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지갑 디센트·위핀 서비스 업체
시장 불황기에도 기술개발·마케팅 등 지속
한국 기업들도 태동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블록체인 사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애로 사항을 듣는 동시에, 사업 전략 등 청사진을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으로 제도, 시장 등 다각적 측면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디지털시장 선도국이 되기 위해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세계를 장악하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나올 때가 됐다. 국경을 타지 않는 블록체인 분야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IoTrust(아이오트러스트)를 구글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유민호 아이오트러스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설정한 자신들의 미래다.
아이오트러스트가 개발한 암호화폐 지갑 디센트는 현재 전세계 220여개국에서 2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폴리곤, 아발란체, 원인치 등 세계 주요 메인넷들을 포함한 제휴파트너사만 111곳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산업은행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캐피탈에게서는 누적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아이오트러스트는 보안 기술력과 혁신 사업모델을 인정 받아 지난 2022년 창업진흥원의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성장세와 시장성을 검증 받아 '아기유니콘 플러스'에도 추가 선정됐다. 창업 9년차, 아이오트러스트는 직원 45명을 둔 연 매출 수십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처음부터 시장에 안착한 건 아니었다. 유민호 CSO는 사업 초기 어려움이 정말 엄청났다고 회상한다.
그는 “2017년 비트코인이라는 게 신문지상에 등장하기 시작할 때 회사를 차려서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던 2018년 중반에 크립토 윈터가 들이닥쳤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야말로 사라진 상태였다. 1년 반 동안 뼈 빠지게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상자산이 천대받았고, 가상 자산 관련 하드웨어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이미 시장이 잘 형성돼 있는 미국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이 시기 유통망을 확보하고 세계 주요 메인넷과 협업하고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디센트를 알리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아이오트러스트를 만들었다.
유민호 CSO는 “약 1년 정도 꾸준히 마케팅을 하다보니 2018년 말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리어답터들이 우리의 하드웨어 지갑(디센트)이 좋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탔다. 이후 2020년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썸머라는 붐이 일어나면서 개인 지갑의 수요가 확 늘었다. 이 바람을 타고 아이오트러스트도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인내, 마케팅, 신뢰형성 기간을 견디면서도 상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했다. 일련의 과정들은 아이오트러스트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시장 호황기,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잘 됐다면 오히려 힘든 시기를 견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힘들 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민호 CSO와의 일문일답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단 어떤 기술인지부터 설명해달라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자산을 다루는 기술이다. 디지털자산을 보관하려면 담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지 않겠나. 블록체인상에서는 이 도구를 지갑이라고 통칭한다.
지갑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옮길 수 있다. 예컨대 내가 비트코인을 10개 갖고 있다면 내 지갑에 '비트코인 10개'가 적힌 게 아니다. 블록체인상의 특정 주소에 기록돼 있다. 여기서 그 주소의 비트코인을 옮길 수 있으면 그건 내 소유다. 이때 옮길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해주는 도구가 지갑이다.
지갑 안의 개인 키를 활용, 전자서명이라는 기술로 특정 주소의 주인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자산을 옮길 수 있도록 블록체인에 요청하는 권한을 가진 게 지갑이다.
-나의 디지털자산을 거래소에 보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지갑을 이용하는 건가?
그건 지갑의 첫 번째 쓰임새다. 내 디지털자산을 내가 직접 보유하고 싶을 때, 내 금고에 내가 보관하고 싶을 때 지갑에 넣는다.
두 번째로는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에 로그인하는 데 쓰인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갑이 필요하다. 예컨대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사고 파는 등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것과 다른 기능들을 이용하고 싶을 때다.
보통 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거치지 않나. 블록체인에 기반한 웹 3 서비스에서는 가입과 로그인 대신 내 지갑을 서비스에 연결하면 그냥 사용할 수 있다. 지갑 주소는 일종의 아이디이며 내가 지갑 소유주라는 걸 증명하면 로그인과 같은 효과가 난다.
-아이오트러스트의 지갑 기술은 무엇인가?
지갑 내 개인 키의 권한은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이 키를 보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크게 두 종류의 지갑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콜드월렛이라고 하는 별도의 장치에 개인 키를 담아두는 디센트라는 하드웨어 지갑이다. 하드웨어 내에서 내가 주인임을 인증하면 자산을 보내거나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 금고 같은 느낌이다.
디지털자산을 지갑 앱에 넣어두려면 해킹의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하드웨어로 구현한 것이다. 보통 크립토 자산을 장기 보유하고 싶은 사람이 사용한다. 거래소가 아닌 탈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상장하지 않은 토큰들을 매매할 때도 쓴다.
디센트는 플래그십 하드웨어 지갑, 신용카드 형태의 하드웨어 지갑 등의 라인업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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