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무섭게 발전...가상자산 수사, 민간에 일부 맡겨야”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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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무섭게 발전...가상자산 수사, 민간에 일부 맡겨야”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인터뷰 ②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5.2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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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시장 현장을 가다] ⑨-2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중앙기관이 전 분야 전문성 가질 수 없어
美 FBI, 가상자산 수사 민간에 개방
민간 전문성 활용시 범죄수사 고도화
당국 수동적 규제..."더 잘할 수 있어 안타까워"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준호 기자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준호 기자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혁명을 타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필두로 증권,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 음원 등 모든 자산이 토큰화하여 국경을 초월해 거래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동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블록체인 사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애로 사항을 듣는 동시에, 사업 전략 등 청사진을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으로 제도, 시장 등 다각적 측면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디지털시장 선도국이 되기 위해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1편에서 계속

-금융당국은 범죄자를 두고만 보는 것인가
그렇다기 보다는 인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세상은 점점 세분화하며 극단으로 가고 있다. 어느 중앙화된 기관 하나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끝까지 가질 수가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블록체인 같은 특수 분야는 전문가가 감시기관에 컨설팅 몇 번 간다고 뭐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 기관 특성상 예산, 인력, 체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2~3년 째 유지되고 있다. 법은 굉장히 명확해야 하지 않나. 어떤 목적일 때 금지하고 어떤 때 처벌하고 등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이나 가상자산 이용자에 관한 법률은 사실상 선포에 가깝다. ‘우리는 사용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개념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거지?’ 싶어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버전2로 찾아뵙겠습니다’다. 이 상태로 끌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을 거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나
수사 일부를 민간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탐정 제도나 포렌식처럼 말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미 굉장히 많이 개방했다. 누구보다 전문가를 많이 갖고 있는 집단임에도 민간에 전문가가 훨씬 많고 수준이 높다는 걸 인정한 거다.

지금은 3일에 한 번씩 신기술이, 일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툴(도구)이 탄생하고 있다. 엊그제는 ‘Chat GPT 4o(챗 지피티 옴니)’가 나왔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가 곧 실생활에 출현한다. 이 분야에 있는 사람이 보면 솔직히 기술 발전 속도가 두려울 정도다.

요즘 10대 마약 범죄가 굉장히 많지 않나. 이들은 일단 마약을 구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검색 몇 번으로 30분만에 자산 익명화와 돈 세탁법을 배우는 애들이다. 최신의 돈 세탁 기술을 최첨단에서 활용하는 거다. 기존 수사 관점에서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나.

차라리 민간 영역에 넘겨서, 예컨대 ‘얘네 잡아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정말 우리 같은 기업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다크웹 돌아다니고 인맥에 수소문하고 정보 캐내면서 수사 기관에 넘길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만 돼도 좋을텐데 지금은 너무 닫힌 느낌이다.

물론 수사의 일부를 외부에 넘기기에는 책임 소재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의 관치 성격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금융감독원에서 쥐어야 하고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 대의 자체를 놓을 수 없다는 건 알겠다. 그럼에도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대국적으로 바라봤을 때, 나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말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당시 '일단 시작부터 하고 문제 생기면 그때 규제하자'로 성장한 나라 아닌가? 잃을 게 많아진 시점부터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한 것 같다. 들이받아본 후 문제를 찾자는 마인드로 조금은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문제가 됐던 당국 규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문제라기보다는 안타까웠던 사건이 하나 있다. 덮어놓고 ICO(가상자산공개)를 금지한 일이다(금융위원회는 지난 2017년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말 한마디로 ICO를 금지했다는 자체도 문제지만 그 말 한마디에 업체가 다 움직였다는 게 더 큰 문제를 낳았다. ICO를 계획하고 있던 많은 정직한 기술기업들이 전부 고사했다. 반대로 그 말을 무시한 채 ICO를 강행한 사람들은 돈을 굉장히 많이 벌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 사기를 치더라도 해야 돼’ 했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엑싯(탈출)을 했다.

잡히지도 않았다.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았으니까. 말만 갖고 어떻게 처벌을 하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ICO라는 게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잘해보려는 사람은 망하고 사기꾼만 돈을 벌었다. 그 이후로 ‘이게 돈이 되는구나’ 하면서 블랙 시장이 커진 거다. 개인적으로는 ICO 금지에서부터 모든 게 꼬였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근간부터 흔든 사건이었다.

-그 사기꾼들은 아직도 안 잡혔나?
이미 다 끝났다. 잡힐 이유가 없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처벌 근거 자체가 없었다. 다단계 방식이었는데 범죄가 성립하지 않았다.

코인 다단계는 ‘당신이 나에게 100만원을 주면 100만원어치 코인을 주겠다. 나중에 10원으로 폭락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분명 1000원까지 오를 것이다. 믿고 사봐라’ 식으로 이뤄진다. (코인 가치가 폭락해도) 코인 100개를 건넸다면 약속을 지킨 거다. 그래서 도의적 문제는 있었지만 사기라고 볼 수 없었다. 이 교묘한 선을 탄 악인들이 돈을 번 거다. 유망 기술기업들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망했고.

