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블록체인, 허상에서 현실로...어느 금융부 기자의 고백
상태바
[기자 수첩] 블록체인, 허상에서 현실로...어느 금융부 기자의 고백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4.22 15: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호 금융부 기자
박준호 금융부 기자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오피니언뉴스에는 편집국장이 새로 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심취한 이병관 국장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기자에게 블록체인 분야 취재를 명했다.

그전까지 은행·보험·카드·환율을 담당하던 기자는 암호화폐에 깊은 지식이 없었다.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실물이 없어 허상이었고 지급 보증 주체가 없어 가짜였으며 가격 등락이 심해 투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분야를 왜 취재하라고 밀어붙이나’ 싶은 의구심에 더해 반항심마저 일었다. 회의 시간 ”비트코인이 왜 1억원까지 오르는지 궁금하지 않느냐“는 국장의 질문에 ”별로 안 궁금하다“고 답했고 “관심 있는 게 뭐냐”는 핀잔에 “비트코인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고 대들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기자의 취재 분야에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추가됐다.

백지를 채우려면 뭐라도 들어야 했다. 일단 관련 분야 전문가들부터 만났다. 업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블록체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었다. 이들은 무지한 어린양에게 바쁜 시간을 쪼개 두 시간여의 일대일 특강을 제공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블록체인의 개념과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정립해줬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우리 기술의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을 설파했다. 이흥노 리버밴스 대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불평등이 해소된 세상을 그려줬다.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진보시키고 인간에게는 어떤 수혜가 돌아가는지 일러줬다.

들으면 들을수록 새 세상이 열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를 시작으로 ‘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지’ 싶은 경외감에 이르렀다. 그들은 하나 같이 답했다. 세상이 이쪽으로 변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솔직히 기자에게 블록체인 지지자로 전향했느냐 묻는다면 확답은 못 하겠다. 아직은 기자의 줏대가 이렇게 빨리 꺾이는 걸 용납할 수 없다. 그저 블록체인·디지털자산 분야 석사 과정에 등록할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일 뿐이다.

기자의 줏대가 어떻든 세상은 블록체인 혁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유럽·홍콩·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은 이 새로운 발명품을 실생활에 어떻게 써먹을지 연구 중이다. 기술을 일일이 알지 못해도 수혜는 얼마든 누릴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알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다만 세상이 흘러가면 흘러가는가 보구나, 유유자적 구경만 하기에는 기자가 아직 너무 젊다. 이 미래를 남이 만들어 둔 판에만 마냥 맡겨둘 수는 없다. 딱 한 발자국 더 아는 것으로 우리 삶은 크게 바뀐다는 게 인터뷰이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무작정 허상, 투기로만 치부하기에 블록체인 세상은 너무도 정교하다. 그 세상은 어쨌든 인류를 나은 방향으로 진보 시키고 있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유명 노래가사 따라 이제 차가운 시선을 거둘 필요가 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이 칼럼을 쓰겠노라 편집국장에게 보고하면서 기자는 사죄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반발부터 해서 죄송했습니다”라고. 국장은 허허 웃으면서 답했다. "괜찮아.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잖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ooo 2024-04-22 21:11:31
"세상이 흘러가면 흘러가는가 보구나, 유유자적 구경만 하기에는 기자가 아직 너무 젊다" 솔직담백 기자님의 블록체인을 알아가는 과정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