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상반기 재계 최대 이슈 중 하나가 KT를 이끄는 차기 CEO가 누가 될 것인지에 모아졌다면 내년 상반기 최대 이슈는 포스코를 이끄는 차기 CEO가 누구인지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다. 참고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포스코그룹은 내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 회장의 우선 연임에 관한 심사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차기 CEO 경쟁이 시작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결과에 따르면 포스코의 자산 총액은 132조 1000억원을 기록하며 재계 5위를 차지했다. 국내 5대 그룹으로 손꼽힌 롯데를 제치고 당당히 국내 TOP 5의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샐러리맨으로 입사해서 회장 직위를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 포스코라고 직장인들은 얘기한다.
초대 회장인 박태준 회장은 공적자금으로 설립된 기업의 특성을 감안, 사원 출신들에게 회장직을 넘겼고 지금도 그 전통은 일부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박태준 회장을 위주로 창립멤버 상당수가 군 출신이기에 가장 강력한 수직적 문화를 자랑하는 기업이 바로 포스코다. 일사불란함, 수직적 위계서열은 포스코의 문화를 대변한다.
일사불란함과 수직적 위계서열로 상징되는 조직문화 특성상 포스코의 역대 회장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 포스코 내부에서는 ‘운명의 12월’이라는 표현이 돌고 있다. 포스코 CEO인 최정우 회장이 임기 종료 3개월 전인 12월 중순까지 연임 또는 퇴임 의사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에서는 후임 하마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정우 회장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포스코의 미래사업을 개척하고 사업비전을 명확히 설정한 성과 등으로 내부 업계의 평이 좋다. 과거, 포스코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철강을 떠올렸지만 미래의 포스코는 이차전지와 친환경 에너지가 떠오를 전망이다. 최정우 회장은 철강 중심에서 미래산업을 위주로 포스코의 전략적 방향성을 슬기롭게 전환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우 회장이 연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10대그룹 CEO 중 유일하게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지 않았을 때 내부 및 외부 소문이 무성했다. 그리고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모두 정권이 교체되었던 시기에 함께 교체되었고 정해진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한 사람도 없었다. 포스코의 왕관은 외풍에 취약하다.
포스코 CEO, 연줄 아닌 능력으로 결정돼야
최근 마무리된 LG그룹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다는 사실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 부회장단 중 한 명이지만 존재감은 회장 못지 않은 인물이다. 45년간 LG에서 근무하면서 재무총괄(CFO), 대표이사(CEO)를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의 포스코 회장설은 그래서 관심을 모은다.
LG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던 권영수 부회장이 포스코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권영수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집요한 승부근성, 재무건전성 회복, 신사업 개척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CEO임에도 불구하고 권영수 부회장은 포스코 회장 소문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사이 정부와의 관계 등 풍문은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의 차기 회장은 ‘CEO 승계 위원회(Council)’에서 진행된다. 위원회에서 회장 후보군을 만들고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이중에서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프로세스를 밟는다. 포스코는 이 과정에서 후보자 리스트를 그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선 항상 다양한 인물을 차기로 거론하거나 CEO 낙점이라는 오보를 남겼다.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국민연금이 10%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사이 차기 회장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경영능력보다 관계능력이 손꼽혀왔고 주주가치는 퇴행의 역사를 밟아왔다. 포스코 회장의 자질이 기업가적 능력보다 관계능력에 있는 건 그래서 불행하다.
차기 CEO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 포스코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철학과 가치를 갖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둘째, 포스코의 미래사업을 철강에서 친환경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업가적 능력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셋째, 외풍에도 소신을 갖고 조직을 외부의 바람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포스코의 CEO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는 누가 될 것인지 보다 어떤 자격을 갖춘 이가 되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언론의 관심과 질문은 거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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