구의 것일까. 무왕의 왕궁이요, 사찰일 것이다.

 

익산 미륵사 터에는 원래 미륵사 터에는 원래 세 개의 탑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6층까지만 남고, 대부분 파손되어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은 서탑으로, 고려시대에 벼락이 떨어져 파손된 것을 일제 강점기에 허물어진 부분을 시멘트로 씌워서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 1910년대 미륵사지석탑과 수리직전의 석탑(동측면) /문화재청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20년간의 수리작업을 마치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을 20일 공개했다.

국보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석탑은 1998년 전라북도의 구조안전진단에서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 문화재위원회가 해체·수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조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학술·기술 조사연구,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시행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지난해 12월 원래 남아있었던 6층까지 수리를 마쳤다. 오는 12월까지 석탑 외부에 설치된 가설시설물의 철거와 주변 정비까지 마무리하고 내년에 수리 준공식을 열어 보수정비 사업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인 수리를 진행한 사례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 따라 학술조사와 해체·수리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원래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문화재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1910년대 미륵사지석탑(서측면)과 수리직전의 석탑(남동면) /문화재청

 

익산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 대에 창건되어 조선 시대까지 유지되었던 사찰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규모와 가람배치의 특징 등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미륵사에 있었던 3개의 탑 중 서쪽에 위치한 석탑으로써 현존하는 석탑 중 최대 규모이며, 백제 목조건축의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양식의 석탑이다. 조선 시대 이후 석탑은 반파된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아있었는데 1915년 일본인들이 붕괴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했다.

 

▲ 익산 미륵사지 석탑 수리 후 모습(동쪽 옆 모습) /문화재청

 

2009년 1월 석탑 해체조사 과정에 1층 내부의 첫 번째 심주석에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가 발견되어 학계, 불교계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석탑의 건립 시기(639년), 미륵사 창건의 배경과 발원자 등이 밝혀졌으며, 이후 수습한 유물들이 학술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최근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정비를 마치는 12월부터는 미륵사지 석탑의 완전한 모습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그동안의 수리 과정과 결과를 담은 보고서 발간, 기술교육, 학술행사 등을 통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