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 칼럼니스트]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지난 3월 초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테러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과로만 보면 모두 이슬람이 비이슬람을 공격하는 구도의 무력 행사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한 듯합니다.
혹시 ‘벌거벗은 세계사’를 즐겨 보는 이라면 이 책의 저자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의 얼굴이 낯이 익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박현도 교수가 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에 출연했다면 이슬람에 관한 강연이거나 이슬람과 연관된 모종의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특히 그가 등장하는 뉴스가 많습니다.
비무슬림이 쓴 이슬람 설명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불광출판사의 ‘종교 문해력 총서’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되었습니다. 다른 저자들이 부처와 예수, 소태산 등 종교 창시자를 다뤘고, 박현도 교수가 ‘무함마드’와 이슬람교를 다뤘습니다.
출판사가 설명하는 ‘종교 문해력’은 “종교를 단지 ‘믿음’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이성적 ‘이해’의 문제로 인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종교 문해력 총서’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창시자뿐 아니라 이슬람교에 대한 설명을 주요하게 다룹니다. 이에 대해 저자 박현도 교수는 그만큼 한국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은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습니다. 종교 활동을 하는 이들은 많지만요. 그래서인지 종교로 인한 갈등도 많습니다. 지난 3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42.3%가 종교 간 갈등이 있다고 인식할 정도입니다.
이런 면에서 종교 문맹을 퇴치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기획된 ‘종교 문해력 총서’ 시리즈가 불교 전문 출판사로 알려진 회사를 통해 출간돼 더욱 의미 있는 기획으로도 보입니다.
그런데 제목에 왜 ‘변명’이 들어갔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접하는 이슬람교는 뉴스에 등장하는 테러나 전쟁 관련된 소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이슬람교는 폭력적인 종교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런 점을 변명해주는 책인 걸까요?
하지만 저자 박현도 교수는 모든 이슬람이 폭력적이라는 건 오해라며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에서 이슬람에 대해 쉬우면서도 깊게 설명합니다.
상인 출신인 무함마드는 40세에 하나님의 계시를 받으면서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 하나님을 믿는 종교 전통의 마지막 예언자가 됩니다. 그가 전한 하나님의 계시는 이슬람교 경전 ‘꾸란’이 됐고, 계시대로 살아간 무함마드의 언행과 정신을 본보기 삼아 하나님의 계시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이슬람교 신자, 즉 무슬림이 됐습니다.
하지만 1,400년 전부터 이어온 오랜 평화로운 종교 전통이 오늘날에는 생명을 앗아가고 인권을 억압하는 종교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저자는 안타까워합니다.
여기서 박현도 교수가 선택한 ‘하나님’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첫머리에 무슬림들이 믿는 신인 “알라가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이 믿는 신”과 같다고 설명하며 이슬람의 신, 즉 ‘알라’를 한국어로 어떻게 옮길지 “고민 끝에 ‘하나님’으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맞습니다. 저자가 선택한 표현 ‘하나님’은 개신교와 가톨릭에서 믿는 신인 ‘God’, 즉 대문자 ‘G’를 쓰는 그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이슬람교는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와 같은 신을 믿는 종교인 겁니다. 박현도 교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무슬림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이 아담에게 가르치고, 아브라함과 모세, 그리고 예수에게 준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받은 유일신교가 이슬람교입니다. 이슬람교의 역사적 기원은 7세기에 시작하지만, 무슬림들은 천지창조 이전 하나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오래된 종교입니다.”
이 설명처럼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에는 무함마드가 어떻게 구약 성경 속 예언자들의 맥을 잇는 마지막 예언자가 되는지, 또한 어떻게 이슬람교의 창시자가 되는지 그 과정이 소상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의 후계자인 칼리파들이 이슬람교를 어떻게 다져나가고 ‘순니’와 ‘시아’ 등의 종파가 어떻게 나뉘게 되었는지, 나아가 이들 종파가 어떤 나라에 어떤 비율로 분포하고 있는지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들의 역학 관계도 함께요.
무엇보다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에는 이슬람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하는 저자 박현도 교수의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슬람교의 13교리’에 대한 부분은 제가 가졌던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풀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2018년 6월 예멘 난민 신청자가 제주도로 대거 입국했을 때 인터넷에서는 ‘이슬람의 13교리’라는 글이 급속도로 퍼졌었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거나 ‘아내는 때려도 된다’는 식의 13가지 교리가 퍼지며 공포감을 조성했습니다. 게다가 이 교리들이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라면서요.
저자 박현도 교수는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이슬람교의 13교리’와 ‘꾸란’의 구절을 비교 설명합니다. 이들 13가지 교리가 ‘꾸란’을 어떻게 왜곡한 건지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슬람에 대한 정보가 왜곡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이슬람의 13교리’였다고 강조합니다.
이슬람교에 대한 해명이 아니었을까?
얼마 전 박현도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내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걸 밝혀달라. 나 천주교 신자고 천주교 신자로 죽을 거라고.” 이 표현 그대로 기사에 나갔고, 제게도 이 점을 꼭 명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슬람 관점에서 전쟁이나 테러를 분석하는 박현도 교수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지만, 이슬람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슬람을 전공한 종교학자로 가톨릭 신자입니다.
이런 그는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재학 시절 이슬람 연구에 뜻을 품고 아랍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이슬람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을 때는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란 테헤란대에서 이슬람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인연 덕분이었는지 박현도 교수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이슬람 전문 종교학자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아랍어를 쓰는 국가들은 물론 페르시아어를 쓰는 이란에서도 자기네 종교와 나라를 깊이 이해하는 종교학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런 그는 책에서 단언합니다. “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 전통이라고 믿는 무슬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요. 저자는 1000년 이상 이슬람 전통과 신앙을 지켜온 2500만 명이 넘는 중국 무슬림들의 모습에 참다운 무슬림 정신이 담겨 있다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무슬림들은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등대로 삼아 자신이 처한 문화적 환경에 맞게 소화한다.” (383쪽)
저자 박현도 교수는 참다운 무슬림이라면 “이슬람을 평화의 종교로 이야기한다”고 강조합니다. 자기 또한 그렇게 믿고 있다면서요.
이런 면에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세상이 오해하고 있는, 정확히는 비이슬람 세계가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교와 무슬림들을 위한 해명을 담은 책인 듯합니다. 변명이라기보다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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