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연체자 신용사면'...만만찮은 신용점수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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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연체자 신용사면'...만만찮은 신용점수 왜곡 우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4.01.1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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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소액 연체차주들 정보 공유 않기로
정부 "금융생활 복귀 돕고 채무변제 독려 효과"
성실 차주에게 피해 전가...도덕적 해이 우려도
2021년 신용사면 당시 자영업자 대출·연체율 ↑
금융업권이 서민·소상공인의 연체기록을 공유·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정부가 서민과 소상공인의 금융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사면'에 나선다. 이에 따라 전 금융업권은 소액 연체차주들의 연체 정보를 공유·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대상자들의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카드 발급 기준이 충족되면서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용등급의 의미가 퇴색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생보·손보·여신금융협회 등 6개 협회, 농협·수협·신협중앙회 등 5개 중앙회, NICE신용정보·코리아크레딧뷰로 등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1일 민·당·정 정책협의회에서 결정한 신용회복 지원 조치를 이행하기 위함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적은 액수를 연체한 차주가 성실하게 빚을 상환해나가면 연체이력과 정보를 금융사끼리 공유·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와 여신 심사시 불이익을 주지 않아 신용회복과 일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이달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 연체액을 오는 5월까지 상환한 개인·개인사업자의 연체 정보를 서로 모르게 하고 CB사(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에도 반영하지 않는다는게 주요 골자다.

통상 3개월 대출을 연체하면 신용정보원이 최장 1년 동안 연체기록을 보존하면서 금융기관과 CB사에 이를 공유한다. CB사는 신용평가 때 연체 기록을 최장 5년 동안 활용한다.

수혜자는 위 조건에 해당하는 차주의 98%인 290만명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250만명의 신용점수가 평균 39점 올라서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것 ▲15만명이 카드 발급기준 최저점수(신용점수 645점)를 충족해서 카드 접근성이 높아질 것 ▲25만명이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의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상황에서 개인적인 사정 외에 비정상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정상적인 금융생활 복귀를 돕고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채무변제를 독려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신용등급의 의미가 희석·왜곡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용점수가 일제히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금융회사가 신용평가기관에서 제공하는 신용점수를 신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질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표면적으로 올라섰다고 대출을 늘리고 카드를 발급하면 상환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안 그래도 높아지는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신용점수가 일괄적으로 상승하면 잠재리스크 대상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다른 경제상황은 동일한데 신용점수만 올랐다고 차주의 상환 능력이 오르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은행 등 금융사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 평가 항목을 늘린다든지 신용 평가 모형을 고도화하는 등 대출 심사를 더 강화할 것이고 그 번거로움은 다른 성실 차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사면이 반복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8월에도 코로나19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228만명에게 신용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발생한 개인·개인사업자의 소액연체와 대위변제·대지급 정보를 금융기관이 공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수혜자의 개인 평균 신용점수는 24점 올랐다.

이후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연 10% 넘게 늘었다. 주춤하던 연체율 역시 상승 전환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신용데이터(KCB)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56조8000억원이던 자영업(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채무액은 2021년 637조3000억원, 2022년 712조1000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80조5000억원(14.5%), 74조8000억원(11.7%) 가량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723조4700억원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말 486조1000억원에서 약 3년 반 만에 241조8000억원(50.2%) 불었다.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0년 0.71%에서 2021년 0.56%, 2022년 0.77%, 지난해 1.2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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