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정 갑론을박]② "경쟁력 제고" vs "부의 재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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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정 갑론을박]② "경쟁력 제고" vs "부의 재분배"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5.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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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정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찬성 "기업 경쟁력 및 경제 활력 제고"
반대 "부의 쏠림 및 양극화 문제 살펴야"
상속세 개편안을 두고 기업 경쟁력 제고 등을 주장하며 찬성하는 쪽과 부의 재분배 등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상속세 개편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든 '더 높은 세율 적용으로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쪽이든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개편안을 반영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어 논란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계와 재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지난 20여년 넘게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은 상속세 개편안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이다.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오는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개편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과 협의를 통해 '유산취득세'로 전환을 전향적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피상속인(사망자·재산을 물려주는 자)이 남긴 재산 총액에 상속세를 매기는 현행 '유산세'에서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책정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을 추진해 왔다. 상속세 개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상속세 개편 내지는 폐지를 주장하는 쪽과 이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을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尹 "상속세는 과도한 할증 과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를 '과도한 할증 과세'로 규정하며 상속세를 낮춰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지난달 20일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도 "많은 기업이 상속세를 신경 쓰느라 혁신은 커녕 기업 밸류업과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상속세 인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재계는 최근 더 나아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한다는 주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법인세율을 낮추고 과표구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상속제도를 개편해 기업 경영 불확실성까지 제거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계는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기업 경영활력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제시한 주요 개선과제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 확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유산세→유산취득세)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현재 50%이며, 기업 승계 시에는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10%를 가산해 과세하는 규정(이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상속세는 소득세를 과세한 후 축적된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과세가 이뤄지므로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이 모두 높은 국가로 부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고 밝혔다. 

재계는 단기적으로 과도한 상속세율을 인하하되, 중장기적으로 사실상 상속세를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자본이득세는 자산을 매각해서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캐나다와 스웨덴 등이 도입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스웨덴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은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상속세제를 2005년 없애고 2세 경영인이 회사를 물려받더라도 이를 팔 때만 세금(30%)을 물리도록 하는 구조의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경우 오너 경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스웨덴식 자본이득세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속세율 인하도 요구했다. 상속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5%로 낮추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을 폐지하는 방안이다. 기업 상속 공제의 사후 관리 요건을 추가로 완화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론 유산세 방식에서 벗어나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유산세는 전체 상속액에 따라 누진세율을 정해 이 세율을 모든 상속인에게 적용하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취득한 재산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부의 쏠림과 양극화 해결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세수비상·양극화 심화 속 상속세 인하는 부당하다"

상속세 개편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상속세의 주요 기능인 부의 집중 완화와 소득재분배에 근거한다. 

지난 3월21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691에서 2017년 0.584까지 점차 낮아졌다. 그러나 이후 5년 연속 증가해 2022년 0.606으로 높아졌고, 지난해는 0.605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가 0.3대(2022년 0.324)인 것과 비교하면 자산 불평등 정도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니계수는 대표적 소득 불평등 지표로 0부터 1까지 수치로 표시된다.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균등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부의 대물림을 방치할 경우 기회균등을 약화하고 사회 불평등이 심해져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정치권에서 상속세 폐지 움직임을 보일 때 빌 게이츠, 데이비드 록펠러, 조지 소로스 등 미국의 억만장자가 상속세 폐지를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속세 개편에 있어 핵심은 대기업 총수에 대한 과세와 경영권 딸린 주식에 대한 과세다. 일각에선 상속세 문제와 맞물린 지배구조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더 큰 원인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 총수 이익을 위해 다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후진적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자본시시장연구원은 지난해 5월 펴낸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상장기업에서는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유인이 높은 반면 무능한 지배주주를 교체하는 건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 수단, 이사회 기능, 기관투자자 기반은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세수부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내역'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갚지 않은 잔액은 모두 32조5000억원이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1분기 대출 잔액이다. 지난해 1분기 잔액(31조원)보다 1조5000억원이 많고, 코로나19가 발병한 2020년 1분기(14조913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쉽게 말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아직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매우 높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의 경우 명목세율에 비해 실효세율은 낮다고 반박한다. 참여연대가 펴낸 '[이슈리포트' 상속세는 정말 혁신의 적인가'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세율은 최대 50%까지이나 2022년 기준 평균 실효세율은 41.4%로 나타났고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을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로 더욱 낮다. 또, 상속세 납부대상이 되는 자산의 상당수는 각종 공제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상속세 실효세율은 결코 높지 않다.

또한 리포트는 대주주 할증 과세가 과도하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현재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하는 경우 중소기업 주식을 제외하고 10% 할증 평가를 하고 있다"라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는 오히려 할인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경영권 프리미엄 현황 분석(2014-2018)’ 자료를 살펴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해당 기업의 시장 가격 대비 49%~68%로 나타났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40% 이상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해 20%로 평가하는 것을 할증이라 할 수 없다는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상속세가 점점 더 심화되는 부의 쏠림 현상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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