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조 몽진 때 대문 뜯어 다리 놓어 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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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조 몽진 때 대문 뜯어 다리 놓어 준 곳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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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에 ‘板門’으로 기록…남도, 북도 영토 주장 못하는 유엔 관할구역

 

잘못된 견해 하나를 바로잡는다.

판문점이 6·25 때 휴전회담에선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의 3개 공용어가 사용되었는데, 한글 지명 널문리를 중국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판문점(板門店)이라는 한자어가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견해는 잘못되었다. 「선조실록」에 이미 판문(板門)이라는 기록이 있으므로, 조선시대부터 이 지명이 사용되어 왔다.

 

27일 방영된 KBS 「역사저널 그날」은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의 몽진(蒙塵)을 다뤘다. 이 프로그램에서 국사학자 이익주 교수는 판문점의 유래를 설명했다.

1592년 4월 30일 왜군이 북상하자 선조는 황급히 파천했다. 임진강에 이르자 캄캄한 밤이었다. 근처 정자인 석화정에 불을 질러 임금이 탄 나룻배가 강을 건너는 길을 밝혔다. 임진강을 건너 길을 나서니 이번엔 또다른 강이 막아섰다. 나룻배도 없었다. 급하게 인근 마을 백성들의 대문을 뜯어 임시로 다리를 만들어 건넜다. ‘널판지로 만든 대문’으로 다리를 놓았다 해서, 그 마을을 널문리라고 했다.

「선조실록」 25년(1592년) 5월 1일 기사는 “임금(上)이 동파관(東坡館)을 떠나 판문(板門)에서 점심을 들었다”고 썼다. 이때 ‘판문’이라는 한자 지명이 등장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정책브리핑

 

판문은 요동에서 의주, 평양, 서울, 부산으로 가는 한반도 1번 국도의 길목에 있다. 또한 외적의 침입시 길목이 되었고, 임금이 피난(몽진)갈때도 거쳐 지나가는 곳이었다.

판문점은 대한민국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津西面) 어용리이고, 북측 지명은 개성특급시 판문점군 판문점리다.

6·25 이전에는 ‘널문리’라는 지명으로, 초가집 몇채만 덩그러니 있던 이름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1951년 10월 25일 이곳에서 휴전회담이 시작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회담은 주막을 겸한 조그마한 가게에서 열렸는데, 그 이름이 ‘널문리 가게’였다.

휴전회담 당사국인 중국을 위해 한자어로 표기하는 과정에 조선시대부터 사용해온 ‘판문’이란 말에다 ‘가게’를 뜻하는 점(店)을 넣어 판문점이라고 했다.

 

▲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청와대 사이트

 

1953년 7월 27일 이곳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휴전선에서 유일하게 철책을 두지 않은 구역인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이 만들어졌다. 공식 명칭은 유엔군사령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일반적으로 공동경비구역(JSA) 또는 판문점이라고 부른다.

JSA는 동서 800m, 남북 600m의 장방형지대다. 유엔사측과 공산측(북한,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 1953년 10월 군사분계선(MDL) 상에 설치되었다.

JSA는 공식적으로는 남과 북, 어느쪽의 영토도 아니다. 서울에서 서북쪽으로 62km, 평양에서 남쪽으로 21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JSA는 용어 그대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이었다. 쌍방 군정위 관계자들은 구역 내에서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었고, 남북한 초소도 교차로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 이후 양측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고 분할 경비로 바뀌었다.

군사분계선에 위치한 JSA 중앙에는 파란색 건물인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이 있고 남측에는 ‘자유의 집’, 북측에는 ‘판문각’이 대칭으로 마주 보고 있다. 그 옆으로 각각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남북회담 시설용으로 지어진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이 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 관할구역을 잠시 밟았는데, 이는 북한으로 넘어간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유엔 공동경비구역 상 북측관할 구역을 밟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남측 관할구역인 평화의 집에 내려와 회담을 했는데, 우리 영토로 온 것은 아니다. 유엔 관할 구역 내에 들어와 회담한 것이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미국측의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북한측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6.12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는 곳도 판문점이다. 남측도 북측도 영토로 주장하지 못하는 제3의 지대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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