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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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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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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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우연의 예술, 불의 모험... 도자 불때기
<2>공자와 장자, 세계도자기축제를 가다
① 불의 모험

도자기가 예술작품으로서 탄생하기 위해서는 흙, 땔감, 불 이 3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위대한 도자기의 탄생에는 다른 예술작품에는 없는 우연성이란 것이 필요하다. 바로 불이다.

불때기 과정에서는 사기장의 정성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1,250~1,300도 이상의 온도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 고온의 가마에서 도자기가 익는 순간, 가마 안을 날아다니는 재가 기물에 닿으면서 우연한 예술을 창조하기도 하고(요변·窯變이라고 한다), 사기장의 망치에 깨뜨려져 사금파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몇 달 동안 성형한 도자기를 가마에 넣고 불때기를 하기 전에 사기장은 목욕재계하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드린다.

약한 불에는 도자기가 설익고, 강한 불에서는 기물이 녹아버린다. 사흘 낮과 밤을 한잠도 자지 않고 불을 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기장이 되기 위해서는 장작패기 3년, 흙밟기 2년, 보조 3년, 대장 2년의 10년을 거쳐야 되고, 불때기는 도자기 공부 10년 후에도 평생을 공부해야 된다고 한다.

 

▲ 경기세계도자기축제장에 설치된 도자기 조각은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사진=강낙규

 

도자의 고장 광주, 이천, 여주

경기세계도자기축제는 광주, 이천, 여주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특히 세계도자기비엔날레는 2년마다 세계도자기축제와 함께 개최되는데 일반 전시회와는 달리 아방가르드적인, 앞서가는 예술 경향을 보인다. 다소 딱딱하고 어렵지만 새로운 창조의 원동력을 찾을지도 모른다.

도자의 고장 광주, 이천, 여주는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광주는 조선 왕실백자의 제작처답게 국보급 도자기를 이어가고 있고, 이천은 현대도자의 흐름을 창조하고 있으며, 여주는 생활도자기의 중심지다.

2015 비엔날레 행사는 ‘본색(本色·광주), 이색(異色·이천), 채색(彩色·여주)’이란 주제로 도자의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

광주도자기축제는 ‘본색공감(本色共感) - 동아시아 도자에 담긴 전통의 색 공감’이란 주제로 열린다. 곤지암 도자공원 내 경기도자박물관에서 ‘동아시아 전통도예’와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1층 상설전시실에는 도자문화실이 있는데 도자기에 대한 기본 상식을 설명한다. 도자기의 정의, 점토와 유약, 동·서양의 분류법, 한국 전통도자기의 종류와 도자기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알려준다. 또한 동아시아의 자기가 서아시아 및 유럽 도기와 교류하면서 어떻게 세계로 전파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 코너에는 한국도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44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대상 수상작인 ‘각발’은 ‘각진 사발’이란 의미로 백자의 깔끔함과 현대적 세련미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월식’은 빛과 어둠을 형상화했고, ‘분청 보이병차 각단지’는 청결한 방에서 차를 마시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동아시아 전통 도예전’은 한국과 대만, 일본 도예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대만 작품들은 중국 특유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일본 작품들은 아기자기하고 앙증맞다. 우리나라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의 교감을 가진 작품들이다.

경기도 광주는 조선시대에 분원(分院)이 설치된 이래 민영화되기까지 왕실 진상용 백자의 제작을 전담했던 우리나라 유일의 관요였다.

세종 때 벌써 세련된 품질에 대한 명성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특히 조선 후기의 청화백자(1752~1884년 시기)는 상업경제의 발달로 왕실뿐 아니라 사대부와 서민들까지 이를 즐겨 필통, 연적, 필가(붓걸이), 필세(붓을 사용하고 씻는 그릇), 향로, 수반, 화병, 술병 등 선비들의 생활과 정신을 보여주는 문방구와 생활용품이 유행하였다.

분원백자는 조선의 이념을 담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지니고 있다. 분원청화백자는 결백한 백색 바탕 위에 푸른 청정의 색인 청화를 극도로 아껴 찍음으로써 재료에 대한 심미안과 아낌의 미의식을 구체화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을 ‘탐욕’에서 찾았고 그 해결책은 ‘절약과 분배의 정의’에서 찾았다. 조선의 이념인 절제와 검소는 조선왕조와 함께 사라졌지만, 청화백자에서 아직 살아있다.

이천도자기축제는 ‘이색(異色) - 도자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영역 확대’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이천세라피아 내의 이천도자기센터에서 ‘2015 국제공모전’과 ‘수렴과 확산’이란 특별전시가 열린다.

