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투명한 세상...불법 자금 결국 덜미 잡혀"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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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투명한 세상...불법 자금 결국 덜미 잡혀"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인터뷰 ①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5.17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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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시장 현장을 가다] ⑨-1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

"가상자산 거래내역, 블록체인에 영원히 기록"
AI 활용해 불법 자금 추적...수사기관과 공조
"성실히 사는 사람 박탈감 느끼지 않길"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핀테크랩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박준호 기자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핀테크랩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박준호 기자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혁명을 타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필두로 증권,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 음원 등 모든 자산이 토큰화하여 국경을 초월해 거래되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동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블록체인 사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애로 사항을 듣는 동시에, 사업 전략 등 청사진을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으로 제도, 시장 등 다각적 측면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디지털시장 선도국이 되기 위해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가상자산 거래의 익명성은 잠깐이고 거래기록은 영원하다"

이재원 온클레브 대표의 불법 가상자산 추적은 여기서 시작한다. 온클레브가 블록체인 내에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암호화폐 거래기록을 좇아 지갑주소를 알아내면 수사기관은 그 지갑 속 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현금화되는 때를 포착한다. 지갑 주인과 불법 자금이 일치되는 순간이다.

이재원 대표는 "코인을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언젠가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암호화폐 지갑 간에, 즉 온체인 거래를 해도 결국 거래소에서의 현금화가 필수다. 당장의 익명성이 보장돼도 한번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내역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불법 가상자산은 나중에라도 분명 덜미를 잡힐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온클레브는 금융범죄수사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금융정보 분석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업체다. 주요 기술인 ‘Arrest BC’는 AI를 활용해 가상자산 데이터와 네트워크 처리·분석시 악성 동작을 감지한다.

마약, 성매매, 다단계범죄, 자금세탁 등에 익명성이 뛰어난 암호화폐가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불법 자금 추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사법을 기사화해도 되는지 묻자 이재원 대표는 ”상관 없다. 이건 우리 추적 기법 중 극히 일부“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일이 일이다보니 각종 유혹도 만만치 않았다. 수사망에 걸리지 않는 불법 다단계 네트워크를 구현해달라며 거액을 싸들고 오거나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큰 돈 벌려면 이 일을 안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재원 대표는 ”슬픈 얘기지만 애초에 이 정도 역량을 갖춘 기업이 이런 돈 안되는 일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온클레브의 매출과 수익은 대부분 정부 지원금, 투자사들의 투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굳이 알리지 않아도 수사기관 등에서 알음알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무엇을 한다는 이야기만 짧게 써놨지 홍보성 내용은 전혀 없다. 어차피 민간 상대로 활동하지 않고 기술적 설명을 대중에게 할 필요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홍보가 많이 돼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당부한 건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전제)였다. 범죄 수법을 대중에 공개하면 범죄자들은 더 음지로 숨어들 것이고 총책과 관리책 간 갈등도 심각해질 수 있어서다. 이는 오롯이 이재원 대표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진다. 국내에 불법 가상자산을 추적하는 업체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무엇보다 그를 가장 주눅들게 한 건 금융당국이었다. 인터뷰 내내 현행 암호화폐 수사제도의 문제점, 당국 규제의 안일함을 지적했지만 기사화 때는 톤다운을 부탁했다.

이재원 대표는 "당국을 이해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정부 기관 특성상 예산, 인력, 직급 체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작은 스타트업이 뭘 안다고 떠드나'라고 받아들이실 수 있지 않겠나. 잘못하면 찍힐까 봐 조금 무섭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체 왜 이 사업을 계속하는지 궁금해졌다. “돈도 안 되고 당국 눈치도 보고 신변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일을 왜 하나?” 묻자 그는 답했다.

"범죄자들 때문에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사람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서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 정말 너무 많다. 이미 범죄 수익과 범죄자가 해외로 빠져나가고서야 의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 목표는 부정 수익을 밝히고 범죄자를 처벌 받게 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힘 내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하고 싶다.“

온클레브 홈페이지 내 몇 글자 되지 않는 회사 소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회 정의를 실천하고 최신 솔루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우리의 미션이다. 

다음은 이재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온클레브는 어떻게 설립된 회사인가?

지난 2016~2017년 우리나라에 처음 코인 붐이 일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사기꾼이 정말 엄청 많았다.

우리는 기술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팀이다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여러 미팅이나 컨퍼런스를 다니면서 얘기를 들어봤다. 대부분 기술에는 별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키워드로 돈을 빨리 벌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돈을 아주 많이 벌었다.

