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정 갑론을박]① 고심 깊어진 재계, 경영승계 마지막 퍼즐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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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정 갑론을박]① 고심 깊어진 재계, 경영승계 마지막 퍼즐 상속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4.05.03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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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속세 부담, 지속 경영 어려워"
현대차·한화·HD현대 등 상속세 부담 커져

 

2012년 7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이 런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참관하고 있다. 이 회장 별세 후 12조원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상속세 개편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든 '더 높은 세율 적용으로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쪽이든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개편안을 반영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어 논란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계와 재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지난 20여년 넘게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은 상속세 개편안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이다.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은 2위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10%)까지 더해지면 60%로 가장 높다. OECD 평균 15%의 무려 네 배다. 주요 7개국의 상속세율은 프랑스 45%, 미국 40%, 독일 30%, 이탈리아 4% 수준이다. 캐나다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런 이유로 상속세는 경영권 승계는 물론 기업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부(富)의 재분배 등 상속세의 순기능과 상속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현행 상속세 유지를 밀어부치는 쪽도 있다. 

'상속세 폭탄' 오너 경영 지속 어렵다는 재계

지난 202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대에 달한다. 이들은 2021년부터 5년간 분할 납부를 하고 있다. 매년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고 있다. 경영권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 지분 매각을 할 만큼 상속세가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최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본부장 등 세 모녀는 삼성전자 지분 약 0.5%를 매각해 2조8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유족은 약 6조원의 상속세를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 29.3%로 물납했다. 이로써 정부가 NXC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비교하면 삼성과 넥슨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 회장은 최대 7조원의 상속세가 예상돼 사실상 기업 승계를 포기했다. 서 회장은 향후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는 기업 승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이후 그가 남긴 상속 재산 처리 방법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족간 균등 상속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남긴 ㈜효성 지분율은 10.14%다.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은 효성티앤씨 9.09%, 효성화학 6.16%,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등이다. 

재계에선 균등 상속에 주목한다. 부인 송광자 여사를 비롯해 조현준·현문·현상 3형제가 법정 상속분(부인 1.5대 자녀 1)대로 균일하게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다. 하지만 송 여사가 이 비율을 따르지 않고 장자인 조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 줄 경우 형제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앞서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유언장 없이 별세했을 당시 LG그룹은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지 않고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상속 절차를 마무리했다. 고인이 보유한 지분 11.28%의 경우 구광모 회장에게 8.76%, 장녀 구연경 대표에게 2.01%, 차녀 구연수씨에게 0.51%씩 각각 상속됐다. 배우자 김영식씨는 상속된 지분은 없으나 상속 이전에 4.2% 지분을 먼저 증여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 경영에 상속세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이 올해 초 열린 'CES 2024' 현장에서 HD현대 부스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게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의선·정기선 등 상속세로 골머리 앓는 후계자들

재계 3위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분 상속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넘겨 받아 그룹을 승계하기 위해선 최소 2조2000억원의 상속세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 명예회장이 가진 현대차 지분 5.39%와 현대모비스 지분 7.19% 등을 감안한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록 상속세 부담도 늘어난다. 

정 회장에게 숙제는 또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순환출자 덕에 낮은 지분율에도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적인데 최대 6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승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AS 모듈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지배구조 정점에 두는 개편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의 저항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 승계 행보를 밟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지분 26.6%를 승계 받을 경우 8000억원의 상속세가 예상된다. 현재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26%다.  

삼형제를 중심으로 경영 승계 퍼즐을 맞추고 있는 한화그룹도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65%, 한화에너지 9.7%, 김동관 부회장 4.44% 등으로 구성돼 있다. 2일 종가 기준 김 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5000억원이다. 상속 및 증여 최고세율 60%를 적용하면 상속세는 최대 3000억원이다. 여기에 부동산이나 다른 지분 등 알려지지 않은 재산까지 더하면 상속·증여세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김 회장이 삼형제에게 어떻게 지분을 나눌지는 미지수다. ㈜한화 지분율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 4.44%,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부사장이 각각 1.67%씩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세상을 등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정사진.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용 회장, 상속세 어떻게 해결했나

상속세 마련 방안은 남겨진 사례에 따라 다양하다. 12조원의 역대급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가(家)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본부장 등은 담보대출과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반면 이 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2021년 9월30일자로 의결권이 있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다. 하지만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매각은 한 건도 없다. 대신 2017년 이후 7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 회장은 개인 신용대출과 배당소득으로 상속세 재원을 채워가고 있다. 무분별한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이나 지분 매각이 그룹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21년 첫 번째 상속세 납부 직전 국내 은행에서 5000억원 안팎의 개인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소득도 상속세 재원 마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화재 등으로부터 매년 수천억원 대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그 규모는 매년 3000억원 중후반대 수준이다. 다만 실수령액은 그보다 못 미친다. 절반 가까운 49.5%를 종합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배당만으로 상속세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에서 중요하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을 검토 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오너들은 주식 담보대출 등의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주식을 일부 매각한다면 우선순위는 지배구조에 영향이 적은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순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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