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권 나라 베트남도…대학 느는데, 일자리는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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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권 나라 베트남도…대학 느는데, 일자리는 부족
  • 김현민
  • 승인 2018.04.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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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급속 증가…기업은 마땅한 인력 구하기는 쉽지 않아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문화에 비슷한 점이 많다.

오랫동안 유교 문화가 꽃피워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나, 한자 문화권이었다는 점 등이 양국의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베이징에서 양국의 조공사절단이 만나 한시(漢詩) 대결을 벌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한때 두 나라는 동서 대결 구도에서 적이 되어 전쟁을 치르는 관계였지만, 재수교한지 26년이 지나면서 경제관계에서 교류가 많고, 특히 베트남에선 한류가 인기다. 베트남과 한국은 또한 ‘사돈의 나라’로 불리운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을 포함해 한국에 체류하는 베트남인은 13만명이나 된다. 국내 체류 외국인 188만명 가운데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의 가족이 평안하다는 얘기가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유교가 맺어온 문화적 공통점이 가정의 화목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문화적 유사성이 빚어낸 또다른 공통점은 대졸 취업난이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학 이상 졸업자와 전문대 졸업자의 실업률은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각 4.12%, 4.32%로 전체 실업률 2.19%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다. 청년 실업률은 2017년 4분기 7.07%로, 높은 수준이다.

고학력 실업자가 많다 보니, 대졸 학력을 숨기고 공단 생산직에 취업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공안·국방 관련 대학 및 학원에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도 대졸자 취업난을 반영한다. 이런 대학들은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데다 졸업후 월급과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급증하는 추세다. 베트남 교육부가 집계한 해외 유학 중인 자국 학생 수는 2016년 기준 13만 명으로, 90% 이상이 자비 유학생이며, 국비 유학생은 5,400여 명에 불과했다. 국가별 베트남 유학생 비율(2016년 기준)은 일본 29.2%, 호주 23.8%, 미국 21.5%, 중국 10%, 영국 8.4% 순이다. 2016년 5월 기준 일본 내 베트남 유학생 수(일본어 연수자 포함)는 총 5만4,000명으로 지난 6년간 약 12배 증가했다고 한다.

 

▲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베트남의 대졸자 실업난의 주요 원인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신설 대학과 교육과정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김영삼 정부 때 대학자율화 조치로 대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6~2017년 기준으로, 전국 235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수는 총 176만7,879명인데, 이는 15년 전인 2000~2001년과 비교해 2.4배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의 대학 재학생 및 졸업자가 급증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 진학을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성공의 기반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에다 2000년 이후 대학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 교육기관의 부실한 교육 여건이 고등 학력자만 양산시키고 있다는 베트남 현지의 비판이다.

적절한 관리 제도가 수반되지 않은 채 대학의 재정 자율화가 대학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함은 물론 대졸 실업자를 대량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기관들이 수입원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교육부 규정에 따른 교원 확보를 위해 실력이 부족한 강사를 채용해 교단에 서게 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론에 치중한 교육 내용, 주입·암기식 교육 등 고질적 문제와 함께 사회 변화와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커리큘럼이 기업들의 기대와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사 취득자만 대량 배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대졸 실업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구직자가 희망하는 급여와 기업이 지급하려는 급여 사이의 차이가 현격하게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 취업 사이트인 VietnamWorks가 2017년 한 해 동안 자사 사이트를 이용해 채용정보를 올린 기업들의 급여 조건과 대졸 초임 구직자들의 구직 행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 500달러 이하의 급여 조건을 제시한 기업 비율이 87.6%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 대졸자들이 가장 많이 지원한 급여구간은 701~1,000달러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고학력화로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 비해 기업들이 제시하는 급여 조건은 큰 변화가 없는 데 따른 것이다. 대졸 초임자의 직무 능력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급여 수준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헤드헌팅 업체 Navigos Search의 응우웬 프엉 마이(Nguyen Phuong Mai) 상무이사는 베트남의 IT 전공 초임 구직자들의 문제점으로, 직무 전문성·영어회화 능력·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창의성 부족, 낮은 조직 결속력과 이에 따른 잦은 이직을 꼽으면서, "요구하는 급여 수준도 실제 능력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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