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도 미북 회담 결과에 싸늘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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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도 미북 회담 결과에 싸늘한 반응
  • 김현민
  • 승인 2018.06.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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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에 정당성 부여, 북한 핵 보유국 등장, 과거보다 후퇴한 합의”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내 반응은 싸늘하다. 독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등장시켰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은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회담 직후 미국 정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 또는 SNS에 올린 글, 발언 등을 실었다.

 

▲ 로버트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이번 공동 성명은 매우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이며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과거에 보았던 성명들보다 후퇴했다. 검증이나 비핵화 일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비핵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떻게 다시 가입하도록 할지 등도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공동 성명은 매우 일반적이며 채택 5분을 남겨놓고 작성된 것 같다.

김정은이 (한미 양국) 사이를 틀어놓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행복해 할 것이라는 점을 빼면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지방 선거를 치르는데 이번 회담 등 모든 것들의 결과들로 인해 여당이 매우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데 실망한다.

과장된 문구를 남발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목표를 약속하는 회담을 훨씬 선호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진전이며 여전히 이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북한과의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었다. 너무나 실망했다.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외교적으로 북한의 승리이며, 미국은 첫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이라는 무리수를 두고도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

 

▲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 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승자다. 그는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이미 완화되고 있다.

 

▲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 연구원

이처럼 구체적이지 못한 북한과의 합의문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북한은 최종 합의문을 협상의 중간 지점으로 간주하고 상대를 조종하는데 능하다.

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한다. 세부 내용이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결합하면,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한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굳건한 미-한 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다.

 

▲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일본과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 무장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됐다.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회담 결과를 봤을 때 그런 인상을 준다.

 

▲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이번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 관련 내용은 6자회담 합의에서 설정한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며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기로 약속한 반면 이번 공동성명은 일반적인 내용을 담는 데 그쳤다. 또 이번 합의에는 세부적인 검증 절차와 비핵화 일정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트위터

김정은과의 어떤 합의에도 회의적이어야 한다. 현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대신 미래의 전략무기를 제한하는 합의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 이상 북한은 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합의를 내기 위해 김정은을 치켜세우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김정은은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김일성으로부터 가업을 승계받았으며 완전한 괴짜일 뿐 아니라 어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절대 선출될 수 없는 인물이다.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역량에도 못 미치는, 그의 보조 수준의 인물(assistant dog catcher)일 뿐이다.

 

▲ 척 슈머 상원의원(민주)…본회의 연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은 모호하고 검증 가능하지 않다. 반면 북한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수락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권에 이들이 오래 동안 원했던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놓인 것은 북한에게 자신들이 존경 받고 국제사회에 속한다는 명확한 신호 보내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나라 안팎에서 저지른 죄가 용서받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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