차라리 증권거래소에서 IPO(기업공개) 신청하듯 ICO도 사업계획서, 신고서를 다 제출 받아 허용해줬다면 준비된 기업들이 시장을 잘 형성했을 것이다. 말로 대충 사기 치려는 애들은 못했을 거고.

물론 지금은 처벌 받는다. 현행법에서는 실질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팔면 사기다. 구매자가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걸 노렸기 때문이다. 한창 코인 붐이 일었던 시기에는 모두가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몰려들었다.

-지금도 코인 불법 다단계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있는 정도가 아니다. 많다. 굉장히 많다. 역삼역, 선릉역 근처에만 수십 곳이다. 거기 가면 노인들이 다단계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서 교육 받고 강의 듣고 계신다. 사무실도 되게 화려하다. 설명도 워낙 있어보이게 잘 하니까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통 이런 업체들은 신고하지 않고 일을 한다.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은 모르나
'모르는 거 반, 아는데 어떡하지 반'인 것 같다. 사실 다단계는 근본적으로 피해자가 곧 가해자다. 다단계 네트워크를 설계한 사람이 10명에게 코인을 팔고, 10명이 또 다른 10명에게 파는 일이 반복되지 않나.

그럼 참가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이들이 그 사실을 모르느냐, 아니다. 다 알면서 한다. 내 아래 몇 번째까지는 내게 돈이 되니까. 이 구조가 계속되면 맨 마지막 누군가가 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걸릴 이유도 명분도 없다.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아예 이 시스템을 공모한다. 일단 자기가 돈을 벌어야 하고 실제로 벌고 있으니까. 시스템은 한동안 유지돼야 한다. 만약 수사가 착수되면 적극적으로 변호한다. 이건 정말 잘 될 사업인데 왜 멀쩡한 사업가를 괴롭히느냐면서 시위하고 민원을 넣는다.

그러다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 ‘나도 속았다’며 피해자로 돌변한다. 자기 돈 다 날렸다면서 갑자기 경찰서로 달려간다. 이런 구조다보니 당국에서 인지를 하고 있더라도 터질 때까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지금 들어가봐야 민원 테러할텐데 그냥 하라고 해’ 식이다.

-당국의 역량 부족인가
아니다.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금융정보분석원이나 금감원이나 정말 대단하고 출중한 분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본인 전문 분야가 아닌 쪽까지 하려다보니 그 역량이 굳는 느낌이다.

결국 국가기관이지 않나. 국회에서 법안을 만들어줘야 거기 맞춰 뭘 하든 말든 할텐데, 하는 정치적인 문제도 조금 있는 것 같다. 온전히 그들만의 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찾을 수 있다. 당국의 강점과 민간의 전문성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더 솔직하게는 민간의 전문가들을 당국에서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

전통 금융 시장은 워낙 오래된 레거시 사업이라 이미 시스템이 다 보완돼 있지 않나.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영역은 짧은 시간 안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느긋한 게 아닌가, 기존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미국도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의회 내에서도 의견이 굉장히 많이 갈리기도 하고. SEC(증권거래위원회)도 국내와 같은 고민거리를 가진 것 같다. 신금융 시장이 SEC 컨트롤 하에 있어야 하는데 자꾸 빠져나가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보니 어떻게 규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고민하는 중이다. 아마 우리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너무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거다. 우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돈도 안되는 분야에서 사회 정의 하나 보고 몇 년째 열심히 뛰고 있다. 규제를 논의할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거나, 불법을 수사할 때 우리에게 물어 서로 지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길바닥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럴싸한 회사’는 우리 밖에 없다. 밝은 영역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이들 중에서는 우리가 블랙마켓 사정을 제일 잘 안다고 자부한다.

-당국 말고 대중에게 홍보할 내용은 없나
사실 우리에게 대대적인 홍보는 의미가 없다. 뭔가를 결제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다보니 홈페이지에도 별 내용이 없다. 애초에 우리 아이템 자체가 자세하게 설명할수록 어렵다. 완전히 좁은 분야고 특수한 분야다. 단순히 수사기관 형사과 소속이라고 해서 아무하고나 얘기하면 서로 말이 잘 안 통한다. 광역수사대 금융범죄부라고 딱 집어야만 업무를 함께할 수 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은행 내부의 대포통장, 작업대출 판별, 금융 리스크 부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같은 은행 담당자라 해도 상품기획부, 신사업부 등과 얘기하면 잘 모른다. AML(자금세탁방지) 부서 사람들하고만 얘기가 된다. 

이렇게 특수한 영역, 좁은 영역을 담당하다보니 사실 홍보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리고 굳이 홍보를 안 해도 알아서들 잘 찾아오신다.

-온클레브의 목표는 뭔가
당장은 이 분야에 아예 자리를 잡는 거다. 대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규제·감시기관이든 점점 전문성이 끝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다. 이는 점점 강화될 거다. 한 집단 내에서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조직이 커질수록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회사들과 협력을 하지 않나. 옛날 같으면 금융지주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요새는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들과 많이 협업한다. 이 흐름이 점차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이 금융 리스크 관리, 세탁자금 추적 등에서 기술 전문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 그 어떤 큰 기관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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