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지금 대한민국에 위기의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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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의 블록체인 아카이브] 지금 대한민국에 위기의식은 있는가
  •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5.20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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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컨퍼런스 참석차 홍콩에 왔다. 5월 17일, 세계 금융 업계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은 2024 위키 파이낸스 엑스포가 홍콩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위키 파이낸스 엑스포의 주제는 블록체인과 Web3.0 이었다. 오프라인 현장에 약 5천여명, 온라인에 약 140만명이 참여하며 현재 홍콩에서 블록체인과 웹3가 얼마나 중요한 주제인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홍콩은 지난달에도 웹3 페스티벌을 개최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번 행사에도 전통금융기업, 크립토기업, 규제기관 등 300여 개가 넘는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여 규제 준수, 외환, 결제, 블록체인, 암호화폐 투자, 메타버스, NFT, 게임파이, 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금융기술을 선보이고 또 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나이지리아 증권위원회 위원장, 자메이카 금융위원회 상임이사, 호주 디지털금융표준위원회 위원장 등 글로벌 금융 규제 리더들이 발표와 연설에 참여하였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을 통한 규제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저스틴 선, HTFX, GTC캐피탈 등 업계 선두주자 리더들이 강연자로 나서 웹3와 블록체인이 금융에 가져올 무한한 기회, 암호화폐 시장 전망, 해외 투자 동향 등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혁신에 미칠 지대한 영향에 대한 기대가 큼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은 명실상부 세계 금융의 중심지였다. 유연하고 자율성이 높은 정책과 제도 환경을 기반으로 국제비즈니스 친화적인 외환 규제 환경과 세금 제도 등을 제공하며 50년이 넘게 전 세계 최고의 경제자유지역 타이틀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중국의 간섭 심화 탓에 2023년 싱가포르에 1위 자리를 내주며 기업과 인재가 유출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느낀 홍콩의 에너지와 열정은 혁신을 향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위기의식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탓인지, 규제기관과 전통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함에 있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홍콩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에너지는 실제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홍콩증권선물위원회(SF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6개의 상장을 승인했고, 정부는 가상자산 장외거래 규제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동일 사업, 동일 위험, 동일 규칙이라는 SFC의 규제 철학에 따른 것이다. 

또한 홍콩 정부는 웹3 혁신 센터를 설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등 스타트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이버포트 액셀러레이터, 크리에이티브 마이크로 크레딧 펀드, 투자 펀드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혁신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혁신의 기회와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모바일을 통해 혁신하고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만들어지던 시기 일본은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며 철저한 소외를 겪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웹3라는 새로운 변화를 그 어느 곳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민당이 웹3 관련 백서를 발간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합법적 발행을 허용하는 한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의 축사로 나서기도 했다. 법 개정에 따라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권의 대형은행들이 주도하여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럼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부산과 인천 등이 홍콩의 뒤를 잇거나 이를 뛰어넘는 국제도시, 금융도시가 되겠다고 비전을 선포하고 여러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으나 결과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은 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라는 지위를 획득하고 있기도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블록체인과 금융을 연결하는 것은 그 어느 일보다도 어렵다. 그나마 법제화를 기대하고 있던 STO 법안마저 이번 21대 국회 내에서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 등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 곳들도 있어 산업계의 불만을 초래하며 혁신의 에너지를 끊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까 두렵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 발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2024년 내 법제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상위권 국가와 도시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갈라파고스화된 금융 환경에 안주하며 한없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기의식 없이는 혁신도 없다. 금융 선진국의 혁신 열기에 주목하고, 우리도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와 혁신에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석사과정 주임교수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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