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숙성된 가족애
상태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숙성된 가족애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19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도 와인처럼 오래 숙성될수록 더 깊은 맛을 준다는 걸 아시죠?”

 

눈이 시원하다. 사람들의 스토리가 잔잔하다. 격렬함과 스릴이 없이 영화상영 2시간 내내 편안하다. 와인에 대한 공부가 된다. 부르고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에는 와인 한잔 해야지….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의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고, 와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기업 승계 이야기이기도 하다.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흐르는 세 남매의 스토리가 프랑스 중동부 부르고뉴의 자연과 함께 펼쳐진다.

영어 제목은 ‘Back to Burgundy’(부르고뉴로의 귀환)이고, 프랑스 제목은 ‘Ce qui nous lie’(우리를 이어주는 것)이다. 프랑스 원명이 스토리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 포스터 /네이버 영화

맏아들 장(Jean)은 소년 시절 와이너리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하루하루가 변하는 것이라 느꼈던 기억을 되살린다. 성인이 되면서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을 인식한 그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집을 떠나서 생활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둘째는 줄리엣(Juliette)은 오빠가 떠나고 없는 동안 아버지로부터 와인 농장 경영과 와인 만들기를 배운다. 막내 제레미(Jeremie)는 또 다른 와이너리와 스파 등을 가진 부유한 장인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지만 막내로 자라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다.

스토리는 맏아들 장의 귀향으로 출발한다. 삼남매의 고향은 프랑스 부르고뉴 뫼르소 지방 인근의 한 와이너리. 이 곳에서 1년이라는 시간에 자연 풍경이라는 공간의 변화와 포도의 재배, 와인 제조의 과정이 담기고, 삼남매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장은 세계 여행을 하다 호주 출신 알라시아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호주에 정책해 은행에서 대출을 얻어 와이너리를 사서 경영한다. 장은 그녀가 진정 그를 사랑하는지 회의하면서 호주를 떠난다. 부르고뉴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동생들의 소식을 듣고 돌아온 것이다.

장은 의식이 없는 코마 상태의 아버지를 병상에서 만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동생들과 10년 만의 해후를 하지만 제레미로부터 격한 비판을 받는다. 5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형에 대한 원망을 듣는다. 형은 하필이면 그날 알라시아가 아들을 출산한 때라 모자를 두고 올 수 없었노라고 사정을 털어놓는다.

3남매는 소년 시절부터 와인 시음을 배웠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전통의 명문 와이너리를 잇게 하려는 아버지의 뜻이었다. 결국 3남매 모두 청년이 되면서 사실상 포도 재배와 수확, 포도주 만들기의 모든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가의 수준에 이르렀고 특히 줄리엣은 오빠의 부재 기간 가업을 잇는 장자의 몫을 대신했다.

3남매는 이내 의기투합했고 그해 포도의 수확 날짜부터 의견을 조율한다. 줄리엣은 아버지의 전통을 이어가려 했지만 장은 그렇게 포도를 지나치게 익게 놔두면 새로운 맛은 불가능하다며 며칠이라도 먼저 수확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오빠의 말에 와이너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느낌을 이심전심으로 공유한 3남매는 포도 수확에 나선다. 프랑스에선 포도를 수확하는 행위를 ‘방당제르(vendanger)’라고 부른다.

실제로 포도를 수확하는 농장은 그 일대의 젊은이들이 대거 모여들어 단기간에 큰돈도 벌고 축제도 즐기는 무대가 된다.

포도 수확이 끝날 무렵 삼남매에겐 슬픔이 찾아온다.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가 눈을 감은 것이다.

여기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삼남매에게 내놓은 지혜가 드러난다. 아버지는 유언으로 와이너리의 소유권을 ‘공동 소유’를 못 박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3남매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이 유언으로 삼형제는 사면초가에 빠진다. 30억 짜리(영화에선 원화 단위로 번역했다) 와이너리에 5억이라는 거액의 상속세를 내야 하니 고민도 될 법하다. 삼남매는 가문 대대로 이어온 와이너리를 처분하느냐 지키느냐의 기로에 선다. 물론 저장고엔 수십 년 묵은 비싼 와인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세금을 낼 수 없었다.

이때부터 장과 줄리엣, 제레미는 그간 잊고 지낸 형제의 사랑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결국 돈보다는 와이너리를 지키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것은 곧 먼저 하늘로 떠난 부모님도 바랄 거라는 믿음을 그들은 공유하게 된다.

▲ 부르고뉴 지방 /위키피디아

1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장의 연인 알라시아가 아들 벤을 데리고 부르고뉴를 찾는다.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여기서 명대사 한 대목이 나온다. 알라시아가 장에게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면서 하는 말이다.

“예전에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시간은 사랑이 시작되고 6개월 정도라고 했었죠. 나도 그 말이 맞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사랑은 와인과 같아요. 사랑도 와인처럼 오래 숙성될수록 더 깊은 맛을 준다는 걸 당신도 아시죠?”

영화는 알라시아가 호주의 와이너리 일부를 팔아 남편 형제가 내야 할 상속세 일부를 낸다는 이야기와 함께 부르고뉴의 와인 전통 가문을 3남매가 잘 이어갈 것임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삼형제에 준 유산은 와이너리가 아니었다. 가문의 자산과 사업을 유지하면서 형제의 소통과 단합의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버지와 삼남매, 부부를 이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이 영화가 깨닫게 해준다.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