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브리프] 동남아, 이상 고온...'체감 온도 40도 넘게 올라 사망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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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브리프] 동남아, 이상 고온...'체감 온도 40도 넘게 올라 사망자 속출'
  • 호치민=강태윤 통신원
  • 승인 2024.05.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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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임시 휴교령 발동
태국, 이상고온에 사망자 30명 넘어서
방글라데시, 섭씨 43도 이상고온에 학교 폐쇄령
강태윤 통신원
강태윤 통신원

[호치민=강태윤 통신원] 동남아시아의 폭염으로 인해 많은 학교가 문을 닫고 건강 경보가 발령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필리핀 교육부는 지난 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공립학교의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 필리핀 교사 존엄 연합(Teacher's Dignity Coalition)의 벤조 바사스(Benjo Basas) 의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난 며칠 동안 학생과 교사가 고혈압, 현기증, 심지어 실신하는 상황이 발생, 임시 휴교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기온은 평균 섭씨 37도 이상까지 치솟고 있으며, 많은 교실에 적절한 냉방시설이 부족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폭염은 국가 경제 생산량의 4분의 3을 담당하는 본섬인 루손(Luzon)의 전력 공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 

태국에서는 방콕을 비롯한 중부 및 북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태국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만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무더위 속에 주민들이 에어컨이 설치된 쇼핑몰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국립 기상청은 산불 위험, 탈수증, 열 관련 질병에 대해 경고했다. 베트남 국영 전력회사는 최근 며칠 동안 기록적인 전력 소비를 언급하며 소비자들에게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주민들은 거의 30년 만에 가장 긴 폭염을 견디고 있다. 3월 말부터 호치민시를 포함한 베트남 남부지역 주민들은 가라앉지 않는 극심한 폭염을 견디고 있다. 기온이 지속적으로 섭씨 35도를 초과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오전 10시에도 수은주 온도는 섭씨 37도에 이르고, 작열하는 햇볕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섭씨 43도에 육박하고 있다. 

남부 지역 기상 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호치민시는 연초부터 2일 까지 74일동안 폭염 일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30년 동안의 가장 긴 기록이다. 이는 기온이 평균적으로 3일 중 2일은 35도를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3월 29일부터 시작된 폭염은 현재까지 34일간 지속되며 1997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으나 아직도 이상 기온현상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 주민들이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중동에서처럼 온몸을 감싸고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베트남 호치민시 주민들이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중동에서처럼 온몸을 감싸고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호치민시 인근 지역인 빈즈엉(Binh Duong), 빈푹(Binh Phuoc) 및 동나이(Dong Nai)등 3개 성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건기(보통 11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지속되고 4월에 최고조에 달함)에 거의 30년 만에 가장 더운 계절이 지속되고 있다. 

동나이성 비엔호아(Bien Hoa)시와 빈푹성의 푸옥롱(Phuoc Long) 타운에 있는 관측소는 각각 1998년 기록 기록인 40도와 38.3도를 초과하는 기온을 기록했다. 빈푹성의 폭염은 현재 49일 동안 지속되어 1998년의 최고 수준과 같다. 빈즈엉성과 동나이성도 각각 50일과 33일 동안 지속되는 유난히 긴 폭염을 겪고 있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기상부는 3일 연속 기온이 섭씨 35~40도사이인 16개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열사병으로 인한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45건의 열 관련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싱가포르 기상청은 2024년 기온이 1929년 이후 기록상 4번째로 더운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계속되는 더위로 인해 싱가포르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좀 더 편안한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교복 규정을 완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건기가 길어지고 모기 번식 주기가 빨라지면서 뎅기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으면서 수도 다카(Dhaka)를 포함해 거의 절반에 달하는 지역의 모든 초등학교와 교육 기관을 폐쇄했다. 교육부는 기온이 섭씨 42도를 넘는 피해 지역을 목요일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카의 인력거꾼 샤헵 알리(Shaheb Ali)는 "이렇게 강렬한 더위를 느껴본 적이 없다. 여름이 덥긴 하지만 보통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이번에는 아니다. 사람들이 정말 고생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베트남 남부 기상예보국장 레 딘 꾸옛(Le Dinh Quyet)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 일수가 발생한 주된 이유는 엘니뇨 현상이며, 중앙 및 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을 특징으로 하는 엘니뇨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기온상승이 되어 넓은 지역에서 폭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꾸옛은 또한 금년의 폭염은 엘니뇨에 더해서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의 뜨거운 저기압 지역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인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방의 폭염이 더욱 강열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뜨거운 저기압 지역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 등의 도서부 동남아시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태윤 통신원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후 LG상사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2년부터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현재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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