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라인의 실수 그리고 일본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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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라인의 실수 그리고 일본의 한계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5.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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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국내 경영자가 가장 정복하고 싶은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이나 중국을 꼽지만 아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코리언드림을 이룬 기업가는 많다. 미국, 중국, 유럽에 가면 국내 대기업의 위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가들에게 난공불락의 영역이 있으니 그 시장이 바로 일본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2000년 일본에 판매법인을 설립했지만 연간 판매 대수가 2000대 미만에 그치는 저성과만 거듭하자 2011년 사실상 일본법인을 철수했다. K-콘텐츠 열풍을 선도하기 위해 CJ E&M은 일본의 3대 메이저 스튜디오 T-JOY(티-조이)그룹과 합작법인을 2010년 설립했으나 7년 만에 일본 배급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라인의 실수, 일본시장 장악을 위해 일본과 손잡다

일본은 철저하게 자국 제품과 상품 아니면 외국 제품에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아이폰, 메타 등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시장 지배적인 제품만 일본 고객의 마음을 꿰뚫었을 뿐 국내 기업에게 일본 시장은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너무 먼 나라에 속한다. 일본 시장 1위는 기업가들에게 꿈의 목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내 모든 통신, 소통 수단이 단절되자 이해진 GIO(글로벌투자 책임자)는 일본 내 검색시장 개발에서 ‘지인 간 소통 수단’으로 라인 개발을 전환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일본 시장에 올인, 출시한 라인은 출시 1년 7개월 만에 1억명의 회원 수를 돌파했다. 네이버는 일본에 깃발을 꽂았다.

일본 인구의 80%가 라인 메신저를 활용하자 일본은 라인에게 국적을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미국 등 글로벌 기업도 아닌 한국의 IT기업에게 자국 시장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그들의 공세는 노골적이고 때론 위협에 가까웠다. 그때마다 라인의 국적을 ‘글로벌’이라고 언급한 네이버는 결국 2019년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에게 맞서기 위한 승부수라기보다는 일본 언론과 정치권, IT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국적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라인은 이후 도쿄에 본사를 두고 CEO와 이사회의 과반을 일본인으로 구성하는 등 일본의 국적 공세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고 끝에 이사회까지 넘기는 악수를 두었다. 

네이버의 오너 이해진 GIO는 각각 50%씩 출자했기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동반자 관계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50%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사회까지 일본인으로 구성한 일본 정부와 손정의 회장의 생각은 그때부터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시장 공략에 집착한 나머지 그들에게 권한을 넘긴 대가는 잔혹하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한계, 디지털 패러다임을 위해 무리수를 던지다

일본이 라인을 공략한 이유는 1차적으로는 안보에 있다. 한국의 국정원이 네이버의 라인을 통해 일본인의 일상을 살펴본다는 일본의 언론 보도는 안보 불안을 유발시키는 전형적인 프레임 공략이다. 그러나 2차적으로는 아날로그 기술의 완성도와 깊이에만 여전히 집착하는 일본의 갈라파고스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IT 및 기술의 패러다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지 오래다. 기술경영에서는 이를 통합형(Integral)에서 조합형(Modular)으로의 전환으로 부른다. 일본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부품의 기능과 구조를 연결하는 섬세한 기술적 완성도에서 PC처럼 부품 기능과 구조가 1대1로 단순화되는 구조로 제품 성격이 뒤바뀌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기술적 완성도에만 집착한 나머지 IT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일본의 전자·자동차 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디지털 패러다임을 주도한 글로벌 기업에게 산업 패권을 완전히 넘겨주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몰락하고 구글과 애플이 부상함과 동시에 네이버와 중국 기업이 IT 열풍을 주도하면서 일본의 위기는 커져갔다. 

하드웨어 제품개발력에 강한 일본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플랫폼과 인프라 조성에 유독 취약하다. 라인 하나로 금융, 쇼핑, 콘텐츠 등을 이용하고 각종 행정 처리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경험을 통해 일본은 자국 내 데이터의 유출 그리고 더 나아가 디지털 패러다임 경쟁에서 영원히 밀리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라인에 욕심을 내는 건 불안함이 이전보다 한층 더 커졌다는 뜻이다. 아날로그에 강한 나라가 디지털 플랫폼을 손에 넣는다고 그 플랫폼의 효과를 네이버만큼 구현할지도 의문이다. 일본은 글로벌 시장 흐름과 트렌드 파악에 여전히 미숙하다. 부족한 경쟁력을 ‘찬탈’로 메우려 한들 메워지지 않는다. 

7월 1일로 예정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보호 예방 조치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매각 등 경영권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당 이슈는 소강 사태로 접어들었다. 라인 사태를 통해 이해진 GIO는 값 비싼 수업료를 치루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수업료를 냈다고 봐야 한다. 그 누구도 일본 기업을 이젠 믿지 못하니 말이다. 

폐쇄적으로 운영한 기업과 국가는 결말이 좋지 않았다. 역사의 교훈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2024년 2월에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학술연구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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