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 대통령은 드루킹 만난 사실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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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 대통령은 드루킹 만난 사실 없습니까?”
  • 김현민
  • 승인 2018.04.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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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확정…“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행위”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20일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드루킹을 만난 사실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캠프의 최측근과 후보 부인이 깊이 연루된 일에 후보는 직접 관련이 없었는지 의문을 품는 평범한 사람들의 물음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 후보는 이어 “문 대통령은 ‘드루킹의 공직요구 협박 사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물었다. 그는 “자신의 최측근이 쩔쩔매고 청와대 실세비서관이 무마를 시도하고 애지중지하는 관련 수석이 전전긍긍한 일을 대통령이 몰랐겠느냐는 게 길거리 민심”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악성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행위”라면서 “손발을 묶어 현해탄에 내던지는 수장 이상으로 잔혹한 것이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에서 댓글공작 같은 저열한 행위만 없어질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며, “여론조작이 사라진 대한민국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것을 새정치의 희망으로 남기고 저 안철수는 사라져도 좋다”고 비장한 톤을 이어갔다.

 

▲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사진

 

안철수 후보의 페이스북 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조금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지금은 선거운동이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는 참담한 심경입니다.

민심의 바다 위에 떠있는 정치인이 노도처럼 일어나는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고, 저의 당선만을 위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혁신경영을 기치로 출마선언을 한 이후 지난 2주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비서진 데리고 피감기관 돈 받아 외국여행하고 자기가 앉을 자리에 정치자금 탈법 기부한 행위가 국민감정을 자극했지만, 이는 어쩌면 개인의 일탈에 불과합니다.

정체가 드러난 지 일주일도 안 돼, 초등학생도 다 아는 전국적 인물이 된 드루킹은 이미 한 「여론조작 기술자」의 필명이 아닙니다.

드루킹은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공격한 최악의 조직 선거범죄의 이름입니다.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 「드루킹 게이트」인 것입니다.

국민은 드루킹에 속았고, 전국 이곳저곳에 제2, 제3의 드루킹집단을 운영하며 댓글과 민심을 조작한 집단은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인사참사와 정책실패도 여론조작을 통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덮었습니다.

전정권이 저지른 댓글공작 수사를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자신들은 댓글로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댓글의 주범이 징역4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던 어제도 자신들의 지난 몇 년간 벌여온 범죄행위를 덮기 위해 국민의 눈을 북쪽으로 돌리는 데만 혈안입니다.

관련자를 구속하고 사건기록을 검찰에 넘긴지 4주가 지났는데, 수사를 아직도 경찰에 맡겨두고 있습니다. 지난 4주간 수사는커녕 사건을 은폐하고 증거를 덮어둬 수사를 받아야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수준을 나타냅니다.

 

저는 오늘 비감한 마음으로 몇 개의 물음과 몇 개의 요구를 내놓겠습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드루킹과 만난 사실이 없습니까?

대선캠프의 최측근과 후보 부인이 깊이 연루된 일에 후보는 직접 관련이 없었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물음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선플달기’를 언급하자, 홍해가 갈라지듯 행동그룹이 조직된 것을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드루킹의 공직요구 협박 사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겠습니다.

자신의 최측근이 쩔쩔매고 청와대 실세비서관이 무마를 시도하고 애지중지하는 관련 수석이 전전긍긍한 일을 대통령이 몰랐겠느냐는 게 길거리 민심입니다.

국민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 야당은 아직도 이런 너무도 기본적인 국민의 물음에 답을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분노를 잘 압니다. 늦었지만 그 마음을 받들겠습니다.

 

다음으로 세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특검법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에게 즉각 특검 수용을 명령하십시오. 진상규명을 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통령이 직접 응답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게 민주당임을 국민도 다 압니다. 더 이상 미루면 진실 은폐입니다.

둘째, 경찰은 이번 사건 전체에서 즉시 손을 떼야합니다. 여론조작 게이트와 관련한 자금흐름은 진상규명의 핵심입니다. 사건 은폐에 급급해온 경찰이 자금흐름에 손을 대는 것은 증거를 증발시키는 일로 의심받을 것입니다.

셋째, 모든 야당은 즉각 지도부 연석모임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여론조작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을 시작할 경우 저는 그 자리에 나가 현 집권세력의 여론조작 실태를 증언할 것입니다.

어느 야당 지도자는 ‘진상규명은 특검에 맡기고 여야는 모두 6.13 지방선거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뒤가 바뀐 말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선거에 집중하기 힘든, 민주주의 위기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7년 전 국민 앞에 나서 새정치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7년은 조작된 댓글 공격 그리고 여론 조작과 싸워온 시간이었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든 모함을 겪었고 송곳에 찔리는 것보다 아픈 댓글에 피를 흘린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조작한 댓글, 그들이 기계를 동원해 퍼트린 댓글 속에서 안철수는 ‘사회부적응자’였고, ‘배신자’였고, ‘돈만 밝히는 인간’이었습니다. ‘안철수의 여자’는 목동에도 있었고 강남에도 있었습니다. ‘MB의 장학생’이었다가 어느 날 ‘박근혜가 키우는 인물’이 됐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살포되는 댓글은 수천만 개의 송곳이 되어 국민을 공격하고 저를 찔렀습니다. 영혼이 파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악성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행위입니다. 손발을 묶어 현해탄에 내던지는 수장 이상으로 잔혹한 것이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 안철수가 무엇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댓글공작 같은 저열한 행위만 없어질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라도 할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작이 사라진 대한민국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것을 새정치의 희망으로 남기고 저 안철수는 사라져도 좋습니다.

지난 4일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저는 허위와 무능의 시대를 극복하고 「진짜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허위의 시대를 넘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만이 특검도입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외면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이 진실을 감추려는 것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국민의 의심은 곧 분노로 번질 것이고, 국민의 분노는 정치인의 비장한 결심을 불러올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대통령이 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저항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댓글을 조작하는 시간이 겨울이라면, 따뜻한 빛이 어두움을 밀어내는 시간은 봄입니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겨울이 가서 봄이 온 게 아닙니다. 봄이 왔기에 겨울이 물러간 것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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