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폭력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안전벨트는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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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폭력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안전벨트는 과연 있을까
  • 김이나 에디터
  • 승인 2018.06.1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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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뷰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프랑스 포스터

 

다 그렇지는 않지만 최근 영화들은 완벽한 컴퓨터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가 필수 요소인듯 하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처음 발명했을때는 이런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컴퓨터로 공룡들을 되살아나게 하고 에펠탑과 백악관을 무너뜨리는 걸 말이다.

어쨌든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영화들 속에서 효과음이나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지 않은, 연기와 대사와 촬영의 기술로만 관객을 빨아들이는 영화를 오랫만에 보았다.

이혼한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의 이야기. 영화 제목처럼 과연 이혼만 하면 다 끝나는 것인지를 곱씹어 보게 하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바로 그 영화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권을 두고 부부와 양측 변호사가 맞선다. 판사는 부부의 주장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열띤 주장 보다 어린 아들의 편지에 무게를 둔다.

이제 11세인 줄리앙의 편지는 아버지가 누나의 팔을 비튼 적이 있으며 아빠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앙투안의 변호사는 그가 성실한 가장이며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가정에서의 갈등과 다소 폭력적인 언행은 실수라는 것. 그가 취미로 삼는 사냥 동호회에서도 평판이 좋은 남자라는 것이다. 아들의 편지는 엄마가 사주한 것일 뿐. 미성년인 아이의 주장은 불완전하게 보인다.

앙투안은 사냥을 즐긴다. 물론 단지 취미일 뿐이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스틸 컷

 

안전벨트가 줄리앙을 보호할 수 있을까

 

결국 한달에 두번 앙투안은 줄리앙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드디어 아들을 만나는 앙투안은 감격한 듯 보인다. 줄리앙의 못마땅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들에게 안전 벨트를 매라며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앙투안은 줄리앙에게 캐묻기 시작한다. 엄마 미리암이 왜 전화를 바꾸었는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그러나 줄리앙은 절대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엄마와 누나와 자신을 보호하려 애쓴다.

관객들은 가족에게 철저히 따돌림 당한 앙투안에게 잠시나마 동정을 하게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다음 번 만남.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줄리앙와 조세핀을 봤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던 앙투안은 화가 나 있다. 그는 이제 미리암과 조세핀을 쫓기 시작한다.

토끼 사냥하듯 줄리앙을 잘 훈련된 사냥개 쯤으로 여기고 그가 은신처를 발설하도록 위협하기 시작한다.  앙투안은 줄리앙을 태우고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채 폭주하기 시작한다.

줄리앙의 불안은 공포로 바뀌고 안전벨트를 한다. 마치 그의 위협으로부터 그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앙투안에게 경고음은 이어진다. 복수심에 눈이 먼 앙투안에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결국 줄리앙을 앞세워 집에 들어간 앙투안은 "난 변했다"며 앙상한 그녀를 끌어 안는다. 

카메라는 그의 거구에 파묻힌 그녀와 그녀를 집어 삼킬 듯 세게 안고 있는 앙투완을 담는다.

그는 용서를 구하지만, 미리암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다. 

 

제발 끝나기를...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말 변했을까.

조세핀의 생일 파티 장소를 알아내어 다시 찾아온 앙투안. 다시 미리암에게 용서를 빌며 간청하지만 거절하며 마음을 열지 않는 미리암. 급기야 그녀와 대화를 나눈 남자를 의심하며 폭력을 행사한다.

다행히 줄리앙 이모의 목격과 만류로 화를 면하지만 이혼의 불씨가 무엇이었는지,그리고 그가 왜 그리 변했다고 강조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집으로 돌아온 미리암과 줄리앙. 설마 했으나 앙투안은 그들을 다시 찾아와 벨을 울려대고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린다.

인기척이 없자 사냥에 쓰는 엽총들 들고 온 앙투안. 모멸감과 치정으로 눈이 먼 앙투안은 총을 쏘아댄다.

침입자가 있다는 이웃집 부인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고 미리암 역시 경찰에 신고를 한다. 차분한 경찰의 대응 요령에 따라 문을 잠글 수 있고 총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인 욕조로 들어가서 최대한 몸을 낮춘다.

경찰이 도착하고 앙투안은 체포된다. 전화로 들려오는 경찰의 한 마디는 “상황 종료입니다,부인 (C’est fini, Madame) . “ 미리암과 줄리앙은 안심하지만 “끝났어 (C’est fini). ” 를 반복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보호시설로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 그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이웃집 여인의 시선. 그녀의 시선을 느낀 경찰이 앙투안의 총질로 구멍난 현관문을 닫는다. 이웃집 여인은 이제 끝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현관문을 닫는다.  C’est fini.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부부의 이혼으로 그 가정의 모든 문제는 모두 해결되는가.

그들에겐 양육해야 할 미성년 자녀 줄리앙이 있고 그 관계가 지속될 수 밖에 없었다. 앙투안의 폭력성으로 가족 모두가 고통 받았으나 그것은 가정 내의 구성원들 외엔 알 수 없는 폐쇄성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 도입부에 줄리앙의 주장은 미리암의 사주에 의해 씌여진 것이라는 앙투안 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던 것을 보면 현관문 안쪽의 일은 가족이 아니면 모를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불편함이 “끝나길” 바라는 주민의 신고가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영화는 그 어떤 장치가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그래서 원제목은 “Jusqu'à la garde “, 직역하자면 “보호를 받을 때까지”.

그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거처를 찾을 때 비로소 끝이 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그 곳은 '장소' 이기도 하지만 '법과 제도' 이기도 하다.  

그래서 번역된 제목이 모처럼 정말 훌륭하다고 감탄하기도 했던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앙투안의 자동차에서 들려오던 경고음의 이명으로 머리가 멍한 채 영화관을 나왔다.

 

('카카오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로 감상했으며 '브런치'에도 수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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