우리는 회의감이 들었다.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 이상한 지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어느 날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코인 관련 수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를 지켜보니 괜찮을 것 같다고. 도와달라고. 그렇게 경찰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 수사는 마약 쪽에 집중돼 있었다. 마약 거래를 할 때 코인으로 많이 주고 받으니까. 용의자를 잡을 수 있도록 불법 코인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그러다 차츰 업무가 확장했다. 경찰 수사 프로세스에서 현직 수사관들이나 내부 소프트웨어나 다들 매끄럽지 못했다.

”이거 왜 안돼? 이렇게 하면 안돼? 조금 더 쉽고 편하게 할 수는 없나?“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당시 우리는 업체가 아닌 팀이었는데 경찰들의 이런 반응을 접하다보니 ‘이거 사업화 할 수 있겠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회사를 차린 게 온클레브의 시작이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이 생명인데 그 주인을 어떻게 밝혀내나. 수사 방법이 궁금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수사 전체를 하는 게 아니다. 수사 내의 가상자산 자금 흐름을 확인할 뿐이다. 우리 일은 이 거래가 당사자들 간 거래가 맞는지 확인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돼 있다. 암호화폐의 주인을 특정할 수도 없다. 그건 경찰 일이다.

보통 일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누군가의 마약 투약 사실이 적발됐다고 하자. 그도 누군가에게서 마약을 샀을 것이다. 어디서 샀냐고 물었을 때 클럽이나 여타 등지에서 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텔레그렘에서 코인으로 샀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우리 일이 시작된다.

구매자는 자신에게 마약을 판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마약 구매를 위해 코인을 특정 주소로 보냈다는 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우리는 그 주소를 확인한다. 거래소 주소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개인지갑 주소다. 이게 돈세탁을 거쳐서 거래소로 간다. 일련의 과정을 추적하는 게 우리 일이다.

거래소로 간 게 확인이 되는 어느 지점에 '거래소로 들어간 이 지갑이 누구 것인지 확인할게요'는 경찰이 영장으로 행정절차에 돌입하는 영역이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돈이 거래소에서 움직였다는 게 확인되면 경찰은 영장을 발부 받아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 뿐 아니라 개인 지갑에 있는 것도 추적할 수 있다. 단 특정 지갑으로 갔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 지갑이 누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잡힌다. 코인을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굉장히 적어서 결국 현금화 해야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지갑간 거래로 손바뀜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거래소를 통해 언젠가는 현금으로 바꿔야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럼 그 시점에 잡을 수 있는 거다.

블록체인이 익명성에 특화됐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중요한 건 거래 기록이 영원히 남는다는 거다. 그래서 '언젠가 네가 코인을 돈으로 만드는 순간 잡힌다'가 가능하다.

-Arrest BC가 데이터 네트워크 처리·분석시 악성 동작을 추적한다고 했는데 악성 동작이 뭔가?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돈 세탁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쪼갰다 붙였다를 굉장히 많이 하는 거다. 통장에서도 100명에게 돈을 보내고, 그 100명이 또 다른 100명에게 보낼 수 있지 않나. 이 과정을 거친 후 자금을 한데 모으면 확인하는 데 한세월이 걸린다. 다만 은행은 한계라는 게 있어서 검사나 수사관이 번호를 확인 확인하다 보면 언젠가 나온다. 쉽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가능은 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전산이라는 시스템에서 움직인다. 시스템 상에서 100만개를 쪼개 보내고, 다시 100만개, 100만개를 반복하면 이건 사람이 절대 분간할 수 없다. 이 부분을 AI를 활용해 최대한 패턴을 찾고 자동화할 수 있으면 훨씬 쉽게 잡을 수 있지 않겠나. 이 기술이 Arrest BC에서 어느 정도 구축됐다.

이외에도 기초적인 자산세탁 방법으로 풀 방식과 해외거래소를 통하는 방식이 있다. 거래소에 비트코인으로 들어가서 다른 코인으로 출금하는 것도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어쨌든 우리는 최대한 AI로 분석해서 상관관계를 유추해낸다. 기법을 성공시켜나가고 기술을 강화하면서 우리만의 강점을 키우고 있다. 

-자금 추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트론만 가능한가?

수사에 필요한 코인은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다. 우리가 상시 지켜보는 게 셋일 뿐이다. 트론은 지금 국내에서 지하 자금이 이걸 통해 많이 움직이고 있어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 암호화폐와 관련한 지하자금이 많나

굉장히 많다. 마약, 카지노, 성매매, 술집, 불법 토토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얼마 전에 언론 보도가 나지 않았나. 국내 온라인 사행성 도박 시장이 역대 최고치를 찍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십조원을 넘었다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온라인 불법도박 규모는 전년 대비 55.2% 증가한 37조5059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토토로 탕진하는 게 정말 많다. MZ 조폭들도 옛날처럼 패싸움하고 이런 건 거의 없다. 보통 다들 토토 사이트 운영하거나 코인 사기치는 쪽이라고 보면 된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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