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유료화에 '속앓이'…삼성도 애플도 버릴 수 없는 카드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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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유료화에 '속앓이'…삼성도 애플도 버릴 수 없는 카드 업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0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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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유료화 움직임, 카드 업계 '긴장'
삼성전자 "유료화 관련 결정된 건 없어"
MZ세대 등 신규 고객 유입에 업계 '군침'
삼성페이가 유료화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카드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애플보다 무서운 건 삼성이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에 맞서 유료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출시 약 8년 만에 수수료 유료화에 나서면서 카드사에 '개별 계약' 방침을 제시했다. 카드 업계는 애플페이와 제휴하는 카드사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수료율 등을 감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카드사들이 수수료 부담에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페이가 오는 8월 이후 개별 카드사와 협상을 거쳐 건당 수수료를 받는 유료화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카드사에 '8월10일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조만간 삼성전자와 개별 카드사 간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쟁점은 단연 수수료다. 카드사들은 2015년 8월 삼성페이 첫 출시 이후 매년 삼성전자와 별도의 재협상 없이 자동으로 계약을 연장해 왔다.

삼성페이, 유료화 속도…카드 업계 '긴장'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달라졌다. 도화선은 지난 3월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현대카드로부터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동안 국내 간편결제사들이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삼성전자 측은 "유료화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엔 불안감이 감돈다. 일각에선 애플페이와 같이 0.15%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여기에 추가로 이용률에 따라 수수로율을 차등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 편에서 보면 그동안 부담하지 않았던 비용을 떠안는 구조여서 소비자 혜택 등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3%, 애플이 34% 수준으로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삼성페이를 쓰는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압도한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애플페이의 건당 수수료 제도 채택 후 간편결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놓칠 수 없는 카드, 애플페이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사이에 낀 카드사들은 분주히 손익계산을 따지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협상도 중요하지만 급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와 제휴도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신용·체크카드 평균 이용금액은 2조7460억원이며 이 중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간편결제 비중은 23.4%에 달한다. 2020년 3월 16.3%와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애플페이를 포기하면 사실상 애플의 아이폰 이용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담이 크다. 특히 아이폰 이용자 상당수가 10~20대로 카드사의 미래 수익원이기도 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비씨)가 현대카드에 이어 애플페이 도입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3대 금융지주는 미래의 잠재적 고객인 'MZ세대'를 확보하는 동시에 애플페이를 통해 체크카드 시장 활성화를 추진한다. 도입 시기는 애플페이 교통카드 서비스가 시작되는 오는 9~10월로 예상된다. 삼성페이 역시 대중교통 이용이 시장 확대에 기폭제가 된 바 있다. 

애플페이의 파급력을 눈으로 확인한 점도 3대 금융지주의 눈도장을 받기 충분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한 달 만에 신용카드 23만7000장, 체크카드 11만8000장 등 모두 35만5000장을 발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8000장 대비 무려 157% 증가한 규모다. 

더욱이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로 폭발적인 신규회원 증가를 기록했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3월(20만3000명)에도 가장 많은 신규 가입자를 끌어 모았던 현대카드는 4월에도 신규 가입자 16만6000명을 모집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카드 뒤를 신한카드(11만9000명)와 국민카드(11만8000명)가 이었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이었던 지난 2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수는 11만2000명으로 8개 전업카드사 중 5위에 그쳤다. 신규 고객의 연령대를 보면 대부분 20~30대 젊은층으로 신규 가입자 중 51%가 20대, 28%가 30대였다. 

카드업계의 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 혜택 감소가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수수료 전쟁, 피해는 소비자 몫?

애플페이 도입 당시 '애플페이를 쓸수록 현대카드는 손해'라는 말이 나돌았다. 손해론의 핵심은 수수료다. 애플은 애플페이와 제휴한 금융사로부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을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애플과 나누는 셈이다. 조달금리 인상, 카드론 등 대출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 확대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로선 이익 감소가 달가울 리 없다. 

올 1분기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708억원으로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7.9% 감소했다. 순이익 감소에는 카드비용과 이자비용,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1분기 현대카드의 영업수익(매출)은 7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6672억원 대비 17.6%(1172억원)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비롯한 카드수익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한 3535억원을 거뒀다. 카드수익이 늘어난 배경으로 외환차익 등 1031억원에 달하는 기타영업이익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카드의 카드비용 증가에 눈길이 간다. 올 1분기 카드비용은 21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844억원) 대비 17.9% 증가했다. 모집수수료와 판매촉진비 등은 줄어든 반면 상품서비스수수료, 신판취급비용, 해외지급수수료, 카드발급비용 등이 크게 늘었다. 올 2분기 이후 애플페이의 0.15% 수수료율이 반영되면 카드비용 증가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현대카드 이외에도 카드업계는 금리인상 등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 여파는 소비자 사이에서 흔히 '혜자카드'(연회비 대비 혜택이 많은 카드)의 단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8개 전업 카드사의 단종 카드는 모두 210종으로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들이 많이 사라졌다.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건 금리 인상,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해 실적 악화로 이어져서다. 올 1분기 주요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조달 비용은 늘고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카드사의 대손비용도 덩달아 뛰었다. 여기에 삼성페이, 애플페이 수수료 부과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신용판매와 카드대출 부문 모두 수익률이 저하되고 있다. 또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른 실질구매력 둔화와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으로 내수소비 위축 등 결제서비스 부문 실적 저하도 예상된다. 카드업계 안팎에선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부정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카드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 감축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회원 유치에도 힘을 써야 해서다. 신규 회원이 늘어날수록 카드사의 주된 이자 수익원인 리볼빙, 카드론 등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SNS에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 가입이 늘어났다"면서 "회사 전체로는 오히려 작년부터 자산과 손익이 감소하더라도 건전성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딜레마에 빠진 카드업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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