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항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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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로 항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6.09 16: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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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거리 노선 면허 개방으로 일자리 창출, 서비스 개선 효과 얻어

 

대한항공 오너 가문의 갑질 파문은 우리 항공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오너 일가의 일탈은 법적 조치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항공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존속하는한 갑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공산업의 규제를 확 풀어 신생항공사들이 대한항공 노선에 뛰어들게 해야 한다. 항공운송산업을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은 대한항공 가문에게도 긴장감을 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항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더욱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급증하는 수요를 활용해 항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기회도 된다.

 

1978년, 미국의 지미 카터 행정부가 항공산업 규제를 완화했을 때, 반대론자들은 무분별한 항공사 설립으로 영리성 없는 노선이 폐지되고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운임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개선되었다. 1978년 43개이던 미국 항공사가 1984년 87개로 늘어나 한때 난립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격심한 경쟁에서 낙오하는 항공사는 도태되고 1991년엔 60개로 정리되었다. 합병 인수도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사고율도 낮아졌다. 진입장벽을 해제하되 안전기준은 강화한 덕이다.

미국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던 유럽도 항공시장 규제를 완화해 항공산업 자유화는 세계적 조류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부분적으로 항공시장의 규제를 풀었지만, 완전한 자유화는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으로 대한항공과의 양대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 체제가 구축된 이후 2005년에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사업에 문호를 열었고, 2009년 제주항공이 인천~오사카 정기노선에 취항하면서 LCC가 국제선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LCC는 항속거리가 짧은 소형항공기를 운영하기 때문에 중장거리 노선은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과점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단계적이긴 하지만 우리 항공산업의 규제완화는 효과를 발휘했다.

우선 단거리 국제선의 점유율을 높였다. LCC는 2011~2017년 사이 7년간 4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이 기간에 양대 대형항공사의 공급량은 3.9%에 그쳤다.

또 다수의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결과는 합리적인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수요를 확대시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2011년 78.6% 수준이었던 LCC 탑승률은 2017년 공급석을 8배 가량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85.5%로 더 높아졌다.

고용창출효과도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으로 6개 저비용항공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8,000명)과 항공운송시장 확대에 따른 기존 항공사 고용 증가(5,000명)로 2005년 대비 1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졌다. 이 연구소는 1990년대 말 진입규제가 일부 완화되었음에도 국제선 취항 등 영업제한으로 일자리가 정체되다가, 영업규제가 완화되자 새로운 일자리 창출시장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장거리 노선의 규제완화다.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겠다는 사업자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레미아항공이다.

우리나라의 총출국자수는 2015년 일본을 앞서가기 시작해 2016년 2,200만명으로 증가했다. 목적지별로 보면 장거리 출국자의 비중이 10%로, 일본의 40%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장거리 항공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증가하면 장거리 노선의 수요는 두배 가까이 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중장거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 시장을 외국항공사들이 잠식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에서 외국항공사의 시정점유율은 2011년 30.7%에서 2017년 38%로 높아졌다. 그 사이에 중장거리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외국항공사들은 두배 이상의 손님을 유치한 것이다.

이를 고객수로 계산하면 연간 55만명분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5,000억원의 시장이 외국항공사에 넘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중장거리 노선인 미주 노선에서 5~7월, 12~1월의 성수기엔 유학생, 학부모, 교포, 소상공인들이 한꺼번에 예약하는 바람에 비싼 가격으로 티킷을 끊는 실정이다. 그만큼 항공수요가 넘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단거리 국제선에서는 LCC의 경쟁과 항공기 공급으로 외국항공사의 점유율이 2011년 34.3%에서 2017년 31.9%로 하락했다. 단거리 노선에서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대부분이 최대의 흑자를 시현했다. 수요가 늘기 때문에 항공산업 전반적으로 고도 성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볼 때 면허 개방은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져 오히려 유럽 항공사 시장을 잠식해 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 항공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중장거리 노선에서도 새로운 항공사가 생길 여력이 있다.

 

 

항공산업은 비상시에는 중요한 국방의 수단이며, 평상시에는 민간 외교의 첨병이다. 또 운송수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업이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마땅한 신산업을 찾지 못해 저성장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터에 항공운송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지 않는 중장거리 노선의 면허를 개방해 시장 수요를 촉발하고 새로운 산업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경제의 제일 목표로 삼고 있다. 항공산업은 고급 일자리를 만든다. LCC 개방에서 이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경험했듯이 중장거리 노선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단행할 필요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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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2018-06-10 21:43:02
좋은 의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