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확전에 금융시장이 유독 예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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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확전에 금융시장이 유독 예민한 이유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4.04.1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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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
중동 걸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되는 최요충지다. 사진=AFP/게티이미지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이란이 주말 사이에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2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475.84포인트(1.24%) 내린 3만7983.24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대비 75.65포인트(1.46%) 내린 5123.41로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267.10포인트(1.62%) 내린 1만6175.09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 하방 압력이 된 것은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었다.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가 전장 전산 마감가 대비 9bp 하락한 4.503%, 2년물 금리는 8.50bp 떨어진 4.886%에 거래되고 있다.

원유시장에서는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 이상 오르며 장 중 87달러를 상향 돌파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마저 뚫고 올라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이란이 자국 영토를 직접 타격할 것으로 보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달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미국 정보당국도 인정한 사안이다.

이란의 보복 작전이 실제로 강행될지, 어떤 수위로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란 정부 내에선 이스라엘 공격 선택지가 여러 가지 거론되고 있으며 정교한 중거리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한 이후부터 중동은 늘 화약고였지만 지금처럼 금융시장에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하진 않았다. 이날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의 마니쉬 라지 매니징 디렉터는 "이란의 비밀무기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능력이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석유 수송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고 이란과 이스라엘간 군사 충돌은 이 수송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걸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되는 최요충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는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액체 석유 소비량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작년 상반기에는 이곳을 통과하는 석유량이 전 세계 석유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나서면 전 세계 석유 공급은 수요를 제때 맞추기 어려워진다. 이는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할 만한 수송로가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 주요 석유 운송로는 대체할 만한 수송로가 있으나 소수의 수송로는 대체 경로가 없는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석유가 외해로 나가는 길은 호르무즈 해협이 유일하다.

걸프만에 인접한 주요 산유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만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500만배럴 규모의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UAE는 하루 150만 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파인프라인을 오만만의 푸자이라 수출 터미널과 연결해뒀다.

에너지정보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유조선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석유를 수송하는 국가는 사우디였다. 페르시아만의 사우디 항구에서 홍해의 사우디 항구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량은 하루 약 50만배럴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곳은 아시아다.

작년 상반기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의 약 80%가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 목적지는 중국과 인도, 일본, 우리나라 순이었다. 이 4개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석유 중 67%를 차지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미국도 타격이 없지 않다.

작년 기준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 하루 평균 약 7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한다. 이는 미국의 석유 수입량의 약 11%, 미국의 액체 석유 소비량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미국 내 유가도 뛸 수밖에 없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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