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주주의 회사다 "자만해선 안된다"
상태바
삼성은 주주의 회사다 "자만해선 안된다"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7.17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교훈... 주주친화 정책 강화해야

17일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창업자인 이병철 전 회장 가문의 회사이기에 앞서 주주의 회사임을 확연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일부 언론은 ‘이재용 시대 열렸다’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에도 불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총에서 두 회사 합병안이 통과됨으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인정된 것은 분명하다.

 

▲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 안건을 표결에 부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 나온 주주들이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 주총장 앞에서 주주확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당하는 것보다는 창업 3대째인 이재용 부회장을 지지하는 게 낫다”는 의미의 표결을 던졌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번 삼성물산의 경우처럼 소액주주들이 집단으로 나서 권리를 행사한 적은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우리나라에서 ‘주주 민주주의’의 실체를 보여준 첫 주총이 아닌가 싶다.

 

삼성은 이재용의 회사이기에 앞서 주주들의 회사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총에서 합병 승인의 건은 찬성률 69.53%로 가결됐다. 특별 안건 승인 비율인 3분의 2(66.66%)를 2.87% 포인트 넘어선 것이다.

전체 주식 중 참석률은 83.57%로 그 어느때보다 소액주주의 참석율이 높았다. 통상 특별안건 심의를 위한 임시 주총의 평균 참석율은 전체 주식의 70% 안팎으로 잡는데, 삼성물산 주총 참석율이 높았던 것은 국내의 소액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했음을 의미한다.

 

 

주총 결과에 따르면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9,202만3,660주가 합병안을 찬성했다. 삼성물산 발행 보통주의 58.91%가 찬성해, 의결정족수인 참석 주식의 3분의2를 간신히 넘었다.

표결을 분석하면, 찬성표를 던진 200만주(1.5%)만 반대로 돌아섰어도 합병안은 무산될 뻔했다. 가까스로 합병안이 통과된 것이다.

주총 전까지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삼성그룹(13.92%), KCC(5.96%),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22.26%)까지 모두 더해 42.14%로 관측됐다.

결국은 33.53%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와 24.33%의 소액주주의 표심은 어디로 가는지에 합병안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주총 이전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곳은 엘리엇(7.12%)과 메이슨캐피탈(2.18%)을 포함한 외국 주주였다. 이날 주총에서 반대표는 25.82%이었고, 이는 참가 주식 중에서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소액주주(또는 외국인투자자) 중에서 주총에 나와 주주명부에 등록하고 삼성을 지지한 주식이 전체 주식의 17%를 더 보태줬다는 얘기다.

이 17%의 소액주주 가운데는 합병 후 삼성물산의 미래가치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이 투기자본의 공세에 무너져서는 안되겠다는 절박감에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초동까지 가서 권리를 행사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삼성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얻었다고 볼수 있다. 주총 장소가 서울이었으므로 한국의 소액주주들이 적극적 의견을 개진하기 쉬웠고, 외국의 소액주주가 비행기를 타고 와 의견을 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즉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사에는 삼성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한국의 소액주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보아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개인 이해에 있어서는 엘리엇을 지지했다

이날 주총에는 합병안 이외에도 엘리엇이 제안한 현물배당안(2호안)과 중간배당안(3호안)이 상정됐다. 현물배당안은 45.93%의 찬성률을, 중간배당안도 45.82%의 찬성률을 각각 얻어 정관을 개정하는데 필요한 주총 참석 지분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런데 여기서 관심 있게 살펴볼 점은 주총 참석자의 16% 정도가 합병안에서는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식을 배당으로 주는 현물배당 안건과 이익이 많이 날 때 중간에 배당하는 안건에는 엘리엇의 주장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이 16%의 주주는 국내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부분에서 오버랩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마냥 삼성을 지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소액주주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삼성 경영진을 밀었지만, 자신의 이익에 있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동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서는 외국 자본의 공격을 막아 국익을 챙기자는 애국적 관심이 동원됐다면, 개인 이익에 관해서는 삼성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이 점을 잘 유념해야 한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만큼, 삼성은 소액주주들을 만족시켜주는 주주친화적 정책을 보다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배당 성향을 높이고, 경영자료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일들을 이전보다 더 성실하게 실행해야 함을 깨우쳐준 주총이었다.

 

등 돌린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 주총은 자본에도 국적이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집단적으로 삼성에 반대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회사, 자문회사들이 대부분 삼성에 등을 돌렸다. 애버딘자산운용과 캐나다 연기금, 캘리포니아교사연금, 플로리다공무원퇴직연금 등 유명한 펀드들이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도 투명성 결여, 소액주주들에 불리한 조건 등을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내수 부문보다는 수출 부문이 더 큰 회사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삼성으로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세에 많은 외국계 주주들이 동조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이 뒤늦게 외국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주주 중심 경영”을 약속했지만 상당수 해외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삼성은 그룹 차원의 노력을 동원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써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공격은 쉽고 방어에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해외투자가들도 삼성의 약한 고리를 알게 됐으며, 앞으로 진행될 승계 구도를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고, 약점이 보이면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번 주총에서 삼성이 엘리엇의 공격을 막고 '완승했다'는 표현은 잘못됐다. 결과를 찬찬히 뜯어보면 삼성은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삼성은 역풍을 주의해야 한다.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이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등 우리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고민한 흔적이 있다. 아울러 국민 정서도 삼성에게 기울었고, 보이지 않는 사회영역의 힘들이 작용한 것을 부정할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삼성에 기대하는 것이 크다는 반증이고, 앞으로 삼성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질책도 커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