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의 역설…금식 기간에 식품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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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의 역설…금식 기간에 식품 수요 급증
  • 김현민
  • 승인 2018.05.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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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등 생활물가 상승…노동시간 축소로 경제활동은 위축

 

이슬람은 태음력을 따르므로, 이슬람력 9월에 해당하는 기간이 라마단이다. 지금 이 시기가 ‘라마단(Ramadan)’ 기간이다. 올해 라마단은 양력으로 이달 15일부터 시작해 6월 14일까지다.

라마단 기간의 단식은 이슬람의 5대 의무중 하나이며, 해가 떠 있는 동안에 음식물 섭취, 음주, 흡연, 성생활을 금지한다.

하지만 라마단 단식 기간에 식품 판매가 늘어 가격이 폭등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낮에는 금식하고 저녁에 보충하는데다 명절이어서 친구와 가족 모임이 잦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이 시기에 친구와 이웃을 초대해 평소보다 성대한 만찬을 나누어 먹으며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에 식품은 물론 대부분의 상품 판매가 증가하며, 쇼핑몰 및 슈퍼마켓도 늦게까지 영업함으로써 금식시간 이후 평소보다 많은 쇼핑 및 식사를 하게 된다. 라마단 기간에 해뜨는 시간에는 금식을 하지만, 일몰 후 가족·친척·친구 등과 모임이 많아지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오히려 평상시보다 식품·음료·외식산업의 소비량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저녁 가족모임을 위해 대량의 음식을 준비하며, 평상시보다 신선하면서도 고급 재료를 사용해 손님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이에 대형 마트들은 라마단 기간 프로모션을 통해 식품 소비를 유도하고, 외식업계는 라마단 특별메뉴와 뷔페를 준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라마단 특수를 노린다.

라마단 기간엔 물가도 폭등해 회교국 정부들이 비상에 걸린다. 방글라데시에선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 정부 당국이 물가 억제에 나섰다. 마늘 값은 두배나 뛰어 올랐다.

 

▲ 메디나 주메이라 호텔 라마단 텐트 /두바이 무역관

 

하지만 일상의 활동 속도가 늦어지고, 근무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는 위축된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경우, 2012년 평일 근무시간을 두시간 단축하도록 법으로 정했고, 관공서도 오후 2시까지만 일한다. 따라서 이슬람국가와 비즈니스를 할 경우 라마단 이전에 미팅을 잡거나 이후로 미루는 등 현지 여건을 파악해야 한다.

경제학자들(Felipe Campante, David Yanagizawa-Drott)의 분석에 따르면 라마단 단식이 무슬림 국가의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팀은 농업 활동에 중요한 시기와 라마단 기간이 겹치는 해엔 무슬림들의 생산성이 20~40%가량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15억명으로 추산된다. 이 거대 인구가 한달 동안 노동시간을 줄이기 때문에 세계경제에도 여파가 미친다. 국제 고철가격, 철강재 가격이 이달들어 보합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라마단의 영향이라고 분석가들은 진단한다.

 

라마단이 이슬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서양의 크리스마스와 견줄 수 있다. 라마단은 크리스마스와 달리 1개월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인 만큼 경제적 잠재력은 크리스마스보다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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