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위해 미국 기술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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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위해 미국 기술 노린다
  • 김현민
  • 승인 2018.05.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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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인수, 투자 획대 등…미 의회, 외국인 투자규제로 기술 보호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미국의 기술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반도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거나 공동연구소 설립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술취득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의 경우, 미국 정부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기술 습득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정부는 지능형 반도체 제조업체인 Lattice Semiconductor에 대한 중국 자본(China Venture Capital Fund)의 13억 달러 규모 인수투자 시도를 저지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였다.

또 미국 정부는 2016년에 반도체 기업 Aixtron에 이어 Xcerra에 대한 중국 자본의 인수시도를 무산시켰다. 당시 인수를 시도했던 Sino IC Capital은 China Mobile과 China Development Bank이 공동 출자한 펀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한 해외 투자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저지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해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서 벌어진 미국 소형 반도체 기업 Atop 인수건이 전형적으로 중국자본이 암약하고 있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Atop은 핵심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파산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이었다. 중국 자본은 미국 현지투지회사인 Avartar를 통해 Atop 인수에 성공했다. Avartar는 중국계 투자가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미국법인으로, 정황상 기업 인수 목적의 페이퍼 회사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 의해 감지되는 중국의 기술투자는 빙산의 일각이며, 중국의 대미 투자는 실리콘밸리의 초기 스타트업,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 공동 연구소 설립, 합작법인 설립 등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미국 당국의 레이더를 피하고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수의 중국계 벤처자본이 활약하고 있으나, 이러한 자본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혐의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협상은 타결되었지만, 중국의 미국 기술 탈취가 새로운 경제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무역 불균형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첨단 분야에서 끊임 없이 미국 기술을 훔쳐가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미국 정부 뿐 아니라 주류사회에 이런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투자는 정부와 업계의 고도화된 조율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해외투자의 최종목표는 미국 등 해외 국으로 부터 선진기술 획득”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 의회, 국방부, 주요 싱크탱크 등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군사전략 기술이 미국을 능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하며 미국 정부의 공세적인 대응전략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류 사회는 중국 정부의 일사분란한 지휘 하에 미국 기업 사냥을 통해 안보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기술을 대거 중국으로 빼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조사기관 CB Insight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5년 99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한해전인 2014년에 비해 무려 4.3배 증가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 조사 보고서는 2015년 미국 내 벤처투자의 10%가 중국계 자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유전자 공학 등 첨단기술 유출로 미국이 입은 피해가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전미기업연구소(AEI)의 중국전문가 데렉 시저는 "중국 자본의 실리콘밸리 전략 배후에 중국정부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의 기술 탈취를 겨냥한 외국인 투자규제 법안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하원 상임위원회는 지난 22일 만장일치로 '외국인투자위원회 개혁법안'을 본 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에 대한 심의를 강화해 미국의 안보와 기술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중국의 기술 탈취를 근절하려는 목적이다.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1975년 당시 중동국가들의 미국 에너지 및 군수 기업 인수 증가에 위기를 느낀 미국 의회의 결의를 통해 설립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이 법안은 실질적인 규제 권한이 없어 해외 투자로부터 미국의 금융, 기술, 안보 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 달성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CFIUS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5년 동안 총 387건의 투자 거래가 조사됐고 최대 조사 대상국은 중국으로 무려 74건의 조사가 이뤄졌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영역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가 안보 침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고, 대통령은 안보 문제 소지가 있는 투자거래에 대해 거래 취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규제검토 대상으로는 군시설 주변 부지관련 투자, 중대 기술 및 기간산업 투자(소수지분 투자 포함), 해외기관의 특수목적 기술획득 등 매우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통상 전문가들은 대중 무역적자 해소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중국 정부로 부터 자국 기술을 보호함으로써 첨단 분야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9일 타결한 미중 무역협상으로, 상품교역의 적자 축소가 이루어지겠지만, 지적재산권, 디지털교역, 사이버보안 등 분야에서 양국간 통상갈등이 재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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