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했지만 당당한 신지예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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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했지만 당당한 신지예 “다시 시작합니다”
  • 김현민
  • 승인 2018.06.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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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캐치프레이즈로 도전, 정의당 후보 제치고 3위

 

신지예. 나이 27세. 청년기업 오늘공작소 대표.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다.

놀랍게도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8만2,874표로 1.7%의 지지율을 얻어 4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등 정치거물의 싸움판이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신 후보의 득표율은 높지 않지만, 유의미한 표를 얻었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1.6%)보다 앞섰다.

 

▲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사진

 

신 후보는 개표결과가 밝혀진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오늘 낙선했습니다. 83,000명 가까운 시민들로부터 받은 지지로 1.7%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 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페미니스트가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모두가 평등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시민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세상, 여성의 몸이 여성의 것이 될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이 동네에서 함께 사는 도시, 성소수자가 혐오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가는 도시,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거리, 비인간 동물과 공존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씀 드린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신후보는 선거일인 12일 그의 개인 페이스북에 ‘#시건방진지예“라는 글을 올렸다.

 

▲ 녹색당 로고

녹색당은 2012년 창당했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은 얻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서울시장과 제주지사를 포함해 서울 강남구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지방의원후보 12명, 비례후보 17명 등 모두 32명의 후보를 냈다.

제주도 지사 선거에서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3.5%(1만2,188표)의 지지를 얻었다.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3.3%)은 물론 바른미래당 후보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녹색당은 지방선거를 마친후 당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당선자를 낸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당원들의 선거경험을 늘리고 대중적인 정치인을 만든다는 목표는 일정 정도 달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선거평가를 통해 이 경험들이 다음 선거로 이어지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개표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녹색당 서울시장후보 신지예입니다

기적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저는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가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수많은 시민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골목 벽과 거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말했던 벽보와 현수막은 없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신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자기 해명을 요구받았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신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찬란한 단어를 도시 곳곳에 문신처럼 새기고 싶었습니다. 차마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던 많은 시민이 선거 벽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두근거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보물을 받아보며 짜릿하고, 명함을 손에 잡으며 작지만 벅찬 승리의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키우는 대신 ‘당신을 대변하는 후보가 바로 여기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정치가 배제해온 모든 소수자와 함께 평등의 시대로 넘어가자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낙선했습니다. 83,000명 가까운 시민들로부터 받은 지지로 1.7%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 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페미니스트가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모두가 평등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시민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페미니즘 정치의 용감한 첫걸음입니다.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입니다. 뜨거운 연대의 정신이 차별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역사는 우리들의 한 표를 승리의 시작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세상, 여성의 몸이 여성의 것이 될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이 동네에서 함께 사는 도시, 성소수자가 혐오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가는 도시,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거리, 비인간 동물과 공존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씀 드린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셨던 여러분들을 위해 끝끝내 눈부시게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일상의 정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정치합시다.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싸우고, 성차별과 성폭력 없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정치합시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평등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고, 여성과 청년, 새로운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합시다. 가난 때문에 아프지 않고, 폭력 때문에 죽지 않고, 차별 때문에 병들지 않는 서울을 만듭시다. 덜 일하고, 더 많이 쉬고, 서로 돌보고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어갑시다. 우리가 선거 기간 동안 함께 나눈 꿈을 잊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존경하는 녹색당 당원 여러분. 녹색당의 꿈은 올바른 하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서로를 돌보며, 우정과 환대로 혁명을 만들어가는 정당입니다. 20대 여성 페미니스트를 광역단체장 후보로 추천한 우리의 정당 문화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선거, 저를 지지해주셨던 많은 분들께도 이 소중한 정당의 당원이 되어주시기를 제안합니다. 녹색당은 더 많은 신지예를, 더 많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우리 사회에 배출할 정당입니다. 녹색당을 통해 만나게 될 많은 ‘신지예들’의 용기가 되어주세요.

우리 오늘, 서로의 존재를 축하합시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될 페미니스트 정치와 눈부신 평등의 시대를 열렬히 환영합시다. 그리고 더 많은 동료들을 이 거대한 흐름에 초대합시다.

페미니즘 정치는 이제 시작입니다.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향해, 눈부시게 평등한 시대를 향해 함께 걸어갑시다! 저 신지예와 녹색당은 용감하고 정의롭게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께 이런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선거기간 내내 여러분들을 만나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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