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협상 시작…'흰 우유 1L 3000원' 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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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협상 시작…'흰 우유 1L 3000원' 시대 올까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3.06.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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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원유 가격 협상 시작
올해부터 생산비와 함께 시장 상황도 반영…인상 불가피 전망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기 위해 낙농가와 유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이날(9일)부터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한다.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원유 가격 인상이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 확대 우려도 제기된다.

유업계는 올해도 사료값 등 생산비 상승에 따라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산비가 상승하면 원유 가격도 따라 오른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2022 축산물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리터당 우유생산비는 2022년 기준 959원으로 사료가격 및 노동비 상승에 의해 전년대비 13.7%(116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부터는 개편된 낙농 제도를 기반으로 원유 가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먼저 이번 협상부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돼 음용유용과 가공유용 원유가격을 각각 협상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음용유용 원유가격은 그동안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농가의 생산비만을 고려해 결정해왔으나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우유가 과잉이더라도 생산비가 상승하면 원유기본가격을 생산비 상승폭의 90~110% 범위 내에서 인상해야 했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원유 리터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데, 제도 개편 전(리터당 104∼127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제한됐다.

원유 가격 협상을 위한 소위원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한달 간 운영된다.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업계는 기한 내 가격 협상이 완료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우유 가격 협상이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견으로 인해 9월 중순에 첫 회의가 열렸고, 10월 16일부터 원유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다.

원유 가격 인상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흰 우유 제품을 비롯해 우유가 들어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기본 가격이 리터당 49원 인상되자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1L 제품 가격을 6.6% 인상하면서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됐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900ml 제품 가격을 약 9.6%, 남양유업은 900ml 기준 가격을 약 8.7% 올렸다. 이에 '흰 우유 1L 3000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아이스크림 가격 역시 10~20% 인상됐으며 컵 커피 등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커피 전문점 등에서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마시는 우유 가격이 리터당 180원 올랐을 때 주요 커피 전문점의 카페라떼 가격 인상 요인은 1잔에 53∼56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식품부는 국내의 경우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은 각각 5%, 1% 수준인 만큼 이런 가공식품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원유 가격 협상을 앞두고 유업계의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10월 원유값 인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가격을 올리게 될 경우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 해외 제품의 유입 등으로 유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백색 우유의 1인당 소비량은 2001년 31kg에서 2021년 26.6kg으로 줄었다. 20년 사이 4kg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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