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요청에 2차 남북정상회담…CVID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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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요청에 2차 남북정상회담…CVID가 관건
  • 김현민
  • 승인 2018.05.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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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확인…이번주 실무회담이 고비될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시간 동안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첫회담을 한지 한달만이다.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날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남북의 두 정상은 6.12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여정은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문 대통령이 밝혔다.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에선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사실 이외에 새로 합의된 특이한 내용은 없다.

 

주목할만 점은 북측에서 먼저 회담을 제의했다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차 남복정상회담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의 연락 채널을 통해 제안이 들어와 성사되었다고 한다. 북측 김영철이 김정은의 뜻을 받들어 남측 서훈 국정원장에게 대화를 제의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핫라인 통화보다 대면 대화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북한의 다급함이 읽혀진다. 비핵화를 하겠다고 우리 정상에게 밝혔고, 미국에도 의향을 던졌지만, 선대가 3대에 걸쳐 이룩해온 핵무기를 완전하게 포기한다는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설사 포기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고 해도 미국이 체제를 보장해주느냐의 문제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 할 경우에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김정은의 의중을 전했다.

 

김정은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다시 대련에서 시진핑을 만났다. 그후 아랫 사람을 시켜 미국을 겨냥한 강경한 담화 2건을 발표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만만하게 당하지 않았다. 6.12.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나왔다. 그러자 이번엔 대한민국을 앞세워 미국을 설득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가고 싶은 마음과, 기존 핵을 유지해서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심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게 읽힌다. 그 사이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미국에 맞서보기도 하고 중국과 대한민국 뒤에 숨기도 하는 현란한 외교활동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보자"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회)를 받아들이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고 미국에 공을 넘겼다.

“우선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거듭 말했기 때문에 저의 거듭된 답변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북미간 회담을 하려면 그 점에 대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한 후에 회담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북미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혹시라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실무 협상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CVID를 확답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이 문제는 미국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넘어간 듯하다.

 

결국 6.12.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여부는 북한의 CVID에 있다고 할수 있다. 이번주에 열리는 미북 실무회담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실무 협상이 열리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백악관의 싱가포르 사전 준비팀이 정상회담이 열릴 때를 대비하기 위해 예정대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시민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실무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면서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여러분이 좋아하는 곳"이라고 시사했다. 뉴욕이 아닌가 싶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

 

문재인 대통령의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문 (2018-05-27)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제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회담을 한 후, 꼭 한 달만입니다.

지난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격식 없이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과 직접 소통을 강조해왔고, 그 뜻은 4.27 판문점 선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난 4월의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못지않게,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상호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돌아보면 지난해까지 오랜 세월 우리는 늘 불안했습니다. 안보 불안과 공포가 경제와 외교에는 물론 국민의 일상적인 삶에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우리의 정치를 낙후시켜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었고, 긴장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길을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은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제게 부여한 모든 권한과 의무를 다해 그 길을 갈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27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

 

문재인 대통령 회견문답

 

- 2차 남북회담의 배경과 의미에 관해 설명해 달라.

▲ 4·27 판문점선언의 후속이행과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 그런 사정들을 잘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뤄내는 것, 그리고 판문점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청해왔고 남북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 협의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오늘 회견 발표문이 소개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이후 6·12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나. 그 과정에서 남은 변수는 어떤 게 있나.

▲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 할 경우에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 반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시킬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도울 것이란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 이에 저는 양국간에 각자가 가진 이런 의지들을 서로 전달하고, 또 직접 소통을 통해 상대의 의지를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인지 여부는 지금 북미 간에 그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실무협상 속에는 의제에 관한 협상도 포함된다. 이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열릴 것인가, 성공할 것인가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북미 양국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도, 6월12일 본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한다.

-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했는데 판단 근거는 뭔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해법과 관련된 보다 진전된 다른 내용을 대통령에게 말한 게 있는가.

▲ 그 점에 대해선 여러 차례 제가 설명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방북시 김 위원장을 만나 직접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비핵화에 대해 뜻이 같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로드맵은 양국간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로드맵은 북미 간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앞질러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를 북한이 수용하는지에 대해선 확인된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만남을 이루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 달라. 또 남북미 3자 대화도 생각 중인가.

▲ 우선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거듭 말했기 때문에 저의 거듭된 답변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북미간 회담을 하려면 그 점에 대한 상대의 의지를 확인한 후에 회담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북미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혹시라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실무 협상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는 등 급박하게 상황이 진행됐는데, 그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간접적으로 소통했는가. 김 위원장과 어제 만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참고하고 만난 것인가.

▲ 지금 제가 하는 모든 노력은 한편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남북관계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그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저는 미국, 북한 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어제 다시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어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아시는 바와 같이 이미 미국 측에 전달했다.

- 남북미 3자간 통화도 가능한가.

▲ 핫라인 통화라는 것이, 말하자면 즉각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그런 통신 회선이 구축 돼야 한다. 남북 간에 최근에 핫라인이 개설됐다. 북미간에도 앞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아마도 남북미 3국간의 핫라인 통화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간의 정상회담부터 먼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그 기대를 갖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 (맺음말)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갖고 계실 의문에 대해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 '어제 논의한 내용을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됐나' 라는 것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북측은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논의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어제 회담 사실만 먼저 알리고 논의한 내용은 오늘 이렇게 제가 따로 발표하게 됐다는 점을 언론에 양해 말씀드린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시간 동안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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