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유명인을 먹잇감으로 삼고 악마의 짜깁기를 통해 근거 없는 스토리를 완성해 돈벌이 하는 악질 유튜버, 바로 사이버렉카다.
그들이 생산해내는 악의적인 루머는 때로 ‘취재’라는 외피를 쓰고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유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이나 SNS에 떠돌아다니는 ‘~카더라’를 부풀리거나 팩트로 둔갑시키고 의혹을 제기해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포장하는 것이 이른바 그들 방식의 취재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의 달인들이다.
유튜브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발동해 클릭 장사에 성공할 경우, 또 다른 사이버렉카들에 의해 관련 이슈는 더 빠르게 더 자극적으로 증폭되고 반복되며 재생산된다. 이들에게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은 누군가의 불행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일명 ‘음모론 공장’이다.
피해자의 고통 호소에도 귀 막고,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건 ‘익명성’이 그들에게 꽤 괜찮은 보호막이 돼 주기 때문이다. 목소리조차 AI가 대신해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 통제가 없는 곳에서 사이버렉카들의 미친 칼춤은 ‘표현의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갉아먹는다.
사이버렉카와 전면전 나선 K팝 스타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뉴진스, 보아 등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사이버렉카에 대한 전면전에 나섰다. 선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례는 단연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의 대응이다.
유명 아이돌 스타들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 생산자였던 유튜버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2022년 11월부터 민, 형사 소송과 해외 소송을 진행해 지난해 5월 미국 법원으로부터 정보제공명령을 받고, 7월 탈덕수용소에 대한 정보를 구글 본사로부터 입수하게 됐다. 운영자 A씨를 특정하게 되면서 법적대응 가능성이 열렸고, 법원은 1심에서 장원영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계정삭제와 사과문으로 선처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올린 게시물은 무려 조회수 1억 6천만 회를 기록했고, 그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가짜뉴스에 희생양이 된 이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현재 A씨는 선고결과에 불복해 항소가 진행 중이다. "허위사실인 줄 몰랐다. 연예인에 대한 알 권리 등 공익적인 목적이었다“ 반성대신 내놓은 그의 궤변에 기막힐 따름이다.
뉴진스 측 역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유튜브 계정 ‘중학교 7학년’ 운영자 신원 공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해당 계정은 뉴진스를 비롯한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외모 비하와 조롱이 콘텐츠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계정 운영자는 ”처음엔 아이돌에 관심도 없었는데 재미 삼아 영상을 올리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한다.
소소한 장난에서 출발했다는 이 사이버렉카는 계정이 삭제당한 후에 또다시 동일 콘텐츠로 재계정을 열어 대중을 공분케 했고 얼마못가 이 재계정 역시 삭제됐다. 강경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운영자의 뻔뻔한 장난질이 언제 고개를 들지 알 수 없는 일, 앞으로 미국 법원이 탈덕수용소 운영자와 같은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스타들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해당 연예인과 소속사는 사이버렉카의 행태에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문제라는 인식 못 따라 가는 법적 사각지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10권1호 ‘사이버렉카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사이버렉카가 유명인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응답자의 92%가 이들을 사회문제라고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단죄할 길이 없어 손 놓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 장원영의 사례는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악질 유튜버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이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미국의 사법제도를 이용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소송이전에 문제가 되는 악성 콘텐츠들을 규제할 방법은 없는가. 유튜브는 언론기관이 아니기에 언론중재법 대상이 아니고 방송법 규제도 받지 않는다. 지속해서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법적 사각지대는 익명성과 함께 사이버렉카가 미친 칼춤을 출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돼 준다. 악질 유튜버와 관련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문제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관련법은 잠자고 있을 텐가.
유튜브 역시 ‘고객 보호’를 명분으로 ‘피해자 보호’는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위에 언급된 사이버렉카들의 계정 삭제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또다시 유사 콘텐츠로 유튜브 플랫폼에 발붙이는 일이 없도록 관련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들을 향해 가야할 최종적인 목표는 가짜뉴스를 생산해 얻은 범죄수익 모두를 몰수하는 일일 터.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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