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는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글로벌 증시는 많은 투자자들의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는데, S&P500 지수는 분기말 역시 사상 최고치로 마쳤고, 니케이225 지수도 분기 내내 사상 최고치 근처를 넘나드는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작년 중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올해 1분기에는 미국 증시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였다. 주요국 증시의 1분기 상승률은 10~16%에 달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5년만에 가장 좋은 1분기 성과였다.
우리 증시도 나쁘지 않았는데, 1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인 부진을 거듭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서 분기말까지는 저점 대비 13% 정도 올라 마감했다. 미국, 일본과 달리 사상 최고치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고 있지만, 2011년~2016년의 박스권 장세로의 회귀를 걱정하던 1월 상황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았던 1분기 성적표
사실 앞서 지적한 대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측면에서만 보면 글로벌 증시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1분기 이내, 빠르면 연초부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높은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 때문에 위원들의 생각은 달랐고,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도 기대를 버리기 시작했다. 또한 연준의 역레포 규모가 빠르게 줄면서 양적 긴축을 멈출 것이라는 예상도, 안정된 단기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긴축적 환경에서도 우려했던 경기의 빠른 냉각이 나타나지 않자 시장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결국 증시에 중요한 것은 유동성 만이 아니라, 경기와 이를 반영한 기업 실적이라는 점,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이 무조건적인 완화보다 증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이 소폭이나마 금리를 인하하면서 결국 향후 정책의 방향은 완화라는 믿음도 강화됐다.
업종 측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도 증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가장 최전방에 있는 반도체 전후방 산업이 각광을 받았고, 수퍼컴퓨터 회사, 전력 회사들의 주가가 큰 폭의 상승을 지속했다. 작년 하반기 주가의 급등으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지만, 향후 2~3년의 엄청난 수요 증가와 대체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믿음은 해당 기업들의 높은 가격을 정당화했고, 애널리스트들이 목표 가격을 연이어 상향하는 근거가 됐다.
그렇다면 2분기 증시는 어떠한 모습일까? 이미 높아진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몇 주전부터 추가 상승과 본격적인 조정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모양새다. 그리고 증시 상승이 지속되고 있을 때 우호적인 요인들이 더 강조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앞서 지적한 이유들로 추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역발상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증시 상승이 정책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를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정책 변화가 시작되면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월단위 5개월 연속한 점이나, 과거 평균에 비해 압도적인 기간 상승률을 고려하면 충분히 타당한 우려다.
여기에 봄에 매수해 가을에 매도하는 것보다 가을에 매수해 봄에 매수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는 과거의 경험, 어쨌든 통화 완화로 돌아선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는 펀더멘털 측면의 분석까지 감안하면 증시 조정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투자자들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2분기 역시 증시에는 하락보다 상승 압력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생산과 물가, 고용시장에서 발표되는 지표를 보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경기 연착륙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고, 아직은 시간적, 상황적으로 통화정책 당국이 실수할 만한 다급한 문제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 증시를 둘러싼 긍정적 신호들
게다가 우리 증시는 조금 더 유리하다. 일단, 글로벌 경제의 뇌관이면서 우리 증시 부진을 이끈 주요 요인이었던 중국 경제의 위험이 적극적인 정부 정책으로 조금은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또한 총선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 금융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주요 금융기관의 이익 기반을 감안할 때 정책 당국과 증시 전체 차원에서 중시하는 ‘시스템 위험’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부 위험관리에 소홀했던 중소형 금융기관이 이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무질서한 파산이나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 움직임, 그 일환으로 나타나는 자산 급매와 가격 하락 등의 상황이 중요한데, 이를 방지할 계획도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경기가 회복의 초기라는 점과 5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조금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도 2분기 증시를 뒷받침하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러한 점은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으로도 확인된다. 올해 들어 한 분기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16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저평가된 이머징 마켓으로의 자금 이동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샀으니 그만 사거나 팔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경기 사이클의 위치 차이와 밸류에이션 제고를 위한 정책 등을 감안할 때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 볼 이유는 크지 않다. 따라서 국내 증시는 2분기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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