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뉴욕시의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캐나다 산불연기가 산불 연기가 미국 북동부 하늘을 뒤덮은 가운데 7일(현지시간) 오후 낮 시간대 뉴욕의 고층 스카이라인에 내려앉았다.
어둡고 뿌연 연기가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희귀한 광경에 뉴요커들은 신기한 듯 곳곳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실외에 5분만 있어도 금세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자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스크를 꺼내 쓰는 행인들도 늘어났다.
마스크를 사러 맨해튼 미드타운의 약국 2곳을 돌았으나 성능이 좋은 KN-95 마스크는 팔지 않거나 이미 동났고, 일반 외과용 마스크만 진열됐다.
낱개로는 안 판다는 점원의 말에 한 중년 여성은 "50달러를 내고 한 상자를 사고 싶지 않다"며 좀 더 작은 단위로 파는 마스크가 없는지 매장을 샅샅이 훑기도 했다.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뉴욕시 공기질지수(AQI)는 342까지 치솟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1위에 올랐다. 최대 500까지 측정하는 이 지수는 300을 넘으면 '위험' 수위로 분류된다.
현재 뉴욕의 AQI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168), 인도 델리(164)보다도 훨씬 나쁘다. 전날 밤 뉴욕시 맨해튼의 AQI가 218까지 오르자 뉴욕타임스(NYT)는 "뉴델리와 자카르타에서는 흔하지만 뉴욕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으나 하루도 안돼 뉴델리를 추월한 셈이다.
뉴욕시 자체 기준으로는 공기질지수가 오후 2시 324를 찍어 1999년 측정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뉴욕주 중부 시러큐스와 빙엄의 AQI는 한때 400을 돌파했다.
미국 기상청(NWS)의 기상학자 마이크 하디먼은 NYT에 "화성을 보는 것 같다"며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오늘 방과후 활동을 포함해 모든 야외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문을 각 가정에 배포했다.
맨얼굴로 등교한 아이들에게는 마스크를 나눠줬고 뉴저지 일부 학교들은 방과후 수업과 실외 스포츠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켰다.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소풍과 체육 등 학교 야외 활동을 제한했다. 워싱턴 모뉴먼트와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록키 계단'이 뿌연 연기에 둘러싸인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 도시를 포함해 버몬트·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캔자스 등 15개 주에서 미세먼지가 위험 수위로 올라간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북동부와 중서부, 동부 연안에 사는 5500만 명 이상이 공기질 악화 경보에 놓였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가시거리가 짧아진 탓에 라과디아 공항 등 뉴욕시 주변 공항들에서는 일부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대거 지연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뉴욕시 라과디아 공항의 평균 지연시간은 2시간, 뉴저지주 뉴어크공항은 1시간22분이다.
평소 공기가 좋은 미 동부까지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것은 캐나다 동부 퀘벡주 일대를 중심으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414곳에서 산불이 진행중이다. 이 중 239개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380만 에이커가 불탔고 2만 명 이상이 대피 중이다.
북미에서도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잦아지는 추세다.
CNBC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 10년 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산불 연기에 따른 오염을 최근에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정기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서부 지역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열기와 가뭄, 산불로 인해 미국 내 초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나쁜 지역 상위권에 오르게 만들고 있다고 CNBC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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