1층 세라믹스 창조공간에서는 도자기와 다양한 분야의 융합 실험공간으로 작가들의 작업을 직접 볼 수 있고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긴 대롱으로 유리 덩어리를 후후 불면서 빙글빙글 돌려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2층 특별전에서는 ‘수렴과 확산’을 주제로 흙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결합해 도자예술의 새로운 잠재력을 실험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현대도자는 흙이라는 재료로 만든 조각이란 점에서 전통도자와는 차이가 있다. 흙으로 만든 양말을 빨래통에 던져 넣는 작품을 볼 수 있고, 컵 빨리 쌓기 게임도 할 수 있다. 수용자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들이다.

3층에는 ‘2015 국제공모전’ 출품작이 전시되고 있다. 전 세계 74개 국에서 출품된 2,629점 중 최종 선정된 97점이 전시된다. 대상 수상작은 영국의 닐 브라운스워드의 작품으로 도자기, 영상, 작업대, 의자 그리고 음향과 전등으로 만든 작품이다.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예술분야의 융합 또는 파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금상 수상작 ‘무너지는 것들’은 영국 출신 앤드류 버튼의 작품으로 작은 벽돌을 페인트와 접착제로 붙여 쌓아올린 형상인데, 무너지고 있는 건축물에서 과거의 기억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여준다.

여주는 생활도자기 생산의 거점답게 산업도자, 생활도자, 기념품 등 실생활에 유용한 도자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전시 주제는 ‘채색(彩色) - 일상 예술 속 현대도자와 타 장르의 협연’. 반달미술관에서 ‘오색일화 - 감각을 채색하다’ 전과 ‘2015 국제 장애인 도예공모전’이 열린다.

1층 세계생활도자관에서 ‘국제 장애인 도예공모전’이 처음으로 열린다. 지적장애인 이소연의 ‘아름다운 집’이 금상 수상작인데 일반인보다 훨씬 풍부한 감성을 표현한 수작이다. 또다른 금상 수상작 ‘우리는 누군가의 봄이다’는 시각장애, 지체장애, 정신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동물농장’이란 작품은 토끼, 아기돼지 등 깜찍한 동물들이 마치 케이크에 사탕으로 장식한 듯한 느낌을 준다. 깨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2층 전시관에서는 ‘오색일화 - 감각을 채색하다’전이 개최되고 있다.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공간이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5차원 공간 같다. 도자기벽의 아름다움은 전시공간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1부 ‘공간을 채색하다’ 전에서는 색과 5감을 엮어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청색과 시각, 적색과 미각, 황색과 촉각, 백색과 후각, 흑색과 청각이 짝을 이루는데, 특이한 시도다. 적색과 미각의 조합인 ‘블루밍 가든’이란 작품은 흙과 설탕을 이용해 봄의 정원을 표현한다. 실제로 맛볼 수도 있다. 백색과 후각은 흰색의 작품과 향수로 후각을 자극하는 공간인데 여인, 새, 고양이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표현한다.

2부 ‘삶을 채색하다’ 전에서는 웹툰과 도자의 융합을 보여준다. ‘도자의 신’이란 작품은 하일권의 웹툰 ‘목욕의 신’을 패러디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이 청자 물빛의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 만화를 형상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플라스틱’이나 ‘쇠’ 소재와는 달리 차가우면서도 미래파의 느낌을 준다.

 

▲ 전통 장작가마의 불때기. 1,300도의 온도로 구워지는 도자기의 완성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우연성이 개입하는 예술이다. /사진=강낙규

 

이제 축제를 즐기자!

전시관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축제를 체험할 차례다.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흙 - 성형 - 불때기의 순서에 따라 먼저 흙 체험장부터 가본다.

광주 축제장에서는 흙놀이방이 있다. 점력이 있는 황토 흙마당에서 그냥 뒹구는 놀이다. 유치원 아이나 초등학생 아이들이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흙을 느껴보는 체험이다. 흙에 대한 친밀감과 이해도를 높이고 흙이 뿜어내는 원적외선에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황토방에서 하룻밤 자고나면 온몸이 가뿐해지는 것도 원적외선이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적외선은 사람에게 이롭지만 자외선은 피부를 노화시키는 등 해롭다. 사람뿐 아니라 사진에서도 자외선은 피한다. 풍경사진은 주로 새벽녘이나 저녁 무렵에 촬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자외선이 많아 사진이 불그스럼해져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해가 낮게 떠야 빛이 비추는 면과 그림자 부분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사진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사람이나 사진이나 반갑지 않은 존재다.

