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에 흔들리는 쉬운 나라…엘리엇에 막힌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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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에 흔들리는 쉬운 나라…엘리엇에 막힌 현대차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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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떠밀리고, 외국 펀드에 쪼이고…집중투표 땐 경영권도 위태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모비스에 가지고 있는 지분은 1% 남짓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1% 주주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시켰다.

현대모비스는 21일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 계약에 대한 해제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와 분할·합병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현재 제안된 방안의 보완 등을 포함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기존의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하고, 이를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달 29일 열릴 예정이던 양사의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했다.

현대모비스의 지분구조를 보면 기아차 16.9%, 정몽구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로 우호지분이 30.2%다.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특별의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특별의결은 3분의2 이상의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1%의 엘리엇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모비스는 36% 이상의 지지를 더 얻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 그룹의 개혁안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기 때문에 국민연금(9.8%)와 기관 및 개인(8.7%)의 지지를 쉽게 얻고 외국인 주주 48.6% 가운데 3분의1만 지지를 얻으면 합병안은 통과될수 있었다.

 

하지만 1%에 의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흔들리는 구조가 되어 있다. 외국인 주주를 끌어당기고 국민연금과 기관·개인을 중립화시키면 된다.

여기에 그 유명한 엘리엇이 나선 것이다. 엘리엇이 나서면 판이 달라진다.

그들은 우선 외국인 주주를 파고 들었다. 외국인들의 신망을 얻으려면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사를 동원하는 게 빠르다. 외국계 펀드들은 국제적인 의결권자문사의 권고에 어긋나게 표결할 경우 자체 감사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그러하듯 ISS는 엘리엇을 지지하고 찬동했다.

그나마 국민연금이 지지해주면 현대모비스로선 주총에서 한번 붙어 볼만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삼성에 손을 들어줬다가 이사장과 본부장이 줄줄이 쇠고랑을 찬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슬그머니 손을 뺐다. 국민연금은 찬반 결정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이번주 중에 결론을 낼 예정이었는데, 누가 우국충정에서 현대차 그룹에 동조하겠는가. 요즘은 용기 있는 사람도 없다.

판세가 이렇게 돌아가니, 현대차와 모비스가 두손을 든 것이다.

현대차 그룹은 구조조정을 하긴 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조조정을 하라고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압박을 넣으니,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젠 현대차 그룹은 김상조 위원장이 아니라, 엘리엇의 눈치를 보아야 할 판이다. 엘리엇이 반대하면 어떤 구조조정도 불가능하다.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을 혼내주고 있는 것은 그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 말이다. 그는 “대기업의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자발적 개혁에 압박을 넣었고, 현대차 그룹도 그런 맥락에서 고심 끝에 대안을 제시했다.

어쨌든 현대차 그룹은 다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내 공정위 뿐 아니라, 국외의 엘리엇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해답이 뚜렷하지 않다.

 

▲ 현대모비스 본사 /현대모비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 중 집중투표제가 실시되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도 위태롭다.

현대차의 지분은 현대모비스 20.78%, 정몽구 5.17%, 정의선 2.26%로 우호지분이 28.23%다. 국민연금 8.12%, 자사주 6.0%다.(2월 27일 기준)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현대자동차의 주총 방어력은 34.23%다.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46.2% 정도이고, 엘리엇이 가진 1조5,000억원의 주식은 1,4~1,5% 정도다. 1.4%와 34%의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엘리엇은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1%의 헤지펀드는 높은 배당을 주고 주가 차익을 실현할 이슈를 던짐으로써 46%의 외국인 주주와 내국인 소액투자자를 합친 57%를 헤집고 다닐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이익이 나는 곳으로 표를 던진다. 이런 조건을 엘리엇은 잘 알고 있다. 여기에 ISS와 글래스 루이스와 같은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이 엘리엣에 동조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집중투표제가 실시되면, 엘리엇이 57%의 풀에서 얼마나 지지층을 얻느냐 여부가 현대자동차 경영권 확보의 관건이다. 일단 소액주주 3분의 1선을 규합하면, 이사회 3분의1을 확보해 현대차 정씨 가문과 국민연금을 상대로 캐스팅보트를 쥘수 있게 된다. 만일 엘리엇이 50%를 규합하면 당연히 경영권을 장악할 것이다.

 

지분 한주도 갖지 않는 한국 시어머니, 지분 1% 밖에 갖지 않는 외국산 독수리에 의해 한국 굴지의 기업이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집안에서는 무지분의 노조가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한국은 점점 더 기업을 하고 싶지 않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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