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스레드'…어머니의 유령을 끊는 사랑 이야기
상태바
'팬텀 스레드'…어머니의 유령을 끊는 사랑 이야기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06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머니 상실에 묶인 디자이너, 그에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은 뮤즈

 

1950년대 런던 명품 의상실의 드레스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

영국 왕실과 런던 사교계에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어주는 우드콕의 깊은 잠재의식 속에는 어머니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바느질을 배웠다. 그의 생애 첫 작품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만들어준 웨딩드레스였다. 어머니는 그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입고 그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의 잠재의식 속에서 숨어버렸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에 주인공 레이놀즈 우드콕 역할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그의 애인이자 그를 파괴하는 알마 역에 빅키 크리엡스가 열연했다.

영화 제목은 드레스 디자이너의 ‘영혼의 실’이라는 실제의 의미에다 주인공 우드콕의 내재적 영혼을 실처럼 연결하는 그 무언가를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그 무언가는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다.

 

▲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우드콕은 강박증에 빠져 있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드레스는 물론 생활에 대해서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는 강박증 환자다. 그는 정형화된 자신의 디자인을 고집하고, 그에 맞는 몸을 가진 여자들을 찾았다. 그에게 모델은 그저 옷을 재는 마네킹에 불과했다. 맘에 들면 잠시 데려다 쓰다가 실증나면 바꿔 버리는 소모품 정도…. 자신의 고객이 다른 의상실로 옮겨가면 분노했다.

그에게 뮤즈로 등장하는 알마는 완벽주의자 우드콕에게 파괴와 구원을 동시에 던져 준다. 잠시 휴식을 갖기 위해 시골로 내겨간 우드콕은 이민자 출신의 식당 웨이트리스 알마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이어 알마에게 드레스를 맞추어 준다.

하지만 알마의 역할은 우드콕이 만든 드레스를 입고 모델로 나서는, 드레스 디자이너의 마네킹에 머물렀다. 우드콕은 마음 속에 깊이 잠재해 있는 어머니를 걷어 낼수 없었다. 우드콕의 완벽주의는 유년기와 성장기를 함께 한 어머니의 상실과 부재에서 온 불안의 결과였고, 일종의 정신적 결핍증이었다. 알마는 그런 우드콕의 마음 속에 들어갈수 없었다.

우드콕과 알마의 만남은 성격 충돌로 이어진다. 우드콕의 강박증은 자유분방한 알마와 부딛친다. 신혼여행에서 우드콕은 호텔에 남고 알마만 산행을 하고, 송년 파티에서 알마가 밤새워 춤을 추자, 우드콕이 달려가 뜯어말린다. 알마는 우드콕의 무뚝뚝함, 교조적 지시에 한마디도 빠지지 않고 대든다.

그러는 사이에 알마는 서서히 우드콕의 마음에 스며든다. 우드콕의 완벽주의가 알마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간 것이다.

 

▲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의 극적인 전환은 우드콕이 병상에서 어머니의 환상을 보는 순간에 알마가 방에 들어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하는 장면이다.

어머니의 공백을 서서히 알마가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마가 그동안 어머니를 대신한 누나 시릴의 자리도 차지해 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반전이다.

우드콕은 알마가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고 누나 시릴에게 고백한다. 아니, 알마는 더 이상 뮤즈가 아니고, 우드콕의 의식을 꽁꽁 묶어 놓았던 어머니의 유령을 녹여 버리고, 어머니의 대역이었던 누나와의 사이를 갈라 놓는 파괴자라는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이다.

 

 

우드콕에게서 어머니의 결핍이 만들어 놓은 일에의 강박, 누나에 대한 맹종이 무너져 갔다. 알마도 자신에게 틈을 주지 않는 우드콕에게 약물을 주어 영혼을 희미하게 한다. 우드콕은 약할 때 어린아이처럼 알마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드콕을 꽁꽁 묵고 있는 어머니라는 실을 끊으려는 알마, 알마에 의해 새로운 실을 찾는 우드콕의 감정적 갈등이 영화를 관통한다. 어머니의 실을 끊고 배우자에게 새로운 실을 연결하는 우드콕의 영혼 이야기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