가족 흙놀이 경연대회에서는 흙 높이 쌓기와 ‘토야’ 만들기를 한다. 무조건 높이 쌓다가 무너지는가 하면 기초부터 단단히 차분하게 쌓아가는 가족도 있다. 거기다 다 쌓아가는 흙탑을 쿡쿡 찌르는 아기 때문에 엄마는 탑 쌓으랴 아기 돌보랴 정신이 없다.

토야는 한국도자재단의 마스코트로,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해 열려있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내보낼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만물의 모태인 동시에 도자의 토대가 되는 ‘흙(土)’에서 착안해 토야라고 이름 지었다.

여주 축제장에서는 도자기흙 밟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맨발로 들어가서 자유롭게 형상 만들기, 진흙 위에 손가락 그림 그리기, 흙의 점성을 이용한 찍기와 뽑기 등 흙과 물을 이용한 놀이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도자기 성형 과정으로 간다.

광주 축제장에서는 전통 물레밟기를 사기장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물레를 차면서 장인과 함께 도자기를 만들 때는 개구쟁이들도 이마에 땀을 흘리며 집중한다. 흙놀이에서 자유롭게 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처음에는 도자기가 비뚤비뚤하게 쌓아지지만 점점 익숙해지더니 손에 물을 척척 묻히면서 제법 그럴듯한 도자기를 만들어가며 표정도 차츰 밝아진다. 마지막 주둥이 부분을 끝내고 도자기를 떠내면 얼굴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조심해서 완성된 도자기를 들고 부모님께 달려간다. 성인 외국인들보다 더 예쁘게 도자기나 화병을 만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는 확실히 탁월한 손재주가 입력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천 축제장에서는 물레 성형과 완성된 접시, 컵, 보석함, 화분 겸 필통 등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넣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축구공을 그려넣거나 아름다운 시를 쓰거나 야생화를 그려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화분이나 컵 만들기 외에도 자기에 가훈 새기기, 시계도자기 만들기 등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성형체험이 기다린다. ‘12간지 동물과 함께하는 그림 세상’에서는 구워진 12간지 동물의 도자 인형에 수성물감을 이용해 색색의 옷을 입힌다.

여주 축제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일반 물레체험 이외에 초벌접시에 달마 그림과 가훈 새기기, 꿈 그리기 등  나만의 도자 만들기를 뽐낼 수 있다.

이제 불의 모험을 체험할 차례다.

각 축제장마다 가마에 불 지피기 시연을 하고, 불의 모험을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광주 축제장에서는 장작가마 불 지피기 행사를 한다. 14시간 정도 불 때기를 한다. 도기를 라쿠가마에 넣어서 단시간 내에 구워내는 ‘라쿠소성’ 행사도 함께 볼 수 있다. 950도의 도기를 왕겨 속에 넣어 연기를 내며 그을린 상태로 빨리 냉각하는 방식이다. 기왓장과 떡시루는 라쿠소성으로 제작했다.

이천 축제장에서는 전통 장작가마 불 때기 의식 행사와 장작가마 불 지피기 그리고 작품 꺼내기를 해볼 수 있다. 창작가마 불 지피기 공연으로 도자기 체험을 마무리짓는다.

특별 이벤트로 도자기 경매도 열린다. 처음 경매를 시작할 때는 쑥스러워 나서지 않다가 두 번째, 세 번째 경매부터는 진짜 경매장처럼 치열해진다. 경매가가 올라갈수록 탄성과 박수 소리도 점점 커진다.

여주에서는 전국 도자접시 깨기 대회가 열린다. 액운 퇴치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는데 아주머니들이 많이 참여한다. 남편과 아이들, 이제 부인과 어머니 속 그만 썩이세요!

전시 관람과 체험행사로 힘들어진 몸을 음악과 연주를 들으며 쉬어간다. 전통 국악 공연에서부터 재즈 연주, 현악3중주, 팝페라, 사물놀이 등 동서양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마술쇼, 매직버블, 줄타기, 라틴음악여행과 안성 바우덕이 공연을 보며 지친 몸을 달랜다.

테마공원을 거닐면서 축제를 마무리해 본다.

광주 축제장의 스페인조각공원과 엑스포조각공원의 넓은 잔디밭을 걸으면서 조각과 도자기 작품을 감상해 본다. 도깨비나라는 광주에서 생산된 흙으로 착시 현상을 이용해 전망 탑, 미로, 휴식공간, 분수 등을 조성함으로써 도자지역의 상징성을 강조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한국정원은 아담한 연못과 꽃, 나무들로 둘러싸인 담 안으로 팔각정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우리의 옛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천 축제장의 설봉공원은 넓은 호수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장미공원과 흙놀이공원 그리고 월전미술관과 이천시립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여주 축제장에서는 물의 회랑을 지나 시네마 존에서 대형 바람개비를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볼 수 있다. <4회 끝>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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