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지나친 급등 경계해야"
"인플레이션 지속 전망 따른 헷지 수요일 가능성 배제 못해"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모든 자산 가격이 동시에 다 오르는 에브리씽랠리(Everything rally)가 힘을 잃은 모습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주식시장부터 암호화폐, 원자재 가격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으나, 금리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후퇴하면서 에브리씽 랠리의 열기도 식어가는 분위기다.
눈에 띄는 점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금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금의 고공행진과 관련해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며 금 가격의 급등세에 대해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금 가격, 온스당 2300달러 돌파...고공행진 지속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1.5% 오른 온스당 2315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2300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지난달 4일 사상 최초로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은 2300달러까지 돌파하는데 성공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이정표를 새로 쓴 것이다.
금 가격은 최근 10거래일 중 9거래일간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등 가파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 가격의 상승세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다른 자산 가격들이 숨고르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가파른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됐고, 이것이 투자심리에 불을 붙이며 주식시장은 물론 암호화폐 시장, 원자재 시장을 일제히 끌어올리는 에브리씽 랠리로 이어졌다. 금 가격 역시 이 시기 가파른 랠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금은 금리가 내려갈 때, 달러가 약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연준 위원들 역시 매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장기 금리가 오르고 있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자산이 숨을 고르는 시기에 접어들었으나, 유독 금은 랠리를 지속, 여타 자산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금 가격 급등세, 설명 어려워"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최근 강세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홍성기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의 급등은 어떤 것과도 연관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꾸준히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금 가격 급등세는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중국 등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금 매수세가 금 가격의 상승세를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금 매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세계금협회(WGC) 자료를 인용, 2월까지의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중국 22톤, 인도 13톤, 터키 16톤, 카자흐스탄 16톤 등 상위 4개국 합산 64톤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월간 90만톤에 달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라는 것.
홍 연구원은 "데이터가 추후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와 같은 수준의 금 매입이 금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월 중순부터 금 가격, 비트코인, 원자재, 주식시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자산들이 상승 흐름을 보이며 유동성 장세라는 관점도 대두됐으나, 고금리와 양적 긴축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모든 것의 랠리는 어색한 조합"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1년) 기대인플레이션의 급등은 유동성 장세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되는데, 단기 기대 인플레는 지난해 10월 저점에서 상승한 이후 2월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홍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에 대한 경로가 상당기간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단기 금리는 경직성을 나타낼 수 밖에 없고 단기 기대 인플레의 상승은 곧 단기 실질 금리의 급락으로 이어진다"며 "금 가격의 급등 원인이 이러한 단기 실질 금리의 하락에 있다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단기 금리의 상승으로 반영하는 시점이 금 가격의 고점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이 이러한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도 향후 금 가격 혹은 자산시장 전망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인플레이션 지속에 대한 헷지 수요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그리고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 현상이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매력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페퍼스톤의 수석 리서치 전략가인 마이클 브라운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 수요가 일부 촉진됐을 수 있다고 본다"며 "금리인하 기대가 지연되고 있으나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지속적인 기대 또한 금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일 보고서를 통해 "위험자산 및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동시에 금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며 "즉 금을 바라보는 엇갈린 투자자 시각이 현 시점에서는 모두 금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의 금 가격 강세가 다양한 기대와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 기대감이 맞물려 금 가격이 급등한다면 당장 우려할 부분은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금 수요 확대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물가 압력이 제대로 진정되지 못하는 상황, 즉 인플레이션 현상 지속에 대한 헷지 수요일 가능성도 잠재해있다"고 분석했다.
즉 주식 등 각종 자산가격의 과열 리스크를 경계하는 차원의 금 수요 확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무엇보다 금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된다면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는 성격의 금 수요 확대라면 가격 급등세에 대해 경계감을 지